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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브라운 - 2024년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추천도서
고예나 지음 / 산지니 / 2023년 11월
평점 :
지난달 독서모임 송년모임 때 각자 책 한권씩 가져와서 나누는 행사를 했었는데
회원 한분께서 지인이 쓰셨다고 여러권 가져와서 나눠주셨어요.
제가 뭔가 후기를 써야할 것 같은 물건을 누군가에게서 공짜로 받는걸 싫어합니다.
공짜는 항상 댓가를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그 많은 협찬, 체험기등등의 글은 모조리 스팸등록 및 삭제를 하거던요.
오래전 지인분들이 글쓰기 강의를 듣고 책을 낸적이 있어 책을 선물받았는데 참 후기쓰기가 어려워요.
뭔가 좋은 말을 많이 쓰고 기계적인 중립을 위해 나쁜 말도 적당히 써야 한다는 강박이 필요하죠.
뭐 어쨌던 리뷰를 써볼까합니다.
책 내용은
1919년 고종 승하 몇 개월 전부터 3.1만세운동까지 시기 동안 조선에서
고종황제를 둘러싼 네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고종황제가 해외망명을 여러번 시도했다는 사실은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하네요.(몰랐습니다)
조선의 최고위층 가문의 자제인 미스터 리.
요한이라 불리는 정체를 숨기고 독립운동을 하는 남자.
경성브라운이라는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는 일을 하는 과거가 궁금한 여급 홍설.
전직 궁녀였다가 지금은 하사정이라는 기생집을 운영하는 명화.
네 남녀는 서로 정체를 숨기며 썸도 타지만 결국은 같은 목적을 향해가는 사이가 됩니다.
고종황제는 파리강화회의를 틈타 중국으로 망명을 하여 조선의 독립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계획을 도와줄 사람을 찾다보니 이 네 남녀가 동참하게 되면서 여러 사건이 벌어진다는 내용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이니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뭔가 되게 불편했습니다.
문체가 좀 거슬리거나 그런 건 아니고 사실과 허구를 적당히 섞은 픽션인데
사실과 너무 어긋난다거나 하는게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작가는 이 책을 4년을 준비했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게 오랫동안 준비를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네요.
가령 노비로 나오는 훈길이라는 작자가 이야기 도중 동학혁명을 이야기하면서 갑오농민전쟁 이라고 한다던가 그런거죠.
그 시대에 정말 갑오농민전쟁이라는 단어를 썼을까 하는 생각이 불편함을 가져오네요.
이 외에도 시대상과 너무 맞지 않는 단어들이 자주 툭툭 튀어나옵니다.
고종을 미화한다거나 을사오적에게도 그럴싸한 이유가 있었거니 하는 건 오히려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픽션인데 캐릭터를 그렇게 묘사한다고 해서 뭐 어떻습니까.
요즘은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에서도 독자들이나 관객들은 등장인물의 개연성을 아주 중요시합니다.
이 인물이 이렇게 저렇게 변화를 할때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분명히 필요합니다.
경성브라운에 나오는 인물 중 여럿이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하는지 모호할 때가 많습니다.
훈길은 왜 미스터리를 저주했다가 또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주는지, 와타루경사는 왜 슬퍼하는지
저자가 제시한 이유들은 너무 빈약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은 고종이 사망한 그때 글을 완결시켰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오히려 독자들에게 생각할 꺼리를 더 많이 던져줬을지도 모르겠네요.
고종의 사망 이후 3.1 운동까지의 전개는 작가가 욕심을 너무 부렸다는 생각입니다.
일은 엄청 벌려놨고 수습은 제대로 하지 못하지 않았나 합니다.
필력이 딸린다는게 이런거였구나 하고 확실하게 느낀 책 한편이었습니다.
3.1만세운동을 좀더 자세하고 재미있게 알고 싶다면 [만세열전] 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