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 이 책에서는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 의사, 의사의 아내, 검은 안경을 쓴 여자, 검은 안대를 한 노인, 사팔뜨기 소년 외에도 택시기사, 호텔청소부, 약국직원 등등 모두 직업이나 겉모습으로 지칭이 된다.

작가는 왜 이렇게 했을까? 이름을 썼다면 쓰기에는 훨씬 더 쉬웠을텐데 말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나는 김춘수의 꽃 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는.

보이지 않으니 이름이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보이지 않으니 이름이 더더욱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동시에 내 머리를 강타했다.

 

2. 이 책에서는 따옴표가 없다.

모든 대화가 다 서술체로 그려지다보니 조금만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이 말이 누구의 말인지 헷갈려 다시 찬찬히 읽어야 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작가의 불친절함인가? 아니면 또다른 숨은 의도가 있는것인가?

 

3. 생존앞에 인간의 존엄은 불필요한 것일까?

죽고 난 다음에 존엄이고 도덕과 윤리가 무슨 소용인가?

배고픔이 어느 정도 해결되고 나니 이제서야 인간의 존엄성이 그들을 불편하게 한다.

 

4. 당신은 지금 눈뜨고 있는 사람인가?

내가 보고 듣고 읽은 것만이 사실이고 진실이라는 오만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려한다는 어떤 이의 말이 떠오르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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