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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권미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평점 :
스물 한 살의 어린 브리다는 신비의 마법을 배우기 위해
숲속의 마법사를 찾아간다.
마법사는 그녀에게 최후에 사랑을 나눌 운명의 상대를 택할 것인지,
마법의 세계를 열어줄 정진을 택할 것인지
진실의 대답을 요구한다.
브리다는 망설인다.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배울 기회조차 박탈 당할수도 있음을..
그녀는 솔직히 대답한다. 정진을 포기하고 운명의 상대를 택하겠다고.
그녀의 진실을 이해한 마법사는 그녀의 마스터가 된다.
신비로운 태양 전승의 마법사는
자신이 진정으로 찾고 있던 '소울메이트'가 브리다 임을 알고
그녀 본연의 자신을 깨우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곤경에 처해 있을 때
기꺼이 도움이 되준다.
그녀는 어둠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스스로 책방주인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모습을 이끌어내 줄 스승인 달의 전승 위카를 만나게 된다.
위카의 이끔으로 전생을 체험하고 수수께끼의 목소리와 그녀가 찾아야 할 '소울메이트'
왼쪽 어깨위에 찬란한 빛, 깊은 눈속의 반짝임을 가진 상대가 누굴지 궁금해한다.
때론 과거의 추억들을 회상한다.
브리다는 아버지와 바다에 있었다.
아버지는 바닷물의 온도가 괜찮은지 살펴보라고 했다.
브리다는 발목까지 살짝 바닷물에 담가보고는 아버지에게 차갑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아이를 물속에 풍덩 집어넣었다.
"물이 어떠니?" 아버지가 물었다.
"좋아요." 그녀가 대답했다.
"그래. 이제 앞으로 뭔가를 알고 싶으면 그 안에 푹 빠져보도록 해."
'그녀는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열광했던 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포기하곤 했다. 역경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하나의 길만을 선택해야 한다는 강요였다.
하나의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길들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녀에게는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많았고,
지금 하고 싶은 일들 때문에 훗날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늘 시달렸다.'
나도 나이를 더 먹고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될 일들이 생긴다면 정말 실망스러울거라고 생각하고
어쩌면 더 관심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해야 할 일들은 많아졌지만
정작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기회나 시간은 줄어든 것 같다.
어쨌든...
브리다는 달의 전승을 배워가면서, 스스로 깨달으면서 소중한 교훈들을 얻게 된다.
'태양이 지평선 가까이 내려올수록, 구름이 황금빛 광선과 장밋빛으로 물들어갈수록,
브리다는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왔던 것이 이렇게 하루쯤 앉아서 저녁노을을 감상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멋진 말이다. 소소한 일상속의 광활한 우주와 자연의 아름다움은
공기처럼 너무나 당연히 있어서 그대로 지나치기 일쑤였다.
엄마와 오랫만에 브리다는 대화를 나누게 되고 뜻하지 않는 엄마의 소울메이트를 듣게 된다.
여행 온 고고학자와 반나절 동안 나눈 대화속에서 사랑과 교감을 나눈 엄마는
진실된 사랑과 운명의 상대라는 강한 교신을 느끼게 된다.
어쩐지 아름다웠다. 어느 육체적 사랑을 결부시키지 않고도 플라토닉을 경험하고 느낀다는 것이...
이 사람과 대화하면서 시간이 이렇게 흘러갔나 싶을 정도로 황홀함을 느끼고
온전한 자신을 맡겨도 좋을 만큼 기쁨과 희열을 맛본다.
그렇게 짧은 시간속에서도 사랑을 느끼고 운명의 상대를 만났다.
너무나 사랑하는 남편이 있었고, 잠깐동안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한 소울메이트를 만났다.
브리다 또한 로렌스라는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있다. 어떠한 계기로 그녀는 그를 진실로 사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성숙하고도 고귀한 태양의 전승 마법사 또한 그녀의 소울메이트다. (그녀의 운명의 상대는 두 명이었다.)
'사랑은 이런식의 포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진정한 사랑은 서로에게 자신의 길을 가도록 허락한다.
그 때문에 서로가 갈라지는 일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랑을 통해 기다림, 두려움, 받아들임을 배웠다.' 배우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포기를 강요했기에 마법사는 벌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사랑을 느끼게 해 줄 소울메이트로부터 구원을 받는다.
고통을 감수했기에 마법사의 사랑은 너무나 원숙하고 위대했다.
마지막 장의 마법사가 브리다가 해준 말은 너무나 강렬하고 아팠다.
" 숲이 내게 가르쳐주었어. 당신이 절대로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야 당신을 영원히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을,
당신은 내가 고독했던 시절에는 희망이었고, 의심했던 순간들에는 고통이었고, 믿음의 순간에는 확신이었어."
"당신은 나 스스로 만든 노예의 울타리에서 나를 해방시켜주었고, 내가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세상으로,
세속의 생활로 돌아가도 된다고 말해주었어. 나는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깨우쳤지.
그리고 내가 만난 그 어떤 여자보다도,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나를 숲으로 쫓아보낸 여자보다도 당신을 더 사랑해.
사랑이 자유라는 것을 언제나 기억할게. 이것이 그토록 오랜 세월을 거쳐 내가 배운 가르침이야."
인간의 생애는 윤회를 거듭하고 죽음은 결코 끝이 아니라는 것, 인연의 상대로부터 자신의 일부를 내어주고
지금의 육체는 온전한 내가 아니라는 것, 이것도 어쩌면 상대의 일부일런지도 모르는데...
굉장히 신비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매혹적이기도 하고 표현이 너무나 감동적이다.
그래서 '소울메이트'를 간절히 구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을 살면서 어쩌면 스쳐지나갈 수도 있었을 운명의 상대.
너무나 두근두근했다. 자신을 활짝 내보인 해바라기가 눈부시도록 따뜻한 햇살을 한아름 받은 기분이랄까.
어디에 있을까. 혹시 지구반대편에 있을까? 아니면 나보다 곱절은 됐을법한 지긋한 나이는 아닐까?
내 주변을 서성이고 있을까? 아니면... 아니면 갑자기 펑하고 나타날까...
나도 자유롭게 보내 줄 수 있을까. 아니, 자유로이 그를 떠날 수 있을까.
진정한 사랑의 믿음이 있기에 놔줄수도, 손을 놓을수도 있다.
애절하도록 아쉬어서 더 그립고 더 소중하고...
그래서 사랑이 위대한가보다.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고 스스로 고통속으로 들어가더라도, 파괴적으로 변한다 할지라도
그래도 사랑을 한다.
인연을 찾고,
또 사랑을 찾고,
난 애송이 일 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