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소설을 만났다.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큰 갈등상황없이 밋밋한 내용이지만 그게 오히려 더 마음에 와 닿았다.

힐링이라는 단어를 이럴때 쓰면 딱이다 싶은 책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꿈꾸는 서점대표.

나도 동네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은 로또당첨으로 건물주나 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서점과 관련한 책을 몇권 가지고 있다.

[어느날 서점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http://aladin.kr/p/oGGga

[섬에 있는 서점] http://aladin.kr/p/PUo60

[서점일기] http://aladin.kr/p/NykdL

이 외에도 동네서점을 탐방하는 책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책방을 하겠다는 꿈을 버리지는 못한 것 같다.

한때는 서점이 사양산업이라 서점이 줄어들고 있다고 언론에 많이 나왔지만 어느새 동네서점, 독립서점이라는 형태로 많이 생겨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곳만 해도 여러군데이고 집 주위에도 [당신의 글자들]이라는 동네서점이 있다. 



이 책은 영주라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 같지만 사실 보면 가장 많이 등장한다 뿐이지 대부분의 사람이 주인공인 소설이다.

한사람씩 소개하면서 리뷰를 해보고자 한다.


영주는 휴남동 서점의 대표이다. 성공이라는 목표를 갖고 직장생활을 치열하게 하고 같은 목표를 가진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으나 어느날 번아웃이 와서 남편과 이혼하고 청소년 시기에 가졌던 꿈인 책방을 열었다. 처음에는 그냥 시작했으나 어느 순간 책방을 얼마나 오랫동안 꾸려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가면서 사람들과 어울려가는 사람이다.


민준은 대기업 입사라는 대부분의 사람이 갖고 있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대학생활을 하고 취준생 시절을 거쳤으나 목표는 이루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다 휴남동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커피를 만들게 된다. 커피를 만들다보니 로스팅업체에도 자주 방문하게 되고 점점 바리스타로서 전문성을 갖추게 된다(피동형문장은 나쁜 문장인데 이건 정말 피동이기 때문에 피동형 문장을 씁니다. 피동형문장과 관련해서는 책 중간에 내용이 나와서 일부러 강조합니다). 취업문제로 부모님과 갈등이 있으나 스스로 자신의 길을 생각하며 고민을 정리해 나간다.


전희주는 본캐는 민철엄마 부캐1은 휴남동서점 단골고객, 부캐2는 독서모임운영자인 사람으로 아들인 민철 때문에 속을 많이 썩어 영주와 고민을 많이 나누고 방법을 찾아나가며 한편으로 주부들로만 이루어진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정희주라는 사람 본캐를 찾기도 한다.


민철은 희주의 아들이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것은 다른 고등학생과 다를바 없는데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세상 모든 일이 시큰둥한 청소년이다. 엄마의 강요로 휴남동 서점에서 일주일에 책 한권씩 읽고 영주와 대화하는 타협을 한다. 하지만 책 읽기는 뒷전이고 주로 영주와 대화를 나누지만 차츰 서점의 많은 단골들과 대화를 나누며 청소년시기의 방황을 정리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나간다.


지미는 휴남동 서점에 커피원두를 공급하는 로스팅업체의 대표이며 그러다보니 영주와도 친해진 사람이다. 남편 때문에 속을 썩어 항상 남편 욕을 입에 달고 살지만 영주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이며 민준에게는 좋은 스승이기도 하다.


정서는 휴남동 서점 단골고객이다. 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멍때리고 시간을 보낼 공간을 찾던 중 휴남동 서점을 찾아내고 자주 들러 시간을 보낸다. 처음에는 그냥 멍때리다가 이제는 뜨개질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마냥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수 없어 세시간에 한번씩 음료를 주문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차츰 휴남동 서점의 중요한 인물이 되어가고 있다. 영주에게는 친구가, 민준에게는 커피맛을 감별하고, 민철에게는 좋은 대화상대가 되어준다. 차츰 자신의 속을 다스려 다시 취업의 길로 나서고자 한다.


현승우는 블로그에 글을 쓰는 작가지만 실제는 직장인이다. 한 곳에 꽂히면 끝을 보는 성격으로 어느날 한국어에 꽃혀 공부를 하다보니 어느새 문장 전문가가 되었다. 블로그에 좋은 문장과 나쁜 문장을 가려 글을 쓰다보니 어느새 유명한 블로거가 되었다. 어떤 책의 문장을 감별하다 출판사 대표와 온라인 상에서 논쟁을 벌여 유명세에 불이 붙었다. 작가와의 대화 이벤트로 휴남동서점을 방문했으며 이후 좋은 글쓰기 강의로 휴남동 서점의 주요인물이 되었다. 영주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라고 쓰면 스포일러이겠지만 무시하겠다.


책의 내용은 이 사람들이 휴남동 서점이라는 공간속에서 서로 얽혀 생활하지만 다들 자신만의 고민과 걱정이 있고 어떻게 성장해가는지를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동네서점의 고충도 중간중간 들어있다.

현실적으로 동네서점이 운영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장기적으로 운영은 가능할 것인지, 생계는 충분한지등 서점운영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갖고있는 나같은 사람들에게 함부로 쉽게 생각하면 안된다는 지점을 보여준다.

영주 또한 끊임없이 서점의 미래를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자리를 잡을 것인지 걱정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p57. 책은 뭐랄까,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니라 몸에 남는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아니면 기억 너머의 기억에 남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기억나진 않은 어떤 문장이, 어떤이야기가 선택 앞에 선 나에게 선 나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하는 거의 모든 선택의 근거엔 제가 지금껏 읽은 책이 있는 거에요. 전 그 책들을 다 기억하지 못해요. 그래도 그 책들이 제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그러니 기억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는 것 아닐까요?”

이 부분이 내가 책 읽는 것과 너무 비슷해서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는 책을 읽을 때 굳이 다 기억하려고 하지도 않고 책에 줄을 치거나 메모를 하면서 읽지도 않는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머릿속에 남은 것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인데 없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라 책에 쓰여있는 것처럼 기억 너머의 기억에 남아 언젠가는 무의식으로 내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 생각하기 때문에 작가의 생각에 많이 동감을 했다.

책에서는 마음에 와 닿은 좋은 구절이 많은데 위에 쓴 것처럼 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찾아서 쓰고 싶으나 굳이 그렇게 해야 할까 싶어서 이렇게 마무리하고자 한다.


또 한 구절 생각이 났다.

“하루를 무지 바쁘게, 무지 빡세게 보냈는데 시간만 흘려보낸 것 같은 기분이 싫었던 것 같아. 너는 나중에 이런 기분 느끼지 마. 뿌듯함을 느껴.”

그런 날이 있다. 정말 하루가 너무 바빠서 정신없이 보냈는데 지나고 보면 한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스>에서 이런 장면이 나온다. 누구에게나 24시간이 똑같이 주어진다. 하지만 그와 나의 시간은 밀도가 다르다. 시간을 밀도 있게 알차게 써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쉬어도 어영부영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보내는 것이 아니라 알차게 쉬어야 하고 놀아도 재미나고 신나게 놀아야 한다. 카르페 디엠은 그냥 유명한 명언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간을 현명하게 보내야 한다는 말이다.


ps. 책속의 인물 현승우가 쓴 [문장 잘 쓰는 법]이라는 책이 진짜 있는지 검색해봤으나 없었고 현승우라는 인물도 작가 현승우는 없고 다른 일을 하는 현승우는 있었다. 하하하


ps. 책에서 거론된 책 몇가지는 읽고 싶어졌다. 아리....(왜 아리...인지는 책을 읽어보세요)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랫동안 고민했던 행복이라는 개념에 대한 약간의 실마리가 있을 것 같다. 행복과 행복감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겠고 느낌과 감정은 어떻게 다른지도 알고 싶어졌다(역시 피동형이지만 지금 감정은 책에 의해서 알고 싶어진게 분명하므로 피동형 문장이 맞는 문장이다).

박완서 작가의 [서있는 여자]는 정말 오래전 읽었던 책인데 기억은 잘 안나는데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여주인공의 좌절과 실패 뭐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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