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세계 문학과지성 시인선 481
백은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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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잘 아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시집을 고르는 데에 크게 두 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취하고 싶은 감정이 있는가, 또는 꼭꼭 씹어 읽고 싶은 문장이 있는가다. 백은선의 가능세계는 후자였다. 제목에 반쯤 홀려 구매했고 이윽고 펼친 시집은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단어들은 아슬아슬 줄을 타고, 나는 남의 SNS 속에 비공개로 숨어있던 글을 훔쳐보는 심정으로 시어를 꼭꼭 씹는다. 감정보단 말에 취하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런 날에 흠뻑 읽고 싶은 시집이다. 좋았다. 왜 좋았냐고 묻는다면 구체적인 이유를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선 한 번은 주술에라도 걸린 것처럼 이 단어들을 더듬었으니 두 번 세 번 더 읽게 된 후에 이 시에 구체적인 감정을 붙여주고 싶다. 읽을만한 좋은 시였다. 신인의 불편한 패기보다 자기 내면에 집중하는 안정적인 문장들이 나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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