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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생각 1
박광수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8년 8월
평점 :
품절
1998년 초판 1쇄, 2002년 초판 75쇄. 단행본으로 나온 만화책(!)이 이렇게 많이 팔린 게 있나 모르겠다. 어제 오늘 지하철을 타고 안양과 대치동을 오가면서 다 읽어 버렸는데,
물론 광수생각 특유의 익살과 재치, 혹은 따스함을 만끽하면서 재미나게 읽었다. 보았다고 해야 하나? 둘 다겠지. 만화책치고 광수생각은 글자가 많은 편이기도 하다. 뭔가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의도가 강하다. 만화가 그리기 싫을 때는(광수씨의 설명에 의하면) 그림이 더 단순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조선일보라는 매체 때문일까, 낄낄거리면서 잘 보고 나서도 약간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쩌면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박광수씨는 만화가지 사회운동가도 아니고(학생 때도 데모 한 번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학생 운동하는 애들한테 조용히 하라고 소리까지 지르곤 했다고 한다--;) 투철하고 정치한 역사인식, 세계인식을 그가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닌데 말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우리처럼 평범하고, 잘 모르기 때문에) 그의 그림이 대중적인 호소력을 갖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나는 너무 많이 기대했다. 기발한 상상력에 깜짝 놀라면서도 사회의 제 문제를 은근슬쩍 짚고 넘어가는 실력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문제의 관계망을 파악하지 못하고, 하여 핵심을 꿰뚫기 보다 표면적인 문제제기로 그치는 경우가 너무 많다.
하지만 더욱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은, 그의 보수적인 경향이다. 물론, 노동 운동하는 사람도 여성 문제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경우가 있으니까, 그에게 언제나 실천적이고 진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그리고 쓰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ㅎㅎㅎ 어쩌면 나도 편견에 사로잡힌 건지 모르겠다. 실은 그가 외제차를 몰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그의 만화가 와닿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더 솔직할 것이다.
그러고 나니, 여자가 힘든 걸 볼 수가 없어서 결혼하자마자 자기 부인은 일을 그만두게 했다는 소리도 이쁘게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