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앓이 - 나에게로 떠나는 마음여행
크리스토프 포레 지음, 김성희.한상철 옮김 / Mid(엠아이디)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서른의 경계에 있는 나에게 마흔의 경계에 있는 분께서 선물해주신 책, 마흔 앓이.

마흔이란 나이는 어떤걸까 아직 모호한 서른에게 미리 십년을 내다보는 안목을 겪어보라고 선물해주신 귀한 글들을 틈틈이 읽어내렸다. 마흔. 평균 수명이 80이라고 하면 이제 중반에 닿은 나이. 산을 오르는 사람이라면 정상에 막 다다른 나이. 이십대의 치기도 삼십대의 설뜬 안정도 누려본 나이. 중년이 되어가는 마흔의 나이란 어쩐지 애매모호한 면이 있었다.

 

요새 '치유의 글' 참 많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고 사는 시대인지, 힐링이 중요한 화두가 된지 오래다. 그런데 그 상처 받은 영혼들. 마음들 모두 치유되셨는지 모르겠다. 치유가 된 듯하다가도 그렇지 않은 것 같은, 매일 여전히 같은 생활을 하며 살아내야 하는 도시의 사람들. 이 책은 그런 상처받은 영혼을 위한, 상처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십대를 위한 글이다.

 

*감정을 무시하지 말라. 회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여라.

 

비단 마흔 뿐일까. 직장을 잡고 어느 한 곳에 퍼즐처럼 맞춰진 삶을 살아내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않을 때가 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들을 부인하고, 그저 인생이 잔잔한 강물이듯 흘려보내지기를 기다린다. '시간이 약'이라는, 시간이 '치료해줄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여기서 나온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다가오는 물살이 강하면 일단 그 물살을 피하고 싶은거야 인지상정이나, 이 물살이 보내는 메시지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한번은 강한 그 물살을 온몸으로 받아보라고. 그것이 네가 갈망하는 것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특히 페르소나 (persona)를 쓰고 있는 도시인들에게 외부세계(혹은 타인의 눈에 비친 나의 겉모습)가 아니라 내면을 바라볼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속삭인다. 마흔을 위한 책이라는데, 왜 서른인 나를 쿵쿵거리게 만드는 글귀들이 산적해있는 것일까. '인간' 본연의 모습이 다르지 않기 때문임에 대한 반증일 것이다.

 

* 인생의 전반과 후반의 정점 마흔

 

인생의 전반기까지는 세상에 관심을 집중하고, 외부세계 방식에 편중된 삶을 사는 (혹은 살아야 하는) 사람들. 그러나 중년기에는 외부세계로 향했던 관심을 내부 세계로 되돌리고 한쪽으로 치우쳤던 무게중심을 이동시켜 균형을 이루며 살아야 한다. 마흔의 숙제는 바로 이것. 새로운 정체성에 적응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다른 면에서 보면, 인생의 전반기가 인간관계, 사고방식, 인생의 목표를 '선택'하며 인격을 발전시켜왔다면, 후반기의 사람은 인생 전반기때 정해진 방향으로만 가려던 삶의 방식을 전환해 무의식에 있던 내면의 욕구를 밖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칼 융의 심리학이 여기에 반영되어 있는데, '자기'라는 사람의 본체를 인정하고 개별적 존재이면서 인류에 속한 개인으로서 개개인이 가진 무의식의 능력을 밖으로 꺼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으며, 그것이 마흔의 나이에 할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성장과 균형의 정점에서 마흔을 논하다

 

아직 결혼도 해보지 못한 처녀의 입장에서, 중년부부가 맞는 위기는 막연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책 마흔앓이의 저자는 중년의 부부가 '왜' 함께 성장하지 못하고 삐걱거릴 수 있는지에 논리를 부여하고 있다. 함께 일생을 하기로 했어도 결국 개개인의 성장 속도는 다르다는 것이 바로 문제의 '근원'인 것이다. 인간 개개인의 인생 전반기와 후반기에 삶을 보는 시각과 태도가 다른데, 부부라고 한들 자아실현을 위한 길을 걷는 속도가 같을 수 있겠다는 거였다. 한쪽이 인생 전반기의 법칙을 고집하며 사는 경우 (페르소나가 인생 전반기의 법칙을 지배한다고 이 책은 전제하고 있다) 상대가 이미 그 법칙과 삶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면, 부부관계는 파탄에 이를 수 있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그 해결법으로, '자율적인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배우자에 대한 정서적 의존성을 줄이는 대신 그것이 '덜 사랑하는 것이라고 여기지는 말라'고 충고한다.

 

*죽음과 삶의 정점에서 마흔을 읽다

 

자녀만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중년에는 부모를 잃을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낼 수도 있다. 죽음은 인간의 한계이지만, 그것을 인식하고 현실에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말라는 것이 책의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이다. 안전한 울타리였던 부모의 죽음을 통해 우리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러므로 그 어느때보다도 단하나뿐인 너의 삶을 살라는 것이다. 이것을 먼저 인지한 철학자들의 명언들이 그래서 의미있는 것이라는 역설도 놓치지 않는다.

 

우리는 인생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가 평생 완수해야 할 과업이며,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본문 178.

 

내적인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는 인생의 어떤 시기이건 매우 중요하다. 묵은 허물을 벗고 새 사람이 되기 위한 준비과정이기 때문이다. 허물을 벗어내기 위해 내면의 고통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심리적인 후퇴를 통해 강건해진다는 역설의 매력에 빠지는 시간이었다. 내적인 강건함, 치유의 시작이자 그 정점에 있는 단어가 아닐까.

 

-내면의 변화에 대해 진중하게 논의하는 데 있어, 도구로서의 언어가 무자비하게 가벼웠다는 점과, 자기계발서적 같은 체크리스트로 인해 받은 정서적 이탈감에 대해서는 조금의 마이너스 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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