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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태도 - 15년 동안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배운 삶의 의미
박지현 지음 / 메이븐 / 2022년 9월
평점 :
늘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이다보니 마음이 지쳐갔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움직이는 것 조차귀찮아 졌다. 쉬고 싶고 위로받고 싶고 멍 때리고 싶었다. 마음이 지치니 생각하는 폭이 좁아졌고, 생각의 감각이 무뎌져갔고 나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졌다.
처음으로 책을 읽으면서 메모도 하지 않고, 포스트잇도 붙이지 않고, 누워서도 읽으며 가장 편안하게 읽었는데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책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중에서 불륜으로 남편과 친구를 살해했던 여자, 그리고 누명을 쓰고 21년동안 옥살이를 해야 했던 장동익의 이야기는 내게 많은 고민을 남겼다. 두 사람을 살해하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살아도 살아있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여자, 그리고 옥살이 중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며 너무 아프고 복수심에 불탔을 텐데 자신이 힘들어 진다는 걸 알기에 용서를 선택한 장동익.
마음으로야 용서가 가장 좋은 방법인 걸 알지만 그것이 마음대로 된다면 그게 사람인가. 도대체 얼마나 더 살고 더 많은 아픔을 견디며 무뎌져야 장동익의 상황에서 용서할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대단한 사람이다. 매일같이 일희일비하고 손해보면 바보라는 생각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언제 깨닫게 될까. 장동익으로 인해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었다.
힘들 때마다 잘하고 있다고, 어떻게든 될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라는 저자의 글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아파도 위로해주고 싶고 안아주고 싶을 때 정작 자신에게는 어땠는지,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는 말. 남한테 잘하기에 앞서 자신에게 먼저 잘하라는 위로의 글이 가슴 한켠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책을 읽을 때는 늘 메모하고 포스트잇 붙여가며 공부하듯이 독서를 해왔는데 이 책은 누워서도 읽고 출근하면서도 읽고 머리가 복잡해 질 때마다 아무 생각없이 읽었다. 그냥 좋았다. 사람 냄새나서 좋았고 따뜻해서 좋았고 저자가 느꼈을 순간순간의 감정들이 고스란이 내게로 전달되어 많이 안타깝기도 했고 즐겁기도 했다. 저자는 카메라로 사람이 감동받을 수 있다는 걸 느꼈다면 나는 책으로 이렇게 감동받고 위로받을 수 있음에 많이 놀랬다. 올해 읽은 도서 중에 가장 따뜻한 책을 만나 많은 위로를 받았으며 잔잔히 미소를 머금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