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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ㅣ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박석무 엮음 / 창비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은 지 두어달 되었다.
그런데 후기를 이제서야 쓰는 이유는 나의 교만때문이다.
처음 책을 읽고나서 마음이 참 불편했다.
그리고는 책을 이리저리 씹어대기 시작했다.
지금의 시대와는 맞지가 않는다, 자식들은 숨막혀 했을 것이다, 없는 살림에 너무 오지랖 넓다,
집안이 망했는데 양반이라는 허세를 놓치려하지 않는다, 실학자이지만 여전히 사농공상의 구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등등
달을 보라고 했는데 손가락을 쳐다보지는 않았지만
달은 한달을 주기로 초승달에서 그믐달을 반복한다는 둥, 중력이 지구의 1/6이라는 둥
어줍짢은 나의 지식만 늘어놓은 꼴이다.
몇달을 보내면서 참 많은 것을 생각했다.
나는 이 책이 왜 그렇게 불편했을까?
아마도 이 책은 나의 아픈 곳을, 나의 양심을 콕콕 찔러댔기 때문일게다.
내 마음에 걸리적거리는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기 때문 일 것이다.
애써 외면하려는데 왜 외면하느냐고 꾸짖고 있기때문이다.
효도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그 형식만 보고 있는 나에게 꾸지람을 내리고 있고
삶의 자세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삶의 모습만 보려고 하는 나를 책망하는 것 같다.
평소 삶의 자세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여겼으나
어느 순간 몸에 들러붙어있는 이 거만함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되돌아봐야겠다.
정약용은 자식들에게, 제자들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 아니라
지금 이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