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 합니다.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징역의 열가지 스무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 버리는 결정적인 사실-여름징역을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C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 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위의 글은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에서 따온 것인데, 매우 공감이 가는 구절이다.
나름대로는 이렇게 바꾸어 보고 싶다.
"돈이면 다 된다고 하지만, 없는 사람들에게는 웬수놈의 돈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돈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돈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증오하게 만든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주어진 봉급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는 서민들에게는 피치 못해서 돈을 써야하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 아내나 자식들을 단지 돈 먹는 하마쯤으로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밥 한끼 먹는 것을 가장 감사하게 느끼며 온 몸으로 삶을 지탱해 나가던 저 가난했던 시절의 원시적인 가족애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돈 때문에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 부터 미움을 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아내가 대형 사고를 쳤다.
모 생명보험회사의 대출을 받았는데, 이자와 연체료가 7개월이나 밀려버린 것이다.
애들 세 명이 한꺼번에 대학에 들어가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던 모양이다. 겁에 질려서 나한테는 아무말도 못하고 속인게 화근이 되었다. 채권회사에서는 두 말없이 경매에 부쳤고 겁에 질린 나는 동생의 도움으로, 동생 명의로 대출을 받아 황급히 막았다. 아내는 친정에는 말도 못하고 시집인 우리 형제들은 모두 아내를 성토한다. 나 부터도 아내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돈 문제로 더 큰 일이 없는 것만해도 나는 감사할 뿐이다. 몇 백만원의 이자와 연체료를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되고, 어제 이윤구 한적 총재의 특강을 들으며 그 돈이면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극빈국 어린이 수천 명을 살릴 수 있는 돈인데.... 하는 생각을 하면 그저 죄스럽기만하다. 그러나 때로는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일도 있는 법,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