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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에서
김훈 지음 / 해냄 / 2017년 2월
평점 :
읽지 않아도 <공터>란 단어 하나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이 소설이 얼마나 황량하고 쓸쓸할지를...
첫 페이지부터 가슴 저 밑바닥부터 묵직함이 쌓였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 이 어르신 정말..."이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새어나올 만큼 감탄스러운 문장이 넘쳐났다.
안개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잠시 바람이 불어 안개가 흩어질 때,
언뜻 드러나는 희미한 모습처럼 아버지와 아들들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 이야기들은 각자가 가진 시간의 흔적을 따라가지 않는다. 저 혼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안개 너머 풍경들이 등을 돌리고 있을지언정 아무도 모르게 서로 손을 잡고 있는 것처럼 아버지와 아들들의 이야기도 쭈뼛쭈뼛 어색하게 손을 잡고 있다.
쭈뼛거리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신산하던지 중간중간 읽던 책을 내려놓고 천정 한 귀퉁이를 바라봐야만 했다.
그리고, 후루룩 읽혀지는 이야기를 애써 멈추고 책에 밑줄을 긋는 대신
노트에 꼭꼭 연필심을 눌러가며 문장을 옮겨적었다.
천천히, 천천히 문장들을 가슴에 담기 위해서...
신간 알리미에 김훈 작가님의 작품이 뜨면-그것도 친필 사인!- 단 한순간에
망설임도 없이 예약결제를 하고 만다. 그래서 뭐 이벤트 이런 혜택을 볼 수는 없지만
친필 사인만 봐도 눈물이 난다.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해서...
부디 무탈하셔서 오래오래 작품활동을 해주시길...
이도순은 벽 쪽으로 돌아누워서 울었다. 터져 나오는 울음과 울음을 누르려는 울음이 부딪치면서 울음이 뒤틀렸다. 입 밖으로 새어 나온 울음이 몸 속에 쟁여진 울음을 끌어냈다. 몸 밖의 울음과 몸 안의 울음이 이어져서 울음이 굽이쳤고, 이음이 끊어질 때 울음이 막혀서 끽끽거렸다.
두 손을 펴서 아랫배에 얹으면, 먼 지평선을 지나는 기차의 리듬 같은 진동이 손바닥에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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