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우주라는 미친 생각은 어떻게 상식이 되었는가 - 패러다임을 뒤흔든 논쟁의 과학사
토비아스 휘르터 외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책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닐스보어의 머릿속도 궁금했고, 파장이론을 만들어놓고도 양자역학을 부정한 아인슈타인의 머릿속도 궁금했다. 보르헤스와 토마스 핀천이 만들어낸 세계를 보면서 그들의 머릿속도 궁금해졌다. 무엇보다, 내가 사는 세계와 내가 사는 세계가 아닌 세계도 궁금해졌다.

 

책이 도착하고 보니 독일 사람 두 사람이 쓴 책이었다. 한명은 철학과 수학을, 한명은 물리학을 공부했다. 책 날개에 적힌 재밌는 저자 설명: '이 책을 쓰면서 토비아스 휘르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실제로는 여러개의 세상들일 수 있다는 생각과 친숙해졌다. 하지만 막스 라우너는 다중우주이론을 더욱더 기묘한 이야기로 여기게 되었다.'

 

"그럼 평행우주에서는 이미 죽은 사람들의 영혼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나요?" 어떤 여인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우리의 죽은 선조는 다른 우주들에서 계속 살아갑니다." 미치오 카쿠의 답변이다.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우주, 그러니까 그들이 이미 죽고 사라진 우주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죠. 그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우주를 진짜인 것으로, 우리의 것을 가짜로 여깁니다"(월드 사이언스 페스티벌, 2008년 5월 맨해튼)

이 대화만 뚝 떨쳐놓으면, 마치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법한 대화다. 죽은 자들이 계속 사는 세계라니, 심지어 그 세계에서는 우리가 가짜라니. 이것이 다중우주다. 왜 이런 공상같은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는지, 이론 물리학자들의 설명은 정말 '기가 막히다'. 중세 시대 기독교 사상에서 하느님은 전지전능했다. 그 전지전능을 뚫고 이 세계가 다른 세계가 될 수도 있고 이 우주가 무한히 팽창하고 있다는 주장을 했던 과학자들은 죽어나갔다. 그렇게 보면, 중세란 참으로 많은 것을 겁탈했던 시기였다. 당연히 이런 공상같은 세계에는 수많은 이야기거리를 품고 있다. 보르헤스, 핀천이 만들어 낸 그 세계도, 다중우주에서는 가능하다. 김영하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에 등장하는 노인의 세계도, 다중우주에서는 가능하다.

 

내가 내가 아닐 수 있고, 내가 아닌 것이 나일 수도 있다. 나는 그저 물질이기도 하고, 허상이기도 하고, 스치는 바람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여기까지만 하면 양자역학이다. 더 나아가, 그러니 결국 소유라는 것은 없었고, 나는 공과 같으며, 내 존재는 원래 자유로웠던 존재, 괴로움이 없던 존재라고 하면, 이건 불교적 관점이 된다. 정말. 신기하게 들어맞는다.

 

미친 생각 같은가?

훗. 평행우주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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