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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 조선시대 명문가의 가훈과 유언
정민 외 옮김 / 김영사 / 2008년 4월
평점 :
며칠전부터 읽기 시작한 책입니다.
부제는 '조선시대 명문가의 가훈21편과 유언10편'입니다.
몇가지를 간추려보면
신숙주의 가훈 - 物忌盛滿(물기성만) 사물은 가득 차서 넘치는 것을 꺼린다
한충의 유언 - 부귀영화에 마음 팔지마라. 얻으려고 아등바등 애쓸 것도, 지키려고 억지 부릴 것도 없다. 절로 오는 것은 받되, 옳은 것만 가려서 받아야 한다.
송순이 자식에게 준 훈계 - 은은한 군자의 향기를 풍겨 절로 눈길이 그리로 항하게끔 할 것이다
유희춘의 10훈 -
氣像(기상은 단정하고 무거워야한다),
窒慾(욕심을 막는 것),
事親(어버이 섬김에 공애하고 공경하라),
齊家(집안 안에서느 마땅히 마음을공형하게 해야 한다),
守身(노닐고 거처함에 법도가 있으면 반드시 덕 있는데로 나아간다),
處事(일을 처리할 때 이해를 묻지않고 순리에 맞는지만 살펴라),
知人(질박하고 곧으며 순박하고 진실하여 변함이 없고 신의가 있는 자는 바르다),
接物(사람을 아끼지 않을 수 없지만 구차하게 부합하려 해서는 안된다),
戒仕悔遷(벼슬은 꼳개기까지 가면 안되고 중도에 몸을 거두어 전원으로 돌아와야 한다),
文學
이덕형이 고을 원이 되어 가는 아들을 훈계한 글 - 백성 부리기를 큰 제사 받드는 제관처럼 살피고 또 살펴라
김봉조가 아들에게 내린 가훈 - 선대의 가법을 더럽히지 마라(조상을 받드는 일이 어찌 재물의 많고 적음에 달렸겠는가? 조금이라도 조상을 받드는 의리를 아는 자라면 어찌 재력이 넉넉해지기를 기다리겠는가?)
권시가 두 아들에게 남긴 유서 - 젊어 노력하지 않으면 무정한 세월앞에 안타까운 탄식만 남는다. 인생을 빈 배에 싣지 마라, 큰 뜻을 품어 그 길로 매진하라.
홍여하가 아들에게 준 훈계 - 실질을 갖추어야지 겉보기만 븐드르르한 것은 절대 못 쓴다. 저 소나무와 대나무를 보아라. 곧은 절개를 지녀 늘 늠름해도 꽃을 뽑내는 법이 없지 않더냐?
신정이 여러 아들에게 써준 훈계 - 높은 지위를 영예로 여길 것이 아니라 언제나 올바름으로 자신을 검속해 실족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김수항이 아들에게 남긴 유언 - 독서하는 종자가 끊이지 않게 하라
최석정이 아들에게 준 훈계 - 자신을 낮추는 겸손, 잠시도 후투루 보내지 않는 근면, 빈틈없는 꼼꼼함,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침묵. 아들아! 너는 이 네 가지 덕목에 몸과 마음을 푹 담가라
김창집이 아들에게 남긴 유언 - 어떤 일이 있더라고 훈들림없이 공부해라. 독서하는 종자가 끊겨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아서는 안된다.
이익이 고을 원이 된 아들에게 준 가르침 - 결단하여 행하기는 쉬워도 스스로를 지키기는 어렵다. 결단하여 행하는 것은 한때의 용기이나 스스로를 지키는 것은 죽을 때까지의 용기이기 때문이다.
살다가 보면 순간순간 처한 상황에 맞게 딱 떨어지는 좋은 명언들이 있습니다. 어떨때는 그냥 명언인가보다 하겠지만 또 어떨때는 지금의 나에게 딱 맞게 도움이 되는 글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왕이면 평생을 옆에 놓고 수시로 보면서 몸과 마음을 단정히 할 수 있는 그런 글들도 필요할테지요.
옛 선인들은 자식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었는지, 자신은 스스로 어떤 반성을 하는지, 집안은 어떻게 다스렸는지 재미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뒷편에 한문 원문이 실려있어 원문을 보며 해석하는 재미도 나름 좋습니다.
정민교수와 안대회교수 그리고 강명관교수의 책들을 좋아합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역사속의 인물들보다 미시적이고 생활속에 숨어있는 역사속의 일들을 잘 보여주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참고로 푸른 역사에서 출판한 [500년 내력의 조선의 명문가 이야기]도 읽어보시면 재밌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