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방 룸메로부터 받은 감격의 선물, 뜻하지 않게 얻어마신 시원한 캔맥주에 하루의 고단함이 저절로 씻겨 내려간 듯 하다.
이 곳 회사생활을 한 지도 3년이 넘어버렸다. 선임이라는 타이틀이 저절로 달아질 줄은 생각치도 못했다. 아직까지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쳐가고 있기는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길이기에 좀 더 신중하게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을 룸메 유진에게 털어놓으니 맘이 편하다. 가끔 서로 오해를 사서 빈축을 주고받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에 부딪히는 일이 어디 한 둘이랴, 무심히 넘어가는 것이 이 곳의 철칙이라면 철칙일 터,
마시면 분명 기분 좋은 술이지만 일단 술판을 접고 시간이 흐르면 난데없는 한랭전선이 온몸을 감싸 뒤흔든다. 누군가 딱히 정해놓은 사람없이 그리워지고, 따뜻한 품에 안기고 싶고, 손을 잡고 싶고, 나를 원하는 그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해진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곁에 없을 때면 마냥 허탈하고 외로워진다. 누구에게나 그러하듯이 본연적인 외로움이 어둠이 어슷하게 내리깔듯 집어 삼킬 듯 나를 뒤흔든다.
어째서 이런 기분에 젖어들어야만 하는가, 통화버튼을 누르고 그 사람과 실랑이를 벌이면서 한 편으로 내가 왜 이 사람과 쓸데없는 말장난에 장단을 맞추어야 하지, 쓸데없는 상처를 남겨야만 하는건지 의안해하면서 전화를 끊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외로워서다. 분명... 길게 통화할 상황이 아닌데도 전화기를 부여잡고 놓질 못한다.
종료버튼 누르기가 두렵기도 하다,
혼자라는 것이 마냥 두렵다. 외로운건 싫다. 따뜻한 품이 좋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다.
이것이 술이 주는 기쁨이자 혼돈이자 외로움의 쌍끝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터벅터벅 조용히 동네 산책을 하고 어슬렁 기숙사로 걸어들어갔다.
어스름이 엄습하고 차가운 공기가 몸을 감싸는 기운이 사실 좋지만은 않기에..
그리고 생각해본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 분명 한가지 사실이 있다.
난 아직 철이 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