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믿음이라는 건 순진한 속임수일지도 몰라. 적어도 여러 가지 소박한 속임수에 의해 지탱되는 삶에서는 말이다. 지상에서 내게 허용된 시간이 다 끝난 뒤에도 무언가가 더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이 어떤 신에 의해 창조된 곳이고, 어떤 종교가 다스리는 곳이든 말이야. 아니면 우리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또 다른 세계라도 괜찮겠지. 우리가 다시, 그리고 영원히 만날 수있는 곳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을 거야. 그곳은 공기나 물일 수도 있고, 고즈넉한 저녁이나 살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일 수도 있어. 그러면 우리는 저마다 대성당을 지어 그런 신-어떤 이름으로 부르든지간에-에게 바치겠지. (중략) 내 대성당은 내가 어디를 가든지 함께 가져가고 싶은 말로 세울 거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 "산타리타" "부간비야" 같은 말과 너희 둘의 이름, "리아"와 "마테오"를 벽에 새겨 넣을 거라고.
나는 그 대성당 속에서 살아갈 거란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나의 대성당, 아니면 너희의 대성당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장차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간에 과거의 우리, 그리고 영원히 변하지 않을 우리의 본질을 통해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테지. - P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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