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할 때 최대의 약점이 무엇일까?
술 마시고 바람 피우고 도박하고....
이런 게 아니다. 그건 약점이 아니라, 잘못이기 때문에 그냥 잘못했습니다, 하고 납짝 업드려 있으면 된다.
진짜 약점은 책을 읽는 것이다.
책을 사 모으는 일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아니, 책 읽는게 약점이라니? 책방사이트에 와서 무슨 찬물 끼얹을 일 있나?
그게 아니라, 생생한 사실이다.
내가 저지른 최대의 잘못은 평생 책을 사랑하고, 책을 가까이 하고, 책을 읽었다는 사실이다.
부부싸움 할 때마다 이게 걸린다. 아내 왈
"책 읽었다는 사람이 말을 그것 밖에 못해요?"
"책 읽었다는 사람이 그래 그런 것도 몰라요?"
"아빠는 그렇게 많이 알고 양심적으로 살았다고 하면서도 엄마심정을 이해 못해줘요?"
......................
할 말이 없다.
차라리 술 먹고 난봉 부리다가 말년에 얌전히 수그러 들면 대접이나 받지,
이건 초장 부터 책 읽는답시고 원칙과 논리와 진실... 뭐 이런 걸 따지고 살다보니 잡히는 약점이 너무나
많은 법이다.
그래서 보나마나 남편이 죽으면 제일 먼저 내다 팔 물건은 바로 책일 것이다.
이건 보나마나 뻔한 일이다.
안되겠다. 내발로 먼저 뛰겠다고 평생 모은 책을 몽땅 팔아버리려고 몇 개의 블로그에 썼는데(서재 째 몽땅 팝니다.), 아무런 반응도 없다. 이래저래 책 사 모으느라고 돈 못 벌고, 책 읽느라고 눈 다 버리고, 책 읽는다고 딴 재주 못 배워 먹고 살 호구지책이 없고,
책읽는다고 아내에게, 애들에게 지청구 먹고,............. 그래도
이젠 오고 갈 데 없는 신세가 되니 생전에 배운 도둑질이 이것 밖에 있나?
어제도 하루 종일 도서관에 틀어박혀
있다가 오고 말았으니
책 읽는 사람들이여,
늦기 전에 책에서 손을 떼고
현찰을 거머쥐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