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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없는 길 1 - 거문고의 비밀 길 없는 길 (여백) 1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설 연휴 내내 최인호의 <길없는 길>을 읽다. 전 4권인데 아직 2권밖에 읽지 않았다. 소설책이지만, 솔직히 소설이라 말할 수 없다.

1권엔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던 소설적 구성이-액자소설 형식이라 할 수 있다- 2권에 오면 거의 무너져 소설적 재미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스스로를 고종 황제의 둘째 아들 의친왕(실제로 고종의 둘째 아들은 명성황후의 아들인 순종-조선의 제27대 왕이자 최후의 왕(재위 1907∼1910)-이다. 작가가 왜 의친왕을 둘째라고 했는지 모르겠다.)의 숨겨진 아들이라고 고백하는 영문과 교수를 화자로 하는 이 소설은 처음에는 '나'의 뿌리 찾기, 혹은 운명 고백 등에 기울어진 듯 하지만 점차로 만공이니 경허니 하는 고승들의 득도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차지한다.

읽기에 따라 심히 지겨워질 수도 있다. 아버지 의친왕과 직접 관련이 있는 만공과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는 게 아니라 불교의 역사, 선승의 계보, 싯다르타에 대한 이야기까지 끝이 없게 펼쳐진다. 그러다가 가끔 '나'가 등장해서 '나는 다시 경허의 가르침에 대해 생각했다'이러면서 다시 경허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는 식이다. 솔직히 소설로서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1권은 좀 괜찮았는데...)

다만 벽암록을 읽듯이, 그 화두를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나간다면 눈을 번쩍 뜨게 하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로서는 여전히 알송달송하다. 그리고 약간 허무해진다.

***하나 더.
불교에 대해 수박 겉핧기 식으로 알고 있던 내가 새롭게 발견한 것들. 물론, 여전히 잘 모르지만, 부처나 그 밖의 고승의 말과 행동이 예수의 그것과 매우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 공부해볼 만한 것들이다. 결국 종교는 하나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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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의 사생활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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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같은 제목의, 말 그대로 식물들의 사생활(성생활?)을 소개해주는 책이 있다. 품절이 되어서 나는 동물들의 사생활밖에 구입하지 못했지만. 이승우의 소설을 그런 식물들의 사생활에 대한 보고서로 오인하면 큰일이다. 이건, 사랑이야기이고,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신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이승우를 알게 되었는데, '에리직톤의 초상'으로 22세에 이미 천재작가(?)의 명칭을 얻게 된 그의 인간 내면에 대한 섬세한 필치를 느낄 수 있다. 한 마디로 동물적 욕망과 식물적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까? 나는 주요 모티프로 나오는 식물에 대한 신화를 관심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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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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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방금 샐린저의 <호밑밭의 파수꾼>을 다 읽었다. 자야지 하면서도 한 십 분간은 앉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이렇게 안 자고 있다. 지금 시간은, 새벽 3시 35분.
삶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쓸쓸해진다. 홀든 때문만은 아닐 거다. 여하튼 나도 이런 소설을 쓰고 싶다. 어떤? 내용이야 어떻든 책을 한 번 펼치면 다 읽을 때까지 덮지 않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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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생각 1
박광수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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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98년 초판 1쇄, 2002년 초판 75쇄. 단행본으로 나온 만화책(!)이 이렇게 많이 팔린 게 있나 모르겠다. 어제 오늘 지하철을 타고 안양과 대치동을 오가면서 다 읽어 버렸는데,
물론 광수생각 특유의 익살과 재치, 혹은 따스함을 만끽하면서 재미나게 읽었다. 보았다고 해야 하나? 둘 다겠지. 만화책치고 광수생각은 글자가 많은 편이기도 하다. 뭔가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의도가 강하다. 만화가 그리기 싫을 때는(광수씨의 설명에 의하면) 그림이 더 단순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조선일보라는 매체 때문일까, 낄낄거리면서 잘 보고 나서도 약간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쩌면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박광수씨는 만화가지 사회운동가도 아니고(학생 때도 데모 한 번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학생 운동하는 애들한테 조용히 하라고 소리까지 지르곤 했다고 한다--;) 투철하고 정치한 역사인식, 세계인식을 그가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닌데 말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우리처럼 평범하고, 잘 모르기 때문에) 그의 그림이 대중적인 호소력을 갖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나는 너무 많이 기대했다. 기발한 상상력에 깜짝 놀라면서도 사회의 제 문제를 은근슬쩍 짚고 넘어가는 실력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문제의 관계망을 파악하지 못하고, 하여 핵심을 꿰뚫기 보다 표면적인 문제제기로 그치는 경우가 너무 많다.

하지만 더욱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은, 그의 보수적인 경향이다. 물론, 노동 운동하는 사람도 여성 문제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경우가 있으니까, 그에게 언제나 실천적이고 진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그리고 쓰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ㅎㅎㅎ 어쩌면 나도 편견에 사로잡힌 건지 모르겠다. 실은 그가 외제차를 몰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그의 만화가 와닿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더 솔직할 것이다.

그러고 나니, 여자가 힘든 걸 볼 수가 없어서 결혼하자마자 자기 부인은 일을 그만두게 했다는 소리도 이쁘게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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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가역 반응
박성원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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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이상 이상'으로 낯익은(?) 박성원이란 작가의 단편, <이상한 가역반응>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상한 가역반응에 대한 이야기인데, 내용도 일상적이지 않고 등장인물들은 모두다 H로 호명되는 하여튼 좀 이상한(?) 소설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나 인물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부려쓴 말들이 술술 잘 넘어가는 것 같으면서도 가만히 보면 우리가 그간 쓰기를 잊어버린, 혹은 처음부터 잘 몰랐던 고유어들이라는 것이다.

되작이다, 서름하다, 발록거리다, 지싯거리다, 지망지망하게........ 문맥상 읽으면 그렇거니 하면서도 하나를 들어 이 뜻이 정확히 뭔고? 하면 얼른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니(1969년생) 그도 이런 어휘를 부려쓸 수 있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노력을 했을 것이다. 아니면 원래 어휘력이 매우 좋은 사람이든가 어휘에 대한 자의식이 매우 강한 사람이든가 하여튼 매우 노력하는 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본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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