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일요일들
은희경 지음 / 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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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블라인드를 걷지 않은 채 천둥이 몰아치는 하늘을 느끼고 있다. 내 곁에, 비오는 아침을 뚫고 나를 찾아와준 은희경의 첫 산문집이, 있다.  

처음에 이 책을 고를 때, 단지 두가지 조건이면 됐다. 첫째, 은희경의 산문집이다. 둘째, 가볍게 읽을 책이다. 그리고는 서둘러 책을 주문했다. 하루 오전 시간이면 금새, 이 책을 읽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막상 책이 도착했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열었을 때, 나는 첫번째 글을 읽고 도저히 이 책을 가볍게 휙휙 읽을 수 없다는 내 마음가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작가가 책상에 적어둔 글귀, 트위터에 적은 글귀, 주고 받은 문자들이 쓰인 날씨, 시간, 공기를 음미해야 이 글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은 가벼운 산문을 명목삼았으나, 조용한 일본식 식당에 앉아 한알 한알 밥을 젓가락으로 떠먹으며 음식의 모든 향과 맛을 느끼듯, 그렇게 읽어야 할 책이었던 거다. 

결국 나는 오전 몇시간에 할애하기로 했던 이 책을 조금씩 조금씩 씹어 먹듯 천천히 읽고 있다.  은희경의 문체가, 그러하듯이.  

블라인드를 걷지 않은 아침, 나는 창문 틈으로 숨어 비내리는 서울을 훔쳐보았다. 은희경이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작업실의 일상을 전해받는 것 처럼, 그렇게 나도 비오는 서울과 따뜻한 커피와 그리고 이책을 조심조심 한장씩,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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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졌을 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 혼자있는 시간. 62p.   

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일반적인 다수가 아니라 나에게 중요한 어떤 사람들이다  -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친절한 네가 있어 나는 거짓 절망도 위태로운 타락도, 그리고 구차한 구애도 할 필요없이...유쾌하다. 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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