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별
코랄리 빅포드 스미스 지음, 최상희 옮김 / 사계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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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예뻐야한다. 다른 책이라면 이런 말을 않겠지만 감화를 주는 서사,보다도 예쁜 게 좋다. 동화책을 달리 그림책이라 부르겠는가. 동화는 절반의 이야기, 그리고 절반의 그림이 함께 채워가는 것이라 예쁘면 예쁠수록 좋다. 그러므로 나는 이 <여우와 별>에 대해 이렇게 단언할 수 있다.

이 동화책은 예쁘다. 고로 좋은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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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이 책을 표지 때문에 샀다. 역시 예뻐서 그랬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언제나처럼 기왕 책을 사는 김에 사은품을 받기 위해 5만원 하한선을 채우던 중에 딱 4천원이 모자라서 '적당한 책이 없을까'하던 차에 이 책이 단박에 눈에 띄었던 것이다. (사족이지만 예쁜 표지는 이래서 중요하다.) 책을 받은 후에야 이 책이 동화였음을 알았다. 표지는 내가 급히 스크롤을 내리다 충동적으로 질렀던 그 순간보다도 직접 보았을 때 훨씬 더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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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어느 숲에 여우가 살고 있고, 여우가 사라진 별을 그리워하며 밤숲을 헤매는 것이 전부다. 이것 또한 동화로서 얼마나 좋은 서사인가. 가뜩이나 복잡한 생각을 더욱 더 하기 싫은 (개인적으로 참 큰일이다, 생각을 좀 하고 살아야 하는데) 내 정돈되지 못한 인생에 쉼표 하나를 찍어주는 책이었다. "자, 이제는 이쯤에서 한 템포 쉬자" 라는 것처럼 쿡 찍어준 쉼표의 타이밍도 절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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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차 말하지만, 이 책은 예쁘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를 하고도 남는 책이다. 다시 말한다. 이 책은 예쁘다. 직접 보면 더 예쁘다. 판형이 좀 애매하긴 하지만 책장에 한 권쯤 덩그러니 꽂혀 있어도 전혀 무리를 주지 않는 두께다. 집에 손님이 찾아왔는데 대화가 사라지고 어색해진 순간 "이 동화 참 예쁘지 않아?" 하면서 한 번쯤 은근슬쩍 펼쳐보이기에 그만인 책이란 소리다. 적어도 TV를 틀어놓고 이미 두세 번은 본 예능 재방을 한 마디 말도 없이 들여다보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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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도록 말하지만 역시 이 책은 예쁘다. 이보다 더 아름답고 예쁜 책이 분명히 더 있을 테지만 (아마도 수없이 많을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내게 준 그 예쁜 감동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이 책이 덜 예뻐지는 것도 아니다. 표지에 속아서 한 번쯤은 사도 좋을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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