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틀
루스 베네딕트 지음, 노재명 옮김 / 북라인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일본에 다녀왔다. 처음으로, 별로 가볼일이 없을 것 같은 일본, 그렇지만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을 것 같은 나라 일본에, 다녀왔다. 

이 책은 내 일본 여행을 위해 계획된 책이다. 그래도 일본에 가는데, 일본 관련된 책 한권은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면서 다카다노바바역이 보이는 호텔안 조그만 싱글룸 침대위에 커다란 베개를 의자삼아 읽었다. 미국인이면서 한번도 일본을 가보지 않았던 저자가 보는 일본은 그대로 인류역사적 시각에서 최대한 객관적인 눈으로 투영된다. 그중에 놀라웠던 것 몇개만 소개하자면, 역시 일본이 가진 忠의 개념과 사무라이 정신, 등등이겠지만 이건 한국 역사 교육을 받은 이라면 어렸을 때부터 알 수 있는 내용이고 (한국에서 역사를 배우지 않았더라도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면 충분히 경험했을 법한 내용) 내 입장에서 가장 특이했던 것 몇개를 소개하자면. 

1. 일본 항공사 JAL에서 나온 기내식은 너무나 예뻤다. 기내식인데도 깜찍하고 귀여운 벤또의 모양에 귀여운 도시락통. 그런데 일본의 벤또는 상당히 모양을 중시하는 모양이었다. 그러고보니 일본인들은 하나같이 앞에서 친절했다. 그 사람의 본 모양이 어떻듯 일단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는 아주 친절하고 상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와세다에서 먹은 벤또들도 하나같이 어찌나 귀엽고 깜찍하던지, 일본의 조그맣고 깜찍한 '포장'들이 일본에게 갖게된 나의 첫 느낌이었다.  


 
2. 그들이 군대를 어떻게 이용했고 대중의 지지를 어떻게 받게 되었는지 알게되면 치가 떨린다. 이제 책 내용을 좀 훔쳐오면, 

 메이지 정치가들은 정치에서는 국가의기능이 미치는 영역을, 종교에서는 국가신도의 영역을 신중하게 구분했다. 이들은 여타의 영역은 국민의 자유의사에 맡겼다...당시 군대에서는 가문에 구애받지 않고 본인의 실력만으로 누구든지 병사에서 장교까지 출세할 수 있었다. 이렇게 철저하게 실력주의가 실행된 분야는 군대 이외에는 없었다. 이런 점에서 군대는 일본인 사이에서는 매우 좋은 평판을 얻었다. 127. 

군대가 선택한 방법은, 군대가 일반 민중의 지지를 얻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수단이었다. 똑똑하지 않은가, 여론이 강한 일본에서 그들이 택한 민중끌기 방법.  



3. 동양 여러나라의 국민은 과거에 빚을 진 사람들이다. 동양인이 조상을 숭배한다는 말은 전적으로 조상에게만 향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과거의 일체 사실에 대해 인간이 지고 있는 채무를 인정하는 의식이다. 더구나 동양인이 부채를 지고 있는 대상은 과거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과의 일상적인 접촉이 그의 채무를 증대시킨다. 중국어나 일본어에도 Obligation 에 해당하는 단어가 있기는 하지만, 그말은 완전한 동의어가 아니다. 그 단어가 지니는 고유한 의미는 영어로 번역할 수 없다. 일본어의 관용적인 용법으로 이 말은 Obligation, loyalty, Kindness, 와 love에 이르는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다. 137  



4. 일본에 가기전에 누군가 일본에서는 누군가를 함부로 도와줘서는 실례가 된다고 알려준적이 있다. 왜 일본인은 불필요한 '온'을 입고 싶어하지 않는가. 우연히 드럭 스토어에서 화장품을 고르다가, 지나가던 점원이 나에게 '스미마셍'이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지나치면서 속으로는 참 신기하다, 왜 안녕하세요가 아니고 죄송합니다.라고 하지 하면서도 그냥 넘겼는데, 작가가 짚어준 해석은 이렇다.

온을 입는 다는 것 자체는 일본인들에게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다. 일본어의 '아리가또'는 곧 'This is difficult things'라는 뜻을 담고 있다. '스미마센' 역시 이들이 가진 온'을 대변하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당신이 나에게 지금 온'을 베풀지만 '나는 이 사람에게 온을 제공할 기회를 갖지 못했으니 이런 은혜를 받아 좀 쑥스럽다'는 뜻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죄가 마음을 편하게 하고, 내가 이 사람에게 온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어에서 아이(愛)는 love를 의미한다.그러나 원래 아이라는 말은 아랫사람에 대한 윗사람의 사랑을 의미하는 말이다. 서구인은 이것을 온정주의 paternalism이라고 느낄지도 모르다. 일본어에서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애정을 의미하는 말이다. 142


놀랍지 않은가,

미국인 인류학자의 일본 바라보기.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일본의 모든 것을 연구하겠다고 나선 그의 열정이 빚은 연구. 1944년 서양인의 눈에서 바라본 동양은 놀랍고 신비스러우며 어딘가 많은 것을 감춘듯 보였음에 틀림없다. 

 

즐겁게 읽고 있다. 새롭게 일본과 일본인, 일본 문화를 바라보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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