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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1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김현의 <현의 노래>가 아닌< 칼의 노래>를 펼치니 첫 장에 이런 말이 나온다.
"2000년 가을에 나는 다시 초야로 돌아왔다. 나는 정의로운 자들의 세상과 작별하였다. 나는 내 당대의 어떠한 가치도 긍정할 수 없었다. 제군들은 희망의 힘으로 살아있는가? 그대들과 나누어 가질 희망이나 믿음이 나에게는 없다. 그러므로 그대들과 나는 영원한 남으로서 서로 복되다. 나는 나 자신의 절박한 오류들과 더불어 혼자 살 것이다."
세상과 화해할 수 없는 작가의 고독한 내면이 솔직하게 표현되었다. 작가는 이렇게 소위 당대의 희망이라는 것과 한 발자욱 떨어진 자리에서 세상을 관조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아니 그 자신은 그럴 수 밖에 없음을 안다.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것이 또한 우리의 삶이 아닌가? 어떻든 이 세상과 화해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기 때문에 저자는 다시 거리로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희망이 사라진 시대이다.
어떤 구석을 둘러보아도 암담한 구석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희망을 거둘 수가 없다. 희망을 거두어서는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희망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희망은 아마도 사랑에서 잉태될 것이다.
사랑은 생명의 근원이고 희망은 생명에서 비롯된다.
여성적인 것이야 말로 우리를 구원한다는 말이 바로 이것이리라.
절망의 땅위에 오늘도 사랑의 결실로서 여성은
수태하고 출산한다.
하나의 절망이 독버섯 처럼 번져나갈 때
또 하나의 아주 연약한 희망이 태어난다.
끝없는 싸움과 같은 희망과 절망의 대결은
지금 승산이 없어 보일지라도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
자신을 던져서 아주 작은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깜짝 놀라게 된다.
완고한 세계의 구조는 사악하지만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연약한 팔다리가
희망의 가교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