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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언덕의 안개
김성종 지음 / 새움 / 2015년 3월
평점 :
소설이 재미있어서 계속 읽기는 했지만 주인공이 내가 안 좋아하는 부류의 캐릭터라서 좀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빨리 읽히는 것과는 별개로 다른 소설과 병행하며 읽느라 좀 긴 시간동안 내 주변에 자리했다. 결코 좋아해서 옆에 오래 놔둔 것이 아니란 점이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연작 추리소설은 온다 리쿠 작가님의 「코끼리와 귀울음」이 후 오랜만이라서 감회가 새로웠다. 단편으로 이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주인공이 연이어 나오는 스타일의 소설은 꽤 좋아하는 편이다. 그 주인공이 설령 나와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사실 소설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소설 속에 나오는 카페 죄와 벌의 여사장이 좋아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여자를 주인공으로 했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
미모의 중년 여성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사건들의 향연. 좋지 않은가.
게다가 마지막 편에서는 이 이야기는 이걸로 완전히 끝! 이라는 듯 엔딩을 처리해서 다소 아쉬웠다. 그 결말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어딘가 로맨틱한 감도 있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느껴졌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주인공의 딸이었을지도 모를 어떤 여인의 이야기였다. 결국 그녀가 진짜 그의 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딸이지 않을까. 문득 슈테판 츠바이크의 「낯선 여인의 편지」가 떠올랐다.
전체적으로 안개가 자욱하게 낀 느낌을 받는 소설들과 주인공이 좋아하기 때문에 자꾸 등장하는 와인 `도망간 여자` 때문에 어둡게 내리깔린 구름을 벗 삼아 진한 레드 와인을 마시고 싶게 만드는 소설.
하드보일드한 소설이라서 읽는 사람 또한 하드보일드 하게 만든다면서 머쓱하게 웃어버리면 그 뿐이다.
2007년 8월에 살라메 살해 현장이었던 그 길을 걸어가다가 28년 전 내가 일했던 펍 `블랙로즈` 앞에 앉아 있을 때 느닷없이 몰려왔던 안개, 암살 코스 답사의 마지막이 되어버리고 말았던 그곳의 안개, 악마의 입김이 만들어낸, 사람과 차를 오도 가도 못하게 만드는 런던의 치명적인 안개를 생각하자 나는 그만 형체도 없이 안개 속에 녹아버리는 것 같았고, 그래서 밤늦게까지 달맞이언덕의 또 다른 안개 속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칠리아 산 와인인 `도망간 여자`만 마셔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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