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무진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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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대비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있다. 

병원에서 간암판정을 받고 차분히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참으로 감정의 기복이 없이 건조하게 흘러간다.  

 

보통의 경우 사람이 시한부라는 말을 들으면 감정이 격해지지 않는가? 

하지만 소설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회사에 사표를 내고 퇴직금을 정산하면서 어떻게 하면 좀더 받을 수 있는지를 계산한다. 

적금을 깨고 전처에게 다 못준 위자료를 건네준다.  

주식을 처분하고 어머님의 산소를 정리해 화장한다. 

마치 늘 있는 일인 것처럼 자신의 주변을 하나 하나 정리한다. 

치킨런게임이라는게 있다. 

제임스 딘이 주연했던 [이유없는 반항]에 나왔던 벼랑으로 차를 몰고가다 누가 늦게 피하는가 하는 게임이다. 

또는 서로 마주보고 차를 달리다가 늦게 피하는 사람이 이긴다는 겁쟁이게임이라고도 불리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승자는 용감한 사람으로 패자는 겁쟁이로 판정된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본다. 

게임의 승자는 불쌍한 사람, 패자는 행복한 사람이다. 

게임에서 진 사람은 겁이 많아서 진 것이 아니다. 

그는 아직 버리지 못하는 것이 많은 사람, 지켜야 하는 것이 많은 아주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다. 

반대로 말하면 승자는 당장 죽는다고 해도 아쉬울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 

자기가 죽는다고 해서 슬퍼할 사람이 없는, 즉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인게다. 

평소 자주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사람은 누구나 다 죽는다. 누구도 비켜갈 수 없다. 

죽음은 모든 이에게 평등하다. 

오늘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죽음에 얼마나 담담할 수 있을까. 

늘 지금 당장 죽어도 하나도 아쉽지 않는 삶을 살자고 마음먹고 있다.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자라는 말이 아니다. 

세속적인 물질적 부와 명예, 권력 뭐 그런 것들에 초연하자는 의미다. 

무소유이고 싶다는거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주위 사람들은 나이도 젊은데 너무 노인네같은 말을 한다고 한다.  

젊은 놈이 욕심이나 야망도 없냐고 타박한다. 

나는 가지고 싶지않다. 없어도 된다. 

가진 것이 없다고 해서 지금까지 불행하지 않았다. 

적당히 행복했고 즐거웠다. 

지금까지는 막연하게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자라고만 했는데 

이제는 좀 구체적으로 정리를 해놓아야겠다. 

유서를 미리 써보자는 켐페인을 본적이 있는데 동감한다. 

수시로 삶을 뒤돌아보고 정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 

매년 12월에 유서를 써보는 것이 좋겠다. 

지금이 12월이다.  

자! 이제 첫번째 유서를 작성해보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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