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동심의 친구를 어른이 되서 만나다.

빨간 머리 앤 ㅣ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4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양미 옮김,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08년 10월

모든 것이 호기심어린 순수했던 시절

명랑하고 맑은 빨간머리 앤이 나올 시간이면  

티비 속으로 빨려들어가도 모를 만큼 두근두근한 이야기속으로 빠졌던 만화를

수채화를 그린듯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구성된

어린시절 앤을 다시한번 만나볼 수 되다니!

친구에게 받아서 더욱 좋았던 빨간머리 앤

 

작가 몽고메리의 고향인 프린스에드워드 섬을 실제로

작가의 경험을 반영한 아름다운 성장소설로

앤이 초록색 지붕 집의 맘씨 좋고 수줍은 매슈아저씨와

무뚝뚝하지만 올곧은 마릴라 아주머니로부터 입양이 되면서 시작된다.

 

첫 만남부터  어긋나 남자아이를 원했던 초록색 지붕 집 남매는

상상력 가득하고 명랑한 앤을 키우면서 새로운 활력을 얻고

때묻지 않는 순수함, 마음 가득 상상한 대로 표현하고 다소 제어 안되는

감정을 발산하며 실수를 연발하더라도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용납하고 뉘우치고 발전하는 앤에게서

어리지만 어른스럽고 지혜로우며 힘든 역경속을

맑은 정신으로 헤쳐 나가는데에 커다란 경외심이 느껴졌다.

 

린다부인이 상처를 주는 심한 소릴 하더라도

결국은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 그녀를 이해하는 앤.

 

마음속 가장 친한 친구 다이애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름다운 길, 숲속, 연못 마다 고유의 이름을 정해 불러주고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대하려다 늘 실수투성을 연발하는 귀여운 아이

 

책을 읽으면서 내 스스로가

매슈가 되어 므흣므흣 흐믓해서 빙그레 웃고

 

앤이 다이애나의 지붕위를 겁없이 걷다가 떨어져 발목이 부러져도

끝없이 말을 해댔을 때

"너는 혀는 하나도 다치지 않았구나" 에 완전 폭소

이러한 실수연발에 늘 침착함을 잃지 않으면서 유머러스한 마릴라 아줌마가

너무나 좋았다.

 

앤이 기숙생활을 하러 멀리 떠날 때, 진정 앤을 사랑하고 아낀 마릴라 아줌마도

흐느껴 울 때의 그 심정이란...아...이것이 딸을 키우는 심정인가요 ㅠ.ㅠ

 

앤이 <호텔발표회>에서 시낭송을 하고 친구 제인이 다른 사람이 걸고있는 다이아몬드를 부러워할 때

한 말이 너무나 아름답고 멋졌다.

발표회 전에 매슈아저씨는 앤을 위해 진주 목걸이를 선물해주었다. (옷에 어울리든 그렇지 않든 앤은 걸고 싶어했다.)

 

 

"글쎄, 난 다이아몬드가 없어 평생 위안받지 못하더라도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긴 싫어.

난 진주 목걸이를 한 초록 지붕 집의 앤으로 충분히 만족해. 분홍 드레스를 입은 부인의

보석 못지않게 이 목걸이에 담긴 매슈 아저씨의 소중한 사랑을 난 알고 있으니까."

 

 

앤이 레드먼드 대학의 장학생이 되었을 때,

 

"(앞 생략) 아, 야망을 품는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야. 이렇게 많은 꿈이 있어서 너무 행복해.

야망에는 결코 끝이 없는 것 같아. 바로 그게 제일 좋은 점이지. 하나의 목표를 이루자마자 또 다른 목표가

더 높은 곳에서 반짝이고 있잖아.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는 건가 봐."

 

소녀여, 야망을 가져라-_- 너무 멋진 앤.

붙잡을 수 없는 별을 잡기 위한 야망, 결코 꿈꾸지 못할 꿈을 꾸면서 이뤄낸다는건 정말 멋있고 근사하다.

어쩐지 내 안의 앤이 나를 들춰낸다.

힘들겠지만 야망을 품어보라고~ 이렇게 재밌는 인생, 못할 것은 없다고!

말해주는 듯 하다. 힘이 난다. 드문드문 앤이랑 나랑 닮은 점이 있다. 앤이 더 많이 강하고 아름답지만,

 

사랑하는 매슈아저씨가 갑작스런 발작으로 하늘로 가고

슬픔과 어두움을 맞닥뜨린 앤과 마릴라

마릴라 아주머니는 그 동안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앤에게 드디어 드러낸다.

 

"(앞 생략) 이젠 너한테 말하고 싶어. 내가 워낙 속마음을 잘 얘기 못하는 성격이긴 하다만

이런 일이 닥치고 보니 말하기가 오히려 편하구나. 앤, 난 널 친자식처럼 사랑한단다.

네가 초록 지붕 집에 온 뒤부터는 너는 내 기쁨이자 위안이었어."

 

마음속에 눈물의 샘이 퐁퐁 솟아온다. 앤이 이 말을 듣고 어찌 기쁘지 않으리오 ㅠ .ㅠ

 

홍당무라 놀리고 앤의 기분을 상하게 하여 그 뒤로 쭈욱 무시당했던 학업의 경쟁자 길버트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30분 넘게 얘기하면서도 그렇게 오래 얘기한 줄 몰랐던 앤

둘의 화해모드와 로맨스를 읽어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내용은 그 단락에서 끝맺는다.

 

앤은 주위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많은 사랑을 주었다.

린다아주머니의 모욕을 듣고 심하게 반항하고,

딸기쥬스인 줄 알고 다이애나에게 포도주를 먹여 술 취하게 하고,

바닐라향 인줄  넣은  케이크에  진통제를 넣어버렸고,

상인으로부터 받은 염색약이 검정머리가 아닌 초록빛 머리로 변해 잘뚝 잘려버리고,

다이애나와 침대빨리 들어가기 하다가 침대안의 할머니를 미쳐 못보고 놀라게 하고,

 

너무나 많은 실수를 연발했지만 실수를 통해 앤은 성장했고 당사자들과 더 깊은 관계로 만들어냈다.

이런 앤을 누군들 안좋아할 수가 있을까.

 

앤의 어린시절 처럼 ,

젤 친한 친구와 영원을 함께 할 맹세의 편지를 써보기도 하고

남의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브레이크를 못잡아

비탈길 수풀 우거진 둑으로 빠져버려

혼날까봐 얼굴의 상처를 숨기려고 쩔쩔맨 일,

여러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웃음 가득했던 지난 시절이 내게도 있었구나.

 

어쩐지

아름다운 프린스에드워드 섬 , 아름다운 그 곳을 꼭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

앤이 걸었던 그 아름다운 길을 언젠가는 꼭 걷고 싶다.

앤의 순수한 마음과 상상가득한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나역시 소중히 간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