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회색빛 ㅣ 웅진 세계그림책 264
로라 도크릴 지음, 로렌 차일드 그림, 김지은 옮김 / 웅진주니어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일 아침 마법의 주문을 외운다.

"오늘도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놀라운 점은 정말 좋은 일이 생긴다는 거다. 짜증, 실망 같은 불편한 감정이 올라오다가 아침에 내게 건 "오늘도 좋은 일이 생길 거야"가 슬그머니 올라와 미소를 짓게 한다. 물론 모든 일을 덮지는 못할 거다. 예를 들면 '회색빛' 같은 것들.


아이는 오늘 회색빛이라고 한다. 구겨진 종이의 낙서, 구름 속의 폭풍, 길 위의 웅덩이라고 한다. 세상에 나 혼자인 것 같은 느낌을 말하면서 마음이 얼마나 힘든지 알려준다. 


다행히 아이의 곁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손 내미는 보호자가 있다. 

"네 기분이 어떤 빛깔이라도 널 사랑해." 

로버트 먼치의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가 생각나는 구절이다.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회색빛이 따뜻하게 바뀔 것 같은 기분이다.


제목이 '오늘도 회색빛'이지만, 회색으로 칠하지 않았다. 색분필로 글씨를 쓴 듯, 다양한 색으로 쓴 '오늘도 회색빛'. 마음은 회색빛일지 몰라도 어떤 빛깔도 네 마음이고, 아름다운 빛깔로 빛날 수 있음을 말하는 듯하다. 실제로 곳곳에 타공 기법을 사용해 세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마음 먹은 대로 이루어져라 '아브라카타브라'를 외쳐도 별 소용이 없을 때,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마법의 주문보다 더 효과 만점이라는 것을 전해주는 듯하다.

네 기분이 어떤 빛깔이라도 널 사랑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땅따먹기 ㅣ 스콜라 창작 그림책 86
김지영 지음, 남형식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놀이는 순기능을 많이 갖고 있다. 이긴 자가 가져야 할 매너, 패배로부터 얻는 교훈, 규칙의 중요성, 어울림의 가치..... 하지만 이런 경지에 도달하려면 수없이 많은 시간 동안 놀면서 부딪치고,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싸우는 갈등이 수반되어야 한다.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기에 절대적 시간의 총량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다. 


어느 날 작대기 하나 들고 나타나 땅에 선을 그으며 "누구 나랑 놀래? 여기여기 붙어라!"를 외치는 '아이'. 반달가슴곰, 여우, 산양이 아이와 놀기로 한다. 놀이 종목은 바로 땅따먹기! 어렸을 때 손뼘으로 집을 그리고, 납작한 돌멩이를 손가락으로 튕겨 세 번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방금 지나온 길을 내 땅으로 만들 수 있는 바로 그 땅따먹기다. 물론 내가 아는 룰과는 약간 다르지만 보드게임이란 것은 로컬룰이 작용되는 것이니 작가가 경험한 땅따먹기는 이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추억의 한 페이지를 꺼내며 흐뭇하다 '아이'의 반칙이 눈에 띈다. 반칙은 계속 이어지고, 이들이 밟고 있는 공간이 무참히 찢어지기 시작한다. 이기고 지고에 크게 관심이 없고, 날아가는 나비나 파랑새에 더 관심이 많은 산양이 가장 먼저 탈락하고, 손이 두툼한 반달가슴곰도 '아이'의 계략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만다. 


우리 주위에서 이 책의 '아이'같은 아이를 흔히 볼 수 있다. 고집이 쎄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고, 반칙을 했으면서 안 했다고 우기고, 상대방의 마음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 기분이 가장 중요한 아이. 이 아이의 행동으로 이들의 세상이 어떻게 처참하게 변해가는지 느낄 수 있도록 그림을 인상 깊게 그려냈다. '아이'의 승리가 진정한 승리가 아님을 결국 주변엔 아무도 남지 않음을 잘 알려준다. 


책엔 반전이 남아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아이'외에도 그런 '아이'를 너무나 쉽게 용서하고 포용하는 반달가슴곰 같은 아이, 여우 같은 아이, 산양 같은 아이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음을 알려준다. '나랑 놀래?'가 '우리 같이 놀자'로 바뀌는 마법의 그림책이다.

우리 같이 놀자. 여기 여기 붙어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길냥이 사무소 옹샘 1 : 옥수수밭 메롱 사건 ㅣ 저학년 씨알문고 13
오드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고, 본인 한정 명제가 생겼다.

1. 작가의 말대로 고양이는 정말 귀엽다. 

2. 귀여운 것이 세상을 구한다. 

3. 고양이는 세상을 구한다. 적어도 나의 세상은.


세상 귀여운 고양이 5마리가 등장한다. 이들의 정체는 달빛 수사대. 어느 날 갑자기 마을 옥수수밭에 누가 일부러 그려 놓은듯 메롱 모양이 생긴다. 마을 곳곳의 길고양이 급식소의 먹이도 모두 없어지게 되는데, 달빛 수사대는 이 사건을 조사하기로 한다. 


만화와 그림책의 구성을 사용해 글만 있는 책보다 훨씬 재미있고, 그림체는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1권은 캐릭터를 보여주고, 길고양이가 된 사연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도 많다. 게다가 다섯 마리의 고양이 중에서 임시로 달빛 수사대원이 된 고양이가 있어 2권에선 또 다른 대원이 등장하리라 기대하게 한다. 2권에서 일어날 사건도 궁금하고, 이들의 사연도 궁금하고, 새롭게 합류할 고양이도 궁금하다. 벌써 2권이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모두의 한숨 도감 ㅣ 큰곰자리 81
무라카미 시코 지음, 나카다 이쿠미 그림, 윤수정 옮김 / 책읽는곰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냉장고의 여름방학'의 저자 무라카미 시코의 새 책이다. 저자만 봐도 점수를 주고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다. 제목에 '도감'이 들어가서 한숨과 관련된 도감이 새로 나왔나 보다 하다가 표지는 누가 봐도 동화책인데, 속표지는 꼭 그림책 같다. 이 책의 정체성이 무엇일까 긁적이다가 차례를 뒤덮고 있는 한숨 말풍선의 선 모양과 한숨 글자를 이렇게 저렇게 읽으며 '이런 느낌일까? 혹시 이런 느낌인가?' 하다 보면 벌써 책이 재밌어진다. 


란타, 고유키, 고시로, 나나호 그리고 양호실에서 생활하는 유라. 이들이 모둠 과제로 한숨 도감을 만들게 되면서 일어나는 갈등,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 도감을 만들기 위해 인터뷰를 하면서 사건이 풀려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한숨 쉬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 한숨 요정을 갖고 있는데, 이 한숨 요정들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저마다의 내면도 또 하나의 재미 요소다. 이야기 중에 여러 한숨이 나오는데 잠깐 읽기를 멈추고, 이건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하고 꼭 흉내를 내보길 추천한다. 


분량이 좀 되는 편이라 출판사에선 큰곰자리 시리즈로 배정했다. 3-4학년이 읽기에 충분할 것 같고, 2학년이라면 담임교사가 읽어줘도 가능할 것 같다. 나의 한숨 요정 만들기, 모둠 00 도감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몇 장을 읽는 동안 생경한 감촉에 계속 문질러봤다. 다른 책에 비해 두꺼운 종이를 썼다. 빳빳한데, 매끈하고, 부드럽다. 이 촉감이 등장 인물을 더 따뜻하게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게 해줬다.

누구에게나 돌아갈 곳이 필요해 - P24

억지로 하지는 말자, 몸에 안 좋아 - P54

83은 깔끔하잖아.
뭐가? - P93

실수를 하든 삼진을 당하든, 그런 걸로 야단치지 않아. 성적보다는 얼마만큼 진지한 태도로 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해. - P1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문어 1 : 배려 편 - 문해력 어휘력 발달 프로젝트 ㅣ 문어 1
초등문해력교사연구회 지음, 박영 그림 / 픽(잇츠북)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독을 못하는 어린이가 많다. 음가를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없는 글자를 넣어서 읽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해독의 영역인데 일부 아이들을 제외하곤 해독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유창하게 읽는 아이들 중에서도 읽고 난 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상당하다. 독해가 안되는 것이다. 다행히 학생들은 학교 교육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진단, 보정을 받는다. 제 학년 수준의 문해력을 갖추지 못하면 학습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매년 진단하고, 해당 학년 수준을 배우기 위해 또는 좀 뒤쳐졌지만 천천히 배워서 따라갈 수 있는 힘을 갖게 하기 위한 보정 학습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기류 때문인지 요즘 이런 교재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문해력이란 이름을 달고 있지만, 정말 문해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돕는 교재는 많지 않다. 문해력과 어휘력은 글을 읽어야 발달하는데, 글 읽기가 어려운 아이들에겐 지문을 읽어내는 첫 걸음부터 어렵다. 제대로 해독도 못하는데 독해 문제를 풀어야 하니 흥미가 뚝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 교재는 음원을 제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음원은 아주 친절하게 만들어졌다. 먼저 글을 눈으로 읽으면서 귀로 듣게 해준다. 아이들은 귀로 읽을 때 더 잘 이해한다. 그 다음엔 한 문장씩 따라 읽도록 만들어졌고, 마지막으로 음원 속도에 맞춰서 같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 익숙해진다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름도 잘 지었다. 문해력 어휘력 발달 프로젝트에서 '문.어' 라니! 제목만으로도 벌써 친근함이 느껴진다. 아이들과 공부를 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이 공부를 하겠다는 마음인데, 표지 그림과 제목만으로도 확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이야기도 재미있다. 동화책 18권에서 이야기를 발췌해 20회 차의 학습 활동을 만들어냈다. 동화책을 따로 읽어도 "어! 나 이거 문어할 때 읽은 건데!" 하면서 약간의 으스댐과 책에 대한 친밀감을 갖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저학년 수준에 맞는 어휘수에 맞춰 글의 길이를 조절했고, 꼭 알아야 할 어휘를 다른 색으로 표시해 주목성도 갖게 했다. 5일차마다 복습 활동을 배치했는데, 다양하게 구성해서 질리지 않도록 했다. 각 회차의 받아쓰기에 음원을 만들어 놓은 것도 가산점을 받을 수 있겠다. 


기초학력 지도를 해도 동시에 여럿을 하기 어려울 때, 기초학력 지도를 해야 하는데 학생이 따로 시간을 낼 수 없을 때 쓰기에 적합한 교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