적게 일하고 많이 놀아라
어니 J. 젤린스키 지음, 황숙경 옮김 / 물푸레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울산독서클럽에서 선정한 5월의 책이었다.

선정하신 분을 생각하면 좀 의외였었는데 한번 더 생각하니 그분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책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마음에 드는 책을 왜 이제서야 만나게 되었는지,

그동안의 나의 독서편력에 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표지를 들추어보고 아하 하고 깨달았다.

2004년 9월 초판 1쇄 발행

2005년 1월 초판 2쇄 발행

지금 나의 책이 초판 2쇄꺼니까 6~7년동안 대충 5천부정도 팔렸다는 의미인거다.

그리고 읽으면서 왜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이렇게 좋은 내용을 이렇게 재미없이 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다.

저자가 스스로 이야기도 했듯이 글재주가 없다고는 하지만 이건 좀 심했다.

너무너무 좋은 내용이 정말 잠이 올 지경으로 지겨웠다.

거기다가 너무 길게 썼다.

한장이면 될 내용을 서너장으로 써놓았으니 누가 읽어도 지겹다고 생각할거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분께서도 같은 마음이라고 하셨다.

그것만 빼고는 참 좋은 내용이다.

 

사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요즘은 일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고 목표가 되어버린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공부잘해서(진짜 사전적의미의 잘한다는게 아니라 그냥 남들보다 잘해서) 소위 일류대학진학하고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삶의 이유가 되어버린 요즘의 젊은이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오히려 지난달에 읽었던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책보다 훨씬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책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해보자.

일단 상식을 뒤엎는다.

노동윤리, 프르테스탄트 노동윤리를 뒤엎는다.

언제부터 노동이 신성시 되었는가? 물론 노동은 신성한 것이다.

하지만 노동이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해서 신성시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며

플라톤, 소크라테스등등의 철학자들은 오히려 노동을 천시했다는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우리가 60년대부터 산업화를 거치며 부족한 지하자원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강조된 것이 인적자원이며 그러다보니 노동은 굉장히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

그때부터 노동은 중요시 되었으며 근면성실은 선으로, 게으름은 악이 되어버렸다.

개미와 베짱이에서 개미는 선의 상징으로 베짱이는 악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런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나는 예전부터 그랬지만 사람은 일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일하는 것보다는 노는 것이 더 좋지 않는가 이말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떻게 노는가 이다.

책에서는 따끔하게 꼬집고 있다.

휴가를 즐겨라고 하면 어디 휴양지로 놀러가서 시간 보내는 것 외에는 딱히 할 게 없는 사람들,

주말 집에서 하루종이 티브이 리모콘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

여유를 휴가를 즐길 줄 모르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등산문화를 꼬집는 사람도 있었다.

얼마나 여가활동이 없으면 그 많은 사람들이 죄다 산으로 몰려가고 있는가 하고 말이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속으로 뜨끔했다.

 

이 책에서 여가생활나무라는 도표를 만들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핵심은 세가지다.

1. 지금 당장 흥미를 끄는 활동

2. 과거에 흥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관심이 식은 활동

3. 생각만 했지 아직까지 실행에 옮기지 못한 활동

각 항목별로 최소한 50여개의 아이디어를 작성라고 한다.

각 항목에서 좀더 깊이 들어가서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만들라고 권한다.

예를 들면 1번항목에 여행이 있다면 여행을 더 구체적으로 만들라는 거다.

여행을 해외여행, 국내여행, 별장렌트, 건강한 몸 만들기, 스포츠, 사진, 크루즈등으로 나누고

국내여행에서 친구네집 방문등으로, 스프츠를 수영, 산악등반등으로 나눠보라는 것이다.

굳이 만들기 힘들다면 책에 제시되어있는 300여개의 여가활동을 참고로 해도 된다.

나는 사진, 여행, 운동 세 항목으로 여러가지를 나눠보기로 했다.

이왕에 하고 있는 사진과 운동을 좀더 구체적으로 말이다.

이렇게 하다보니 해야할 일이 무척이나 많아졌다.

돈을 벌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을 빼고나면 주말의 모든 시간을 투자해도

몇십년이 걸릴지 모르는 일들이 생긴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앞으로의 삶이 얼마나 활기차게 될 것인지 모르겠다.

 

며칠전 라디오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가 나왔었다.

아들이 열심히 일해서 돈많이 벌어서 아버지께 효도하겠다고 하자 아버지께서

"아들아, 돈 많이 벌려고 아둥바둥 하지마라, 니가 쓸만큼만 벌고 나머지는 너에게 투자해라"라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는데 너무나도 공감이 되었다.

돈을 많이 벌려고 애쓰다보면 놓치고 가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아까 외출을 하면서 지난달까지 살던 아파트를 지나게 되었는데 담장펜스에 장미가 예쁘게 피어있었다.

그 아파트에서 십몇년을 살았는데 그것을 모르고 지나친 것이다.

이제서야 그것을 알게되다니....

내가 그동안 놓치고 살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곰곰이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최대한 열심히 놀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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