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 바이 미 - 스티븐 킹의 사계 가을.겨울 밀리언셀러 클럽 2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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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사계 중 가을과 겨울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자각의 가을에 해당하는 ’스탠 바이 미’, 의지의 겨울에 대한 이야기인 ’호흡법’이다.


’스탠 바이 미’는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소년 네 명의 모험과 성장을 그린 이야기다. 글 잘 쓰는 고디, 영리하지만 불량아로 낙인 찍힌 크리스, 아버지 때문에 귀에 장애를 가지게 된 테디, 머리가 조금 나쁜 번. 이 중에 고디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니, 정확히는 어른이 되어 글로 밥을 벌어먹는 고디가 자신의 12살 시절을 회상하는 것이다. 생에 최고로 멋진 친구들과 함께 했던 이틀간의 모험 말이다. 시체를 찾아나서는 모험. 이들은 이틀 간 선로를 따라 걸으며 목숨의 위기도 겪고, 무척 두려운 경험도 한다. 소년들의 집안 배경과 행동, 생각들 또한 이야기를 통해 드러난다. 아직 어리기만한 소년들은 나름대로의 상처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견디는 법을 익히고 있는 것이다. 어린데도 현실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 현실은 이들의 우정 또한 내버려두지 않는다. 의리로 이어진 최고의 우정이지만 그 어린 시절의 우정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은 크리스의 말을 통해 드러난다. 언젠가는 제각기 다른 길을 걸어야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성장한다는 것은 어릴 때 지녔던 무엇인가를 상실하고 다른 무언가를 얻는 것이다. 고디는 이 모험을 통해 성장을 했고, 그가 잃고 얻은 것은 이 이야기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호흡법’은 조금 섬뜩한 이야기다. 액자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말하는 사람이 누구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이야기로다.’라는 문구를 내건 이상한 클럽에서는 이야기가 오간다.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책들이 있고, 서로 이야기를 해주며 시간을 보낸다. ’이야기’ 즉, 스토리가 오가는 자리인 것이다. 가입도, 탈퇴도 없는 이상한 클럽, 수상하기 그지없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이상한 세계다. 그리고 이곳에서 들은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바로 호흡법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를 낳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 한 어머니의 이야기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장소도 으스스하지만 이야기 자체도 어딘가 으스스하다.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했는데 초반에는 어디가 무섭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물론 다 읽어보니 무서운 이야기는 맞았다. 하지만 이야기 속의 이야기보다, 그 클럽과 스티븐스가 더 무섭게 느껴진다. 호흡법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니까 무서움이 덜하다. 그런데 클럽의 이야기는... 글쎄, 모르겠다. 알 수 없는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달까? 그래도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그곳에 이야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는 사람이 누구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이야기’라지만 그래도 입담 좋은 이야기꾼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 스티븐 킹의 이야기라면 이야기도 재미있고, 말하는 사람도 재미있어서 다 재미있게 느껴질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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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의 바다 Nobless Club 16
민소영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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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바닷가에서 읽었다. 하지만 내가 뒹굴거리던 자갈 해안이 책을 읽는데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내가 앉아있던 해변가는 지극히 현실적이었는데 이야기는 무척이나 몽환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환상의 바다에 빠져서 현실의 바다를 뒤로 미뤄버렸다.

누가 학원물에 현대물이라기에 가벼운 분위기를 기대했었는데 이게 웬 걸, 좀 어두운 분위기였다. 흑백 꿈 속을 헤메는 듯했다. 때로는 악몽이기도 하고 말이다.

첫 챕터인 꽃의 바다는 영 진도가 안 나갔다. 현대물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류제와 우영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도 혼란스러웠다. 류제의 과거사나 주인공들의 인간관계, 인간 아닌 존재들에 대한 정보 부족도 문제였다. 게다가 옆에서 떠들어대는 친척들이라는 외부적 요인까지 겹쳐서 책 속의 세계와 나는 격리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류제의 과거사가 정리되고, 우영과 류제가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몰입이 시작되었다. 정확히는 연림이 에피소드부터말이다.(뱀의 바다 챕터 들어서면서부터같다.) 사실 이 에피소드는 큰 줄거리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다. 왜 들어있지 싶을 정도기도 한데,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류제와 우영이 만나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니, 어찌보면 큰 줄기에 필요한 사건이다.

나는 과거 회상 장면을 좋아하지 않는다. 애초부터 과거 이야기가 주인 액자식 소설이라면 모르되 갑자기 튀어나오는 플랩백은 이야기의 흐름을 끊어먹어서 별로다.  류제의 과거에 있었던 그 사건도 아예 통채로 보여주는 것보다 이야기를 전개해가면서 조금씩 드러났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아니면 사건 하나 하나씩 잘라서 중간중간에 집어넣는다든지. 그 사건은 전체적인 이야기에도 중요하다. 한번에 다 보여준 것 덕분에 이야기를 이해하는 게 편해지기는 했지만 한참을 과거 이야기만 나오니 역시 지루해진다.

끓는 점까지 가는 것이 좀 고생스러웠지만, 일단 끓고나서부터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영과 류제가 좀 더 일찍 만나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면 몰입이 좀 더 빠르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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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왕 - 안데르센 동화집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5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김양미 옮김, 규하 그림 / 인디고(글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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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께 선물로 받았던 책이다. 서점에 들를 때마다 인디고의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는 정말 삽화라든가 판형이 작고 아름다워서 탐났었다. 이렇게 받고 나니 역시 선물하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뭐니뭐니해도 보기 좋은 떡, 아니 선물이 받기도 좋은 법이니까. 게다가 안에 든 이야기들도 친숙하면서도 오랫동안 잊고 있었기에 그리운 이야기들이라 반갑게 맞아들일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얇고 그림이 크고 글은 적었던 그런 유아용 동화책(아마 안데르센 전집이었던 것 같다)으로 접했던 이야기들을 다시 읽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장면들, 이야기들을 되새길 수 있었다. 분명 한 번씩은 들어본 이야기인데도, 새로운 옷을 입고 나타나니 이상하다. 귀엽기만 하던 소녀가 어여쁘게 꾸민 숙녀가 된 것 같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이야기'를 제대로 읽어보면 이런 느낌인가 보다.

눈의 여왕, 인어공주, 나이팅게일, 백조 왕자, 장난감 병정, 성냥팔이 소녀.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이다. 표제작인 <눈의 여왕>이 제일 길고, 뒤로 갈 수록 이야기들이 점점 더 짧아진다. 뒤쪽 이야기들은 정말 짧아서 조금 아쉽다. 삽화들은 환상적이다. 이야기의 분위기를 잘 반영하는 듯, 동화 같으면서도 화려하다. 무척 예쁘다. 

이 책을 선물로 받아서 기뻤다. 누군가에게 책 선물을 줘야한다면 나도 이걸로 주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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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크로스로드 SF컬렉션 3
이영도.듀나 외 지음 / 해토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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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는 이영도, 듀나, 인태운, 송경아, 설인효 노기욱, 김보영, 김몽, 김선우, 백상준.
웹진 크로스로드에 올라갔던 단편들을 모아 출간한 SF단편집이다.
종이가 좀 두껍고 뻣뻣한 재질이라 책이 무겁게 느껴진다.


이영도 <별뜨기에 관하여>

이건 사실 크로스로드에서 한 번 읽었다. 하지만 책으로 다시 읽으니 색다르다. 다른 작품 '카이와 판돔에 관하여'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문교대책위원회의 의도로 지구인과 위탄인은 서로의 파트너로 선택된다. 리볼피트인의 신이 된 위탄인은 화합의 신의 별자리를 필요로 하고, 짝패인 지구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별자리는 보는 위치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 그걸로 필요한 별자리를 떠서, 의미를 부여한다. 작가는 사물을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지만, 이영도 작가만큼 독특한 시선으로 단어의 의미를 재창조해내는 건 별로 보지 못 한 것 같다.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한달까. 이 단편도 그 특징이 살아있다. 별뜨기라는 새로운 개념부터 잠에 대한 것까지. 인류는 꿈에 빠져 있지만 그 꿈이 무의미하지만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듀나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한국의 대표적인 SF작가인 듀나의 단편이다. 생명의 논리. 살아 숨쉬고, 변화하고, 현재 있는 것만을 믿는 세상에 죽음의 논리가 들어온다. 살아 있는 세상에서 죽은 세상으로. 말의 세상에서 글과 기록의 세상으로. 나라는 인간부터가 사실 죽음의 논리에 충실하고, 기록을 사랑하고, 현재보다는 과거에 충실하지만 이 세계의 변화가 그닥 유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로 삶에서 죽음으로 세상이 변화하는 것 같았달까. 물론 촌장의 태도가 모두 바람직하지는 않았겠지만, 발전과 문명이라는 명목하에 그 세상은 끝없는 경쟁과 불화로 돌입했다는 생각이 든다.


임태운 <채널>

추리 소설 같기도 했다. 수사물의 포스가 팍팍 풍긴다. 뇌사 상태로 발견된 세 구의 시체. 그 의문점을 밝히려는 형사가 주인공이다. 사랑하는 딸이 있고, 한 팀인 후배도 있다. 비극적인 결말이 조금 슬프다. 한 미치광이 과학자(예술가?)의 미친 짓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갈라놓게 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결국 자신을 파괴하는 일.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든, 가장 소중한 것을 파괴하는 것이든 어느 쪽이든 '나'의 파괴라는 점은 분명할 것이다.



송경아 <하나를 위한 하루>

채널과 마찬가지로 이것도 '부정(父情)'에 관한 이야기이다. 뭐랄까, 서사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형은 딸 하나를 달라고 한다. 아버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하나가 필요하다. 연구 재료로 과연 딸을 줄 수 있는가. 효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했던 조선시대라면 그게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사람과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설인효 <진짜 죽음>

사후 세계는 과연 있는가. 아니 있다 없다의 차원을 넘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어떤 혼란이 찾아올 것인가. 사후 세계가 있다는 것을 가정했을 때의 소설은 많이 봤지만, 없다는 건 왠지 처음 본 듯 하다. 그리고 사후 세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는 것이 문제가 될 줄도 몰랐다. 신기했다.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이 확정된다는 것은 꽤나 무서울 수 있다.


노기욱 <소울메이트>

자신의 운명의 상대를 찾아주는 후아유는 나영 이론에 입각해 만들어졌다. 후아유가 반응하는 사람들은 서로가 인생 최고의 상대이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사랑을 후아유로 찾아다닌다. 기계로 자신의 사랑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번 찾으면 헤어질 필요도, 갈등할 필요도 없는 영원한 사랑인데. 하지만 서로 싸우는 옛날의 사랑 또한 사랑이다. 조금 부족할 지라도. 완전한 사랑을 열망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불완전한 사랑은 그 나름대로 사랑으로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김보영 <0과 1사이>

왠지 가장 SF답다는 생각이 든 작품이다. 아마 내가 SF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여행을 다룬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과학적인 이론과 사회적인 이야기를 적절히 결합한 수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간여행보다는 역시 양자역학이 주요 소재이다. 양자역학이 뭔지도 잘 몰라서 그런지 이야기가 난해하게 다가왔다. 확률만으로 존재하는 세계, 그 확률에 의해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세상. 주입식 교육과 과도한 경쟁. 시대착오적이면서 혼란스러운 세상이다. 현실에 맞지 않게 과거에 매여 사는 어른들의 모습은 씁쓸하면서도, 나도 저렇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할 말을 잊게 만든다.



김몽 <차이니스 와이너리>

음. 좀 썰렁했다. 중국인 거리에서 만난 처남을 닮은 소년. 딱 한 번 만난 후로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가짜가 판치던 중국인 거리의 가짜 음식을 단속하게 된다. 중국까지 가서 가짜 와인 공장을 단속하게 되는데, 거기서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된다. 그닥 신선한 소재도 아니었고, 이야기 자체가 흥미진진하지도 않았고, 결말도 별로... 그랬다 그냥.


김선우 <양치기의 달>

사람들은 이시스 행성을 개척한다. 그곳으로 이주해 간 사람들은 유전자 조작을 받고 램이 된다. 무리를 지어 번식하고, 인구가 늘어나면 한 무리를 만들어 이동한다. 이 램들은 들쥐와도 같다. 다른 무리를 발견하면 발작을 일으킨다. 사랑도 본능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고, 나 자신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레밍의 발작도 이런 자기보존 본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백상준 <우주복>

이거 SF인줄 알았는데. 음 뒤쪽은 호러이다. 나만 무서운 걸까? 근데 실감나게 상상하자니 너무 소름끼쳐서.... 외계 생물과의 조우.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방도조차 없을 때, 오해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는지. 주인공의 마지막 생각은 일견 어린왕자를 떠오르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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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4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양미 옮김,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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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근깨가 빼곡히 들어찬 얼굴, 빨간 머리, 마르고 작은 체구. 하지만 꿈꾸는 듯이 빛나는 눈동자, 생기 넘치는 표정. 누구인지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Ann. 아니, e를 붙인 Anne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초록 지붕집에서 사는 귀여운 소녀.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나고, 책으로도 한 번 쯤은 만나봤을 터이다. 나 또한 이 소녀를 자주 만난다. 몇 년에 한 번씩은 꼭 보는 듯 하다.

이번에 본 앤은 조금 특별하다.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져있는 '초록 지붕의 앤'  번역본인데, 삽화들이 들어있다. 앤의 순수하던 어린 시절에 적절한 아름다운 그림들 말이다. 삽화들은 꼭 앤의 상상 속의 풍경처럼, 아름다운 유년기의 추억처럼 다가온다. 앤은 전 시리즈 걸쳐 성장하고, 앤의 어린 시절은 이 한 권에서 끝나버린다. 그리고 삽화는 그 어느 시절의 앤보다 꿈꾸는 소녀 시절의 앤과 잘 어울린다.

앤의 이야기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어, 나중에 숙녀가 되고 어머니가 된다. 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앤의 모습은 10대 초반의 순수한 꿈꾸는 고아 소녀이다. 어린 소녀가 숙녀가 되고 가정을 이루는 모습이 보기 싫은 것은 아니나, 어딘지 모르게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이가 자란다는 사실은 이 한 권의 책의 처음과 끝만 봐도 당연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앤이 실수투성이의 소녀이기를 바란다. 상상을 마음껏 펼치고, 다이애나와 우정을 맹세하고, 조잘대는 앤의 모습에서 잃어버린 추억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앤이 어른이 된 이후의 이야기는 잘 읽히지 않는 것일 테다. 그래서인지 이후의 이야기는 몰라도 상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앤이 가장 반짝반짝 빛나던 시절도 초록 지붕 아래서 살던 때이고 말이다.

삽화도 빛나고, 앤의 이야기도 빛나고 있다. 앤의 이야기를 다시 접하고 싶으신 분께는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앤의 가장 가치 있는 시절의 이야기를, 무척이나 아름답게 담아내었기 때문이다. 실수투성이.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해주는 앤이 당신에게도 사랑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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