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쥐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평점 :
예전부터 해리 홀레 시리즈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고 참 읽고 싶었지만 이 출판사가 해리 홀레 시리즈를 순서대로 내주지 않는다는 악명 또한 들어왔기에 다소 망설여졌다.
딱 남들만큼 존재하는 내 강박증은, 책이든 만화든 영화든 스토리가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시리즈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고 뇌에 직접적으로 명령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손가락만 빨다가 해리 홀레의 탄생과도 같은 소설인 박쥐가 출판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얼른 구매했다.
잔뜩 기대감에 젖어 두근두근.
일단은, 주인공인 해리가 정말로 마음에 들어서 반은 먹고 들어갔다. 애초에 주인공 때문에 소설을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인공의 매력도에 집착을 하는지라, 캐릭터 50, 스토리 30, 나머지 20 정도로 일찌감치 측정을 해버린다. 스토리가 좀 별로라도 읽다가 소각장에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엉망이 아니라면야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마저 해버린다.
해리 홀레 다른 시리즈는 안 읽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박쥐는, 등장인물도 스토리도 가히 최고였다.
내가 느끼기에는 다소 늘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지만 원래 외국 소설이 다 그런 걸 뭐.
해리와 함께 매의 눈으로 범인을 찾아다니다가, 혹시…… 혹시…… 저 사람이, 라고 의심을 했는데 나중에 정말로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게 밝혀지고 난 뒤에, 어쩐지 기쁨 보다 씁쓸함이 더 컸다.
아무래도 해리보다는 아니지만 내심 마음에 들었던 사람이라서 그럴 거다.
또 해리만큼이나 좋아했던 캐릭터의 죽음이 날 충격과 경악의 도가니로 빠뜨렸다. 개인적으로 그 사람이 시리즈 내내 나와 주기를 바랐는데. 그 사람이 죽고 난 뒤 해리가 느낀 상실감이 내가 느낀 상실감과 비교해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을 거다. 그 부분만 여러 번 읽고 또 읽었으니까.
뒷부분에라도 사실은 거짓말이었지롱! 살아있었어! 라고 해주길 원했는데 역시 그건 너무 큰 바람이었나보다.
기적은 존재하지 않았다.
헤리는 커다란 상실감을 안고 조국으로 돌아가게 됐고 그가 원하던 원치 않던 딱 그 만큼의 성장을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해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완벽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한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한심해 하면서도 충고를 해주고 싶어 하면서도, 함께 공감하고 웃고 사랑스러워 하는 것이다.
다음 편인 바퀴가 6월 달에 나오기 때문에 그 전까지 해리와는 잠정적 이별을 해야겠지만 영원한 이별은 아닐 테니.
얼른 바퀴가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