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괜찮은 휴대번호가 있다기래 당장 바꿔달라고 했다.
뭐 썩 좋은 번호는 아니지만 기억에 남는 뒷번호 네 자리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오케이를 연사하고 조용히 신경끄고 인터넷 서핑에 몰두했다.
그래. 난 응수해주고 단지 신경을 안 쓴 것 외에 한 일이 없는데 어째서 통신회사에서 승인을 안해주고 에러까지 떠서, 게다가 휴일이라는 기가 막힌 타이틀로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수모를 겪어야 하는 걸까. 딱히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꼭 받아야 하는 심적 불안감은 아니지만 늘 내 옆을 지키고 꼬박꼬박 상대의 전화를 일목요연, 정렬하여 내게 전달해주는 이 기특한 녀석이 반 나절만에 아무 쓸모없는 볼모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하니 우라통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워낙 단순하고 쾌활한 성격이기에 만약 이도저도 아닌 불안에 치를 떨고 억울해 귓구멍에 스팀이라도 올라올 것만 같은 난폭한 성격의 소유자였으면 아마도 선호번호로 바꿔주겠다는 동생을 호되게 야단치고 통신회사에 가서 이런 경우가 있냐하며 두 주먹을 불끈쥐는 웅변가가 되어있지 않을까 싶지만서도. 워낙 소시민에 낙천주의라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도 하룻동안은 쓸데없는 문자나 전화따위에서 해방된다니 조금은 누그러지는 것 같다. 때론 허전하면서도 말이지.
번호에 욕심을 부려서 이런 댓가를 치러야 한다는게 과연 탐욕인걸까.? 그리고 월요일에 햅틱2로 바꾸겠다고 결심한 것도 탐욕의 하나일까?.
나의 관점으로 보건데 번호를 바꾸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물론 탐욕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굳이 바꿀 필요가 없는데 선호번호에 욕심이 생겨버렸으니.
휴대폰을 갑작스럽게 바꾸겠다고 결심한 것은 탐욕이라 칭하지 않겠다. 지금의 내 기분상태에 따른 일종의 보상심리랄까. 오늘 하루는 이만큼 네가 이해하고 넘어가줬으니 그토록 갖고 싶었던 휴대폰을 나 자신에게 선물해줄게. 뭐 이런식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니 하룻동안 탐욕과 탐욕이 아닌 보상의 느낌을 단번에 받아버린 듯 싶다. 어쨌든 내일 과연 내 번호는 무사히 바꿔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