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에서 온 아이 큰 스푼
이규희 지음, 백대승 그림 / 스푼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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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는 그저 이쪽도 저쪽도 서로를 믿지 못하고, 죽고 죽이는 전쟁이 죽도록 미웠다."

 

 

한국 전쟁. 6월 25일에 일어난 이 전쟁이 벌어진 지 70년이나 되었다. 6·25 전쟁 70주년을 맞아 아직도 휴전 국가인 우리나라를 돌아보는 이야기들이 뉴스를 비롯하여 신문 기사, 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나오고 있다. 24일, 어제 장진호와 평남 개천, 평북 온산 등지에서 전사한 국군용사 147위의 유해들이 고국땅으로 돌아왔다는 뉴스를 보았다.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혹한 속에서 고향을 그리며 눈을 감았을 그들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이 아른거리지 않았을까. 얼마나 춥고 배고프고 힘들었을까. 휴전 상태이긴 하지만, 전쟁을 몸소 겪어 보지 못한 우리 세대는 감히 이렇다 추측하는 말을 꺼내기 쉽지 않다.

 

요즘 아이들은 전쟁이 무어라고 여길까. 아이들이 읽는 동화라면 전쟁을 어떻게 그려 냈을까? 미화할까? 혹은 아주 적나라할까? 아이들이 알아듣기 쉽도록 어느 정도까지는 잘라 내기도 했을까? 누구의 입장과 시선으로 썼을까? 책을 읽기 전에, 특히 아이들이 읽는 책이라면 더욱 그런 고민들을 많이 하고 읽게 된다. 저자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느냐에 따라서도 이야기의 결은 아주 달라지기에. <장진호에서 온 아이>는 장진호에 살았던 '강우'라는 아이의 시선에서 한국 전쟁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시간 순으로 저술된 동화이다. 아이의 시선이기에 어른들의 이해관계가 적나라하지도, 전장 한복판의 참혹함이 드러나지 않는데도 책을 읽는 내내 이곳저곳에 많은 사람의 슬픔이 묻어난다. 1950년은 참으로 그러한 시대였다.

 

 

 


 

 

 

장진호는 한때 아이들의 웃음꽃이 가득한 놀이터였다. 그러나 남과 북으로 나뉘어 전쟁이 벌어지고, 이곳에는 아이들의 발자국과 썰매 자국 대신 군인들의 발자국이 찍히기 시작한다. 총소리와 대포 소리, 날마다 남편과 아들을 잃은 마을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날마다 장진호 아랫마을인 하갈우리를 뒤덮었고, 미군과 중공군은 장진호를 에워싸고 서로 밀고 밀리는 전투를 벌였다.

 

삼팔선이 가로막히기 전까지만 해도 서로 사이좋던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공산주의를 좋아하는 무리와 싫어하는 무리로 나뉘더니, 아이들마저도 편이 갈리고 말았다. 강우 가족 역시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함흥목재'를 빼앗기고 형까지 강제로 인민군에 징집된다. 아버지 역시 인민위원들에 쫓겨 달아나다 인민군에 끌려가셨고, 할아버지는 인민재판 중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시고 만다. 할머니는 돌아올 가족 생각에 피난길에 오르지도 못한 채 홀로 고향에 남았고, 강우는 어머니, 동생인 강희와 함께 남쪽으로 피난길을 떠나다 다리가 끊어져 졸지에 혼자가 된다. 그리고 길고 긴 피난의 여정이 시작된다.

 

 

   

 

 

 


 

 

 

한 뉴스 기사에서 나온 바에 따르면, 이제 북한에 남은 국군포로는 대부분 90대라고 한다. 몇 명 남지 않았다고도 한다. 휴전이라는 말에 가리어 7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버렸다. 삼팔선으로 갈린 남한과 북한. 불타 버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대남 전단 살포. 복잡한 사건사고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지만, 전쟁의 이면에는 아직도 전쟁의 후유증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전쟁에 동원된 사람들이 실은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형이고 오빠... 가족이라는 사실이 <장진호에서 온 아이>를 읽으며 한번 더 절실하게 와 닿았다. 비록 아이들이 읽는 동화이지만, 오히려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전쟁의 모습이 더 적나라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요즘같은 시기이기에 더더욱, 이 동화 안에 이규희 작가가 담은 이야기를 찬찬히 읽어 보라 권하고 싶다. 손과 발이 추위에 갈라지는 줄도 모르고 피난길에 올랐던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슬픔, 두려움, 그리움이 이 동화 안에 녹아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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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 풀컬러 일러스트 에디션 아르볼 N클래식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알레+알레 그림, 강수정 옮김 / 아르볼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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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허버트 조지 웰스 저, 강수정 옮김, 그림 알레+알레, 지학사(아르볼), 216페이지, 발행일: 2020년 5월 20일

 

허버트 조지 웰스는 (연표를 참조하였을 때) 생전 100권 이상의 많은 책을 냈던 작가이다. 그의 책이 어떤 결로 쓰여 있는지 이 책 한 권만으로는 알 수 없으나, 다작(多作)했다는 사실과 <타임머신>의 내용으로 유추해 보건대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허버트가 저술한 <타임머신>은 현실 세계를 배제한 책은 아니었다. 그러나 주인공이 새롭게 만나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들의 특징을 세세하게 설정하고,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설정된 개별 인물의 외양 묘사나 신비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겪는 주인공의 시선이 이야기 안에 절묘하게 어우러져 보는, 생각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다만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물들이 서로 완벽하게 소통할 수 없는 데서 오는 아쉬움은 있었다. 상상력으로 구축된 세계이기는 하지만 글을 풀어내는 방식이 <나니아 연대기>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처럼 풍부한 세계관의 설정이 되어 있는 작품들과는 사뭇 달랐고, 분량은 단권에 그치지만 상상의 인물과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 <모모>와도 또한 달랐다.

(이 세 작품은 판타지 분야에서는 워낙 유명하기에 본작과 비교하기 위해 예시를 들기 좋아 가져 온 것이다. 참조.*)

 

물론 저마다의 분량이 다른 데서 오는 차이도 있으리라 싶지만... 그래도 <타임머신>은 오히려 이들보다 짧게 설명하고 이야기의 전개 속도가 빠른 편이어서 읽는 데 억지스러움을 그리 많이 느끼지 않았기도 하거니와 독자의 상상력으로 대신 채울 수 있는 부분도 있어서 좋았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풀어 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시간과 공간을 체험하는 주인공 '시간 여행자'가 그를 제집에 찾아 온 손님들에게 설명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다른 세상에 대해 접근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피로감을 덜 느끼기도 했다. 마치 내가 시간 여행자 옆에 둘러 앉아 함께 이야기를 듣는 다섯 명 중 하나였다는 듯이.

 

 

 

 

 

또한 책을 보면서 가장 많이 생각 났던 영화는 바로, <맨 프럼 어스> 였다. 이 영화 역시 주인공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제 경험담을 주변인들에게 조용히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임머신>과 동일하게 느껴지기도 하거니와, 마지막에는 독자에게 긴장감을 일으키는 반전(?)의 장면/내용이 나오고 있어 재미를 준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볼 때 여러 의자에 둘러 앉아 조용하게 켜지던 촛불의 일렁임과 어둑어둑하게 해가 저문 시간의 고요함이 인상적이었는데, <타임머신>의 묘사를 읽으며 그 장면을 볼 때가 아련하게 떠올라 (나 홀로) 인상 깊었다.

시간 여행자가 다녀왔던 미래 공간, 미래 세계의 인물들은 지금과 비교하면 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도, 표현도, 감정도 제한적이다. 지금의 세계도 자본에 따라 계급에 따라 분할되어 있는데 상상의 세계 역시 지상과 지하로 분할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입맛이 썼다. 인간은 끊임없이 발전과 발달을 추구하는데, 정작 지켜본 미래의 모습은 퇴보에 그치는 것을 지켜본 시간 여행자의 마음을 상상해 봤다. 그러고 있자니 현재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바뀐다던 <어벤저스>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마치 수많은 가능성들 중에서 희망이 보이는 유일한 방법을 지켜보고 돌아온 닥터 스트레인지의 기분이 이랬을까 하며 말이다.

<타임머신>을 보며 든 생각에 대해서도 살짝 언급해 보면, 우선 제목에 들어간 반짝거리는 박의 색깔은 타임머신의 본체 색을 떠올리게 했다. 둥글리고 기울이고 꺾고 휘어서 나열한 타이포그라피는 시간 여행자의 생경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시간을 건너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순간들을 직간접적으로 느끼게도 했다. 그 시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신비롭고 고풍스러운 그림은 텍스트와 잘 어우러진다. 그 덕분에 글의 맛이 한층 살아 나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글 자체도 이전에 보았던 책과 영화, 편집 방식에 대한 고민 등 여러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지점들이 있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그나저나 시간 여행자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802701년의 세계, 그 이후까지 닿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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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안전가옥 쇼-트 2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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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 <칵테일, 러브, 좀비>, 기획: 안전가옥, 발행일: 2020년 4월 13일, 페이지; 166쪽


인스타그램에서 연인에게 맞거나 협박당했던 경험을 그림으로 그려 낸 '아리' 작가의 그림도, 네이버 웹툰에서 아버지에게 친족 성폭력을 당했던 딸의 경험을 그린 <27-10>이라는 작품도 본 바 있었는데, 이 두 작품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도 세상 어딘가에서 이런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무겁게 느끼게 해 준 이야기들이다. 이야기 한 편이 그저 듣고 넘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대하고 관심을 가질 때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키는지도 이 작품들을 통해 보기도 했고.

그래서 이 책을 집어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소설은 소설로 읽을 수도 있는 것이지만... 누군가의 삶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보고 그냥 탁 덮어 버리고 말기에는 이 소설이 생각보다 현실적이었다.


<칵테일, 러브, 좀비>에 담긴 이야기는 우리 집에 살거나 / 내 옆집에 살거나 / 길을 지나가다 보는 어떤 이의 회고록일 수도 있고, 또 신문이나 방송에 나는 단신(짧은 보도)이나 기사, 뉴스에서 보고 넘어가는 일이기도 하며, 실제 벌어지는 일에 허구의 것이 가미된 상상력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한국이라는 공간에 사는 여성, '나'라는 인물이 겪는 일들이 크고작은 공감대를 형성하게도 하고, 회사에 다니며 고달픈 하루하루를 사는 중년으로서의 '아버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도 되고, 가족을 부양하며 똑같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 지친 '어머니'의 쓸쓸한 상을 녹여 냈다는 데에도 시선이 간다. 나는 책을 읽으며 자못 마음이 불안하고, 안타깝고, 힘들어지기도 했다. 아마 그 인물상이 저 멀리 허구의 것에서 따온 것만은 아닐 것이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이야기에는 깜깜한 골목길을 걸어가다 뒤를 여러 차례 돌아보았던 내 모습도 있고,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하루하루 고단하게 일했던 아버지의 모습도 있고, 힘들게 일하고 들어와 지친 몸으로 함께 먹을 저녁상까지 보아 내 오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어떤 '기억'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여기저기 담겨 있다. 그리고 그 힘듦과 고단함만 느껴지는 것 같던 '일상'의 모습에서 역설적이게도 따듯하고 좋았던 기억까지 함께 떠올리게도 된다. 이 작가, 조예은의 이야기에는 눈을 뗄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 같은 생각이라도 어떻게 글을 풀어내느냐에 따라 전달되는 메시지는 다르기에, 나는 이런 작가도 있구나, 이렇게도 글을 쓸 수 있겠구나 하며 끄덕끄덕 글을 읽어내렸다.


요새 참 많은 사건 사고들이 터지고 있다. 계속되는 코로나19와 함께, 떠들썩하던 선거철이 조금 지나고 나니 속칭 N번방 사건이라 불리우는 성 범죄와 청소년 범죄, 이천과 고성에서의 화재, 엎드려 사죄하는 시공사 대표의 모습, 노모와 아이의 잔혹한 죽음과 한 달 간의 공백 동안 아무도 그들의 부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던 현실, 노모와 아들의 살인에 대한 유력한 혐의를 받고 내연녀와 함께 붙잡힌 아들의 속보... 온갖 이야기가 뉴스를 휩쓸고 있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는 안정적이고 영원할 것 같았던 가정이 한순간에 끝나고, 신뢰 없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얼마나 부질 없는 것인지, 또 그 사이에서 상처받는 이들은 누구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삶이란 뭘까. 책에 나온 이야기와 무엇이 또 크게 다를까. 책에서는 한때 사랑하였으나 술에 취해 의식을 반쯤 잃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했고, 그 아들이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아버지를 다시 살해했다. 재개발로 여기저기 파헤쳐 놓았던 흙더미와 나무가 폭우에 무너져내려 하천과 주변의 땅이 모두 매몰되었다. 싫다는 아이에게 억지로 먹였던 회 한 점이 평생의 가시로 목에 걸려 있고, 적당한 가식으로 평범한 척 살았던 어떤 집에는 좀비로 변해 버린 아버지가 살고 있다. <부부의 세계>에서는 사랑했던 남편이 다른 여성과 바람피는 것을 묵인하는 친구들의 모습도 그려지고, 아들 '준영'이가 부모님의 이혼 후 불안 심리를 다른 친구들의 물건을 훔치는 것으로 푸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삶이란 정말 무엇일까. 한 손에 들리는 가벼운 책 한 권에 담긴 짧은 몇 가지의 이야기들은 실은 우리네 삶을 관통하기도 하고, 우리가 모르는 어떤 곳을 비추며 불편하게도 하고, 또 그 일부는 내 이야기이기도 해서 쉽게 소화가 되지 않는다.

한편 그런 생각도 해 본다.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언제쯤 잘 구분하게 될까 하고. 동시에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 울고 있을 누군가와,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누군가, 하루하루를 버티는 누군가, 또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내는 누군가 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럼 또 생각이 든다. 내 위치는 어디일까. 내 마음자리는 어디에 있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자리는 또 어디에 있는지, 그걸 나는 잘 살피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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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과 일하는 방법 - 밀레니얼세대의 새로운 가치관에 맞게 일하는 26가지 소통의 기술
윤영철 지음 / 보랏빛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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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과 일하는 방법-밀레니얼세대의 새로운 가치관을 이해하는 26가지 소통의 기술, 윤영철 지음,

보랏빛소, 초판 1쇄 발행일: 2019년 11월 30일, 245쪽

 

 

요새 들어 '90년생'이라는 키워드가 서점에서 심심치 않게 보인다 싶더니, 눈을 잡아 끄는 한 권의 책이 나왔다. 서평단 모집을 하고 있기에 궁금한 마음을 가지고 신청했다. 과연 이미 우릴 대로 우려낸(?) 것 같다고 생각되는 이 키워드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어떤 내용으로 저술했을지, 특히 이 책의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제일 궁금했다. 그리고 그러한 궁금증의 기저에는 역시나 이 책의 타겟 독자로 설정했을 '90년생(이 책에서는 일명 밀레니얼세대라고 통칭되는)'에 나 자신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이 깔려 있었기에 그 궁금증이 이 책에 더 손이 가게 헀다. 그런 마음 있잖은가, 왜. '어디, 내 이야기를 얼마나 자세하게 연구하고 관찰해서 정확하게 썼을까?' 궁금한 그런 심리. 여기에 현재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후배'된 입장까지 다룬다고 하니, 내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 싶기도 하다. 그런 시선에서 이 책을 같이 들여다 보아 주길 바라며, 내 시선에서 읽은 이 책은 어떠한가 소개한다. (여느 서평이 그렇겠지만, 이 글은 굉장히 주관적인 해석이 많이 보일 것이라는 안내이기도 하다.)

 

 

저자 윤영철

주식회사 와이씨에이치알랩 대표 컨설턴트이자 현재는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기획성과 분과위원회 위원으로, 현장에서 그릇된 업무 관행과 싸우며 새로운 업무 방식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한양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성신여대에서 인사관리를 전공했다. 첫 직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임원과 경영자 교육을 담당했다. 당시 재계의 주요 경영자들을 만나 다양한 경영 노하우를 듣고 교육과정으로 만들었다. 동부제철과 동부그룹에서 교육과 인사를 담당하며 직무역량을 높이는 '스틸아카데미', 핵심인재 양성을 위한 '사내 MBA'를 기획하고, 현장에서 인사를 운영했다. 이후 컨설팅사에서 중장기 비전 및 전략 수립, 회사 성과관리 체계 구축, 팀 성과코칭 교육 등의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최근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리더십 교육에서 '업무 지시' '목표 설정'을 강의했고, CJ그룹에서 'Effectiv Working Skills' 과정을, 르노삼성자동차에서 사내 MBA의 '조직관리/성과관리' 교육을 담당했다. (이메일: yyc6072@naver.com)

 _저자 소개 중

 

 

1) 이 책은 굉장히 친절하다.

중간마다 이렇게 한 번씩 도표를 삽입하여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굉장히 정성스럽다. 계산이 필요하거나, 복잡한 관계도를 삽입하고 있어 인물 소개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읽을 수 없는글이라거나, 개념에 대한 이해를 반드시 해야 하는 교과서도 아닌 이 글에 이런 정성을 들였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표 덕분에 내 입장에 대비해 생각해 보기도 하고, 나는 이 중 어떤 곳에 해당하는 사람인가 고민하게 됐다. 또 글로만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시각적인 측면에서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안정성보다 성취에 가치를 더 두고 있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각하는 요소들, 그리고 그에 따른 내, 외부의 동기 부여가 어떻게 되기를 바라는가에 대한 정리가 되어 있는 것을 보며 이 책에 객관성을 생각해 보게도 됐다. 그리고 이 책은 객관성을 따지는 글이라기보다는(다만 그 형태는 객관성을 띠고 있다) 독자의 심경이 어떠할지 굉장히 고민하며 쓴 글이라는 쪽에 생각이 더 가 닿았다. 그 요인들은 아래에서도 밝힐 것이다.

 

2) 여기서부터 뭔가 느낌이 왔다. 이 글은 '선배'들을 위한 책이구나.

나는 90년생과 일하는 방법이라는 제목만 읽고는 90년생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그리고 요즘 90년생의 관심사나 그들만의 특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짚어 주고 있는 책일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처음부터 '선배들의 체크리스트' 혹은 '선배들의 고민리스트'를 독자(선배로 상정되는) 스스로가 짚어 볼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있다. 90년생인 동시에 후배의 위치에 있는 나에게는 당혹, 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굉장히 타겟 독자를 강하게 설정하고 그에 맞게 구색을 알차게 맞춘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부분에서 '내가 읽을 책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읽을 책이 굉장히 많아서 시간이 조금 아깝기 때문인 것도 있었지만 책을 받아 읽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우선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일단 이 부분도 빼놓지 않고 읽었다. 그런데 이 부분 덕분에 되레 이 책에 더 집중하게 됐다. 선배들의 '리얼 고민'이 담긴 페이지여서 그들은 후배를 어떻게 보는지를 조금은 생생한 단어들로 직면하게 되었거니와, 이 책 몇 번째 챕터에 그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는지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3) 그런데 또 딱히 선배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다?

목차를 다 밝히면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은 해소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 서평에서는 밝히지 않는다. (고민의 결이 이 책과 통하는 독자라면 도움될 것이니 책을 찾아보시길 바란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의 목차를 주욱 보면 다 선배들의 시선, 선배들의 입장만 밝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단어를 하나 인용하자면 '꼰대' 같은 책은 아니다. 실무를 볼 때 고민되는 부분들을 밝혀 적고 그에 따라 하나씩 조언하는 방식을 취하는 이 책에서, 후배들의 목소리를 쏙 빼 버리지는 않았나? 선배들이 옳고 후배들은 아직 (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숙한 대상이라고 상정하고 있는 책은 아닌가? 하는 경계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던 나. 선배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후배만 적을 거라면 편협한 책 아니냐, (감히) 말하겠다. 책 제목부터 무슨 이야기를 할지 너무 잘 보이다 보니, 고정관념이 생기기 쉬운 책이지 않나 싶어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고 평하고 싶다.

(그리고 제법 아름다운 결말, 훈훈한 정리에 대해 밝히고 있는 부분이 많은데, 나는 그러한 감상으로 일하고 있고, 이상적인 선배상, 이상적인 후배상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보니 그런 결말이 좋았다. 실용주의자들은 좀 싫을 수도 있다. 그리고 뭉뚱그리면 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회사가 건강해질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4) 나는 이런 들여쓰기와 이런 쪽 번호가 좋다.

나는 이 책의 편집과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들여쓰기 시원시원해서 좋고, 특히 책 바코드 디자인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캐릭터화 되어 있는 표지, 내지 소컷들도 센스 있다고 생각했고. 글씨체도 시원시원해서 마음에 들었다. 핑크빛(이라고 하기에는 별색이 섞였을 거 같지마는) 무튼 책 표지 색상도 캐릭터와 잘 어우러지고. 특히 내지 구성에서 성실하고 또한 충실하다. 저 많은 추천사만 봐도 얼마나 고생했을지 다른 독자들도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5) 읽으면서 드는 생각. 역시 어디서든 마음 먹기 나름이다.

원효 대사 해골물. 길게 길게 말할 것 없다. 어디서든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 된다. 신기하게도 그렇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는 이전 회사에서도, 그 이전 회사에서도 참 힘들게 일했고 다사다난 했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는 분들이 있다. 오히려 회사를 벗어나니 더 각별해졌다. 그들과는 회사에서 만났을 뿐이고, 회사에 다닐 때는 그들과 그만두고도 연락하며 지내야지 하고 잘하려 과하게 노력하지 않았다. 그저 마음가짐을 그렇게 먹었고 인정했을 뿐이다.

'저들에게 나는 무조건 좋은 사람일 수도, 무조건 나쁜 사람일 수도 없다. 내가 잘해준다고 해서 나를 좋아할 수만도 없다. 내가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좋은 일만 해 주려 과잉 노력하지 말고, 싫은 일을 안 하는 데 더 집중하자.'

그랬더니 힘든 시간도 나를 과하게 흔들지는 못했다. 별 사건이 많았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고, 그 와중 나는 미숙했다. 그러나 그래도 지금 돌아보니 그 시간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조금씩 철이 든 내가 읽다 보니 이 구절들이 와 닿았다. 그리고 모든 일의 기반에는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 깔려 있어야 한다. 이건 무조건이고 절대적이다.

 

6) 나랑 100퍼센트 맞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나를 낳은 부모님도 나를 사랑하는 연인도 가끔 모를 일인데.

요즘 들어 연예인들의 연이은 자살로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악의적인 댓글을 다는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의 댓글 중 기억에 남은 말이 있다.

'자판 너머에 사람 있어요. 화면 앞에 사람 있다고요.'

사람이 하는 일, 어찌 매번 완벽만 할까. 선배도 선배들의 고충이 있고 개인사가 힘들다 보면 완벽하던 사람도 허물어지는 날이 있는 것이다. 후배도 매번 미숙하지 않고 시간의 힘을 빌리면 점점 다듬어진다. 그걸 서로가 알고 감싸주며 일하면 무어가 그리 어렵기만 할까. 모든 건 정말 '사람'에 달렸고, '마음 먹기' 나름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일하는 회사에서도 회사 식구들이 그렇다. 내 미숙한 점, 내 단점으로 실수할 때 감싸주셨던 순간들,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정말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마음 먹게 한다. 나도, 꼭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고, 이 글을 빌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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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연한 고양이
최은영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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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연한 고양이, 최은영-조남주-정용준-이나경-강지영-박민정-김선영-김멜라-양원영-조예은(수록 순),

자음과 모음, 189쪽, 초판 발행일_2019년 10월 25일, 13,000원

 

고양이를 좋아한 지는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다. 실은 반려 동물이라면 강아지를 더 먼저 떠올리곤 했다. 동물을 키워 본 것도 아주 어릴 적의 일이라 어렴풋하다. 당시 나는 작고 하얀 마르티스 한 마리를 입양 받아 키우고 있었다. 아이 이름은 장군이었다. 하얗고 자그마한 친구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때 나는 작고 하얀 강아지에게 뭔가 아기자기하고 이국적인 이름을 짓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결국 그 아이의 이름은 강아지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지어졌고, 처음에는 툴툴거리던 나도 금세 그 이름에 익숙해져(실은 그 아이에게 빠져들어) 이름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아질 만큼 강아지 이름을 자주 부르고, 어르고, 같이 놀았다. 그것도 오래 되지 않아, 1년 정도 키우다 그 아이가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10시간이 넘어가자 부모님은 말 못하는 강아지 생도 짧은데 너무 안 되었다며 공기 좋고 물 맑은 할아버지 댁으로 아이를 입양 보내셨다. 할아버지도 강아지를 좋아하셔서 입양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는데, 그때 이후로 나는 집에 동물을 들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던 어른들 말씀을 어린 나이부터 빠르게 깨달은 탓이었다.

 

 

책 제목에 어울리는 디자인, 작고 아담한 책 크기, 구석 구석 숨어 있는 고양이 일러스트까지. 마음을 이끄는 책이었다. 무엇보다 가볍기도 해서, 책을 쥐고 출근길에 한 편, 퇴근길에 한 편 조금씩 나눠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반려 동물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예상을 조금 벗어나는, 그야말로 '짧은 소설'이라는 소제목에 잘 어우러지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소설 몇 가지가 눈에 띄었다. 각각의 소설을 읽으면서 기존에 좋아하던 작가님들의 소설은 그들을 다른 작품에서 만난다는 반가움에 좋았고, 알고 있지는 않았으나 이 소설을 통해 만나면서 다른 작품이 궁금해졌던 작가님들도 있어 그 역시 좋았다.

이런 작품들을 모아 책 한 권으로 엮는 데에 편집 공력도 많이 들었을 것이지만, 그들의 수고로움과 이런 책을 만들겠다는 기획 의도 덕분에 탄생한 이 책 덕분에 새로운 작가님들을 소개 받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들의 데뷔작이며 최신작을 골라 읽을 생각을 하니 읽을 거리들 리스트가 차곡차곡 쌓여 부자가 된 듯한 기분도 들었다고 하면 너무 그러한가. 여하간 <공공연한 고양이>는 고양이에 대한 호감 때문에 집어든 책이었지만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얻어간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책이라, 그 또한 좋았다.

 

 

 

 

 

책을 읽다 보면 그 소설에만 국한되지 않는 글귀들을 발견하기도 하고, 내가 겪었던 일들에 대한 기억(그것이 좋은 기억이든, 슬픈 기억이든, 거칠어 가끔 사포질하고 싶은 기억이든. 그게 뭐든.)을 건드리는 어떤 심경, 표현 등을 보기도 한다. 그럴 때면 그 순간의 내가 떠올라 가슴이 두방망이질 친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돌아가고 싶지 않기도 하고. 그 모든 심경이 어우러져 그렇다. 책 속의 인물들을 보면 꼭 그랬다. 그들은 그때를 떠올리면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또 반대로 그 순간에 멈춰 있기도 하고,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각자 처한 상황은 다르고 인물 하나하나의 이름도, 성격도, 취향도, 모습도 다르지만 그들 모두가 '고양이' 하나로 묶여 있다는 점만은 같았다. 다만 그 고양이라는 매개 하나가 이렇게도 다양한 감각을 만들고, 또 그들에게 끼친 영향도 달랐다는 점에서 이 다양하고 짧은 소설들이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고양이 시점'이라는 것이 좋았다. 인간에 얽매여, 성별에 얽매여 살아야 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는 고양이. 지구에서의 삶, 주인의 품 속에서 살던 그 삶을 포기하고 일면 비장함까지 갖춘 고양이. 영혼이 되어 또 다른 고양이를 지켜보는 고양이. 그 모두의 시선을 좇아 그들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같이 생각하고, 그들이 걷는 장소들을 같이 걸어 보고 하는 시간 동안 편안하기도 하고 눈물이 나서 눈을 깜박이기도 했다. 현실의 내가 짊어진 어떤 짐들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좋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깨달아지는 바도 있고.

회사 근처에는 고양이들이 어슬렁거리며, 뛰며, 늘어지게 누워 있으면서, 사람들 근처를 배회한다.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사람 앞에 천연덕스럽게 앉아 츄르를 얻어 먹기도 하고, 경계의 눈초리로 쳐다 보다 가까워지는 차에서 나는 클락션 소리에 놀라 저만치 멀어져 버리기도 하고, 다리 근처를 배회하다가 옆구리로 다리를 슬쩍 쓸어보고는 멀어지기도 하는 희한한 녀석들. 그들의 시선이 나는 항상 궁금했던 것 같다. 가까우면서도 먼 친구들. 그런데 정을 많이 줘서 또다시 상처받고 싶지 않아 경계하게 되는 친구들. 항상 근처에 있겠지만, 그들의 생각을 궁금해 하겠지만, 또 어느 정도의 간격은 만들고 싶은 녀석들. 그런 고양이들의 생각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아주 짤막하지만, 또 아주 정겹고, 또 아주 슬프게. 그런 생각이 궁금한 누군가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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