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밤 - 양장본
미야자와 겐지 지음, 이선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달밤이라서 빛나는 것이 아니라, 은하라서 빛나는 거야."

- 미야자와 겐지 <은하철도의 밤> 中



이 책의 이름을 알고 있었던 것은 내가 좋아하던 작가와 작품들 속에서 숱하게 읽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원작자인 마쓰모토 레이지와 감독 린 타로는 이 동화에 영감을 받아 은하철도 999를 제작했다.) 단 한 권의 동화책은 너무나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고, 너무나 많은 곳에 영향을 끼쳤다. 아마 우리가 현재 읽고 있는 일본 작가, 만화가, 영화 제작자들의 대다수가 이 책에서 한 줄 정도의 영감은 받지 않았을까. 그 정도다. 때문에 상당히 알려져 있던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동화는 즐겁지 않다. 무엇보다, 달콤하지가 못하다. 동화가 보여주는 꿈과 환상을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이 꿈은 전혀 달거나 행복하지 않다. 여행을 함께 하는 조반니와 캄파넬라는 꿈 속에서마저도 온전히 꿈을 즐기지 못한다. 꿈을 꾸면서도 그것은 조반니가, 캄파넬라가 잊고 싶어하던 현실과 맞물린다. 은하수를 달리는 꿈을 꾸고 있으면서도 꿈은 온전한 꿈이 아니다.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마음이 묵직했던가.


꿈이 쏟아지는 은하수의 축제와 함께 열차에 올라 우주를 누비던 꿈은 한 순간에 현실로 돌아온다. 꿈에서 깨어나면 누구나 허탈하고 누구나 서럽다. 꿈에서 깬 것과 동시에 현실은 도둑처럼 닥쳐오고, 이 어린 아이들에게 그 현실은 너무도 잔인하고 서글프다. 그래도 조반니는 웃으며 강둑을 달린다. 사랑하는 친구를 잃은 상실감보다 보고 싶었던 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소년은 웃는다. 그게 참 좋았다. 꿈의 거짓이 아닌, 이따금 괴롭고 잔인하긴 해도 소중한 사람을 만나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현실을 향해 뛰어가는 소년. 

누구나 한 번은 꿈을 꾼다. 꿈은 누구나 꿀 수 있다. 꿈을 꾸는 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건 사춘기의 열병처럼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래도 마냥 꿈 속에 잠겨있지만은 않기에 이 글은 슬프다. 또 마냥 꿈만 꾸는 것이 아니기에 이 글은 참 아름답다. 글의 묘사가 아닌, 전체적인 텔링을 두고 아름답다고 말해도 될런진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는 참 아름답다. 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내가, 그래도 이 현실을 잘 살아가고 있는 내가 참 뿌듯하다. 


은하철도의 밤은 언젠가는 끝난다. 꿈이 끝나듯 현실이 온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간다. 살아는 진다. 그렇게 모두 자란다. 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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