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속의 악마와 천사, 중성의 존재가 뒤엉켜 나를 갈궈대고 지껄이고 모독하고 때로는 침착하게 어루만지다가도 손톱을 세워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아픔에 절여 있을 땐 정말이지 동굴속에라도 숨어버리고 싶은 심정이 든다. 요새 내 맘이 그렇다. 어디에 의지할 만한 곳을 찾고 있으면서도 애써 덤덤하게 행동하려 든다. 얼마 안 가 폭발할 지경에 이를 때면 사정범위 안에 도사리는 사람들에게 무차별 폭격을 가한다. 예를 들면 한마디 더 보태서 상처를 준다든지, 혼자 씩씨대면서 한마리 먹잇감을 노리는 냉혈한 사자 한마리가 되어 어슬렁 어슬렁 약점을 들춰 낼 궁리만 해댄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후회하고, 미안해하고, 그런 나를 보고 한숨을 쉬고, 다시 잠들면 늦게나마 일어나 출석 못한 수업에 미련을 남기고...
24세의 청렴한 그녀는 이미 '파렴치한 그녀'가 된 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