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지의 세계 민음의 시 214
황인찬 지음 / 민음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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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시와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을 몇 명 알고 있다. 그의 시는 한 문장을 골라내기가 매우 어렵다. 행과 행 사이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그의 시는 한 덩어리로 읽을 때에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얼굴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마치 잘 짜여진 만화나 영화 한 편의 스토리 콘티와도 비슷하다. 심상은 이야기보다는 이미지로 흐르고 화자는 소통대신 자기 고백에 집중한다. 그의 글이 히키코모리적 세계라는 책의 해설은 아마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흑백의 칸에 갇혀있는, 수척하고 외로운 청년을 나는 보았다. 한때는 메텔 같은 여인과 사랑하길 꿈꿨을 듯한 , 그런 여자는 세상에 없다는 걸 너무 일찍 알아버린 소년을 나는 보았다. 그의 시는 정말로 내가 아는 많은 20대들을 닮았다. 그래서 나는 참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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