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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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박완서작가님의 타계소식을 들었다.

그날은 마침 독서클럽 정모날이었는데 기분이 많이 우울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다음번 책으로 선정된 책이 이 책이고 책 읽고 서로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박완서님의 책은 거의 읽어보지 않았다.

오래전 [서있는 여자]를 읽었던 기억이 나지만 그때는 박완서라는 작가에 대한 존재감도 거의 없었고

그냥 손에 잡혔던 책을 읽었던지라 지금은 책의 내용도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좀 기억이 나는 것은 약간 페미니즘이었고 드라마화되었다는 것 정도다.

 

이 책은 박완서씨의 자전적 에세이이기도 하고 작가의 일상을 소소히 보여주는 소품이기도 하다.

첫 장의 제목이 책제목과 같은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인데,

읽다보면 이야기가 점점 삼천포로 빠져서 시작과 중간의 내용이 전혀 이어지지가 않아서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고, 이렇게 중구난방으로 글을 쓰시는 분이 그렇게 유명한 작가인가 싶어진다.

그런데 좀더 참고 읽다보면 아~ 이 글은 어떤 목적으로 썼다기보다 당신께서 자신의 삶을 한번 되돌아보신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아마도 작가 본인이 자신의 삶을 마무리해야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셨을 때 쓰셨던 글이라 생각된다.

 

읽다보면 박완서님께서 참 마당가꾸는 것을 즐기시는구나 하게 된다.

서로 다른 글인데 마당 가꾸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또 글을 시작을 마당가꾸는 것으로 할 때도 여럿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과거이야기도 많이 하시고 어릴적 젊을 적 이야기도 하신다.

박완서님이 소녀같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2002년 월드컵과 관련한 글인데 당신께서도 붉은티를 입고 다른 이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외쳤다는

그 대목을 읽으면서 참 순수하시구나 하고 느꼈다.

 

그러면서 나는 내 어머님의 노후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내 어머님께서도 조금의 공간이 생기면 텃밭을 가꿀려고 하시고 사정이 여의치 않자

아파트베란다에서 각종 화초며 채소를 키우신다.

그리고 늘 하시는 말씀이 어디 시골에 폐가를 하나 사서 살아야겠다고 입버럿처럼 말씀하시는데

박완서님의 글을 읽으면서 어머님의 말씀이 자꾸 떠오른다.

같이 이야기를 나눈 분들 중에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분들이 몇 있었는데

그분들은 어머님의 노후보다 자신의 노후의 모습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고 그러신다.

그 말을 듣고보니 나의 노후에도 박완서님처럼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구나 다 그런 생각을 하겠지만 나이가 들면 시골에 작은 집하나 지어서

텃밭이나 가꾸고 살고자 하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면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몇몇분께서 이 책이랑 박완서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많이 겹친다고 그러시고

싱아 그 책이 정말 폭풍처럼 책장이 넘어간다고 그러길래 꼭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요 몇년사이에 나라의 어른들이 많이 돌아가셨는데 살아계실 적에는 못 느끼다가

그 이후에야 그분들의 훌륭하신 점을 알게되는데 미리미리 많이 배우고 본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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