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서울사람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된다. 서울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을뿐더러 어떨때는 서울을 싫어한다. 서울이 모든 것의 중심일때는 오히려 짜증이 나기도 한다. 서울사람들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방(이 표현 별로 달갑지 않지만 딱히 대체할 단어도 없다)사람들이 느끼는 상태적 박탈감은 심하다. 라디오를 듣다보면 DJ들이 날씨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늘 서울날씨뿐이다. 비가 와서 기분이 어쩌고 저쩌고...그런데 어쩌냐 여기는 하늘이 쾌청한데 여행을 좀 할려고 상품을 뒤지다 보면 죄다 서울출발뿐이다. 얼마전에 당첨된 상품권도 서울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들뿐이고 카드사에서 날라오는 할인쿠폰도 서울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뿐이다. 그래서 서울은 나에게는 그냥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곳이다. 서울의 친구들은 한번 올라와라 라고 쉽게 말한다. KTX타면 세시간이면 오지 않냐고...맞다. 쉽게 갈 수 있다. 그런데 그러면 니가 내려오면 되지, 꼭 내가 올라가야겠냐~~ 서울놈들은 서울을 떠나면 죽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사설이 길었다. 처음 이 책을 추천받았을 때 이 책을 읽고 얼마나 공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부터 했다. 서울 City Tour이겠거니 했었다. 나의 추억이 묻어있는 곳을 글과 사진으로 보는 것과 아무런 인연이 없는 공간을 보는 것은 그 감동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시큰둥하게 시작했다. 그런데 왠걸~~ 이건 서울의 풍경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책 제목에서 눈치를 챘어야 했다.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 에서 이 책은 오히려 역사책에 가까울 것이라는 것을 사실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역사를 접근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건축물을 구경하는 것일게다. 실록이나 문집등 문서화된 역사물을 보는 것보다는 훨씬 쉽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저자는 서울의 곳곳을 누비며 그 장소와 건축물이 가지는 의미를 따져보고 있다. 청계고가와 세운상가, 와우아파트에서 독재정권의 헛발질을 이야기했고 남산공원, 서울역, 보신각, 서대문형무소, 독립문, 경고장을 찾아 잊혀진 역사, 왜곡된 역사를 말하고 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장소와 건물에 숨어있는 의미를 찾아내고 있는 저자의 노력에 감사를 드린다. 이 책과 함께 '서울은 깊다'를 읽고 있는데 과거와 현재의 서울을 보여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ps. 내가 서울사람이었으면 장소에 얽힌 개인적인 추억이 덧붙여져 훨씬 재밌는 리뷰가 되었겠지만 역시나 한계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ㅎㅎㅎ부산에 얽힌 책 구입했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