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로스 & 토르소
크레이그 맥도널드 지음, 황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토르소. 몸을 의미하는 말에서 나와 이제는 몸통만을 만든 미술작품을 지칭하고 있는 단어이다. 얼굴도 팔다리도 없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몸통 조각. 부자연스러운 모습. 그 이상한 모습 속에서도 어떤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때로는 기괴함 자체가 곧 토르소의 미(美)처럼 보이기도 한다.『토로스&토르소』는 그런 섬뜩한 아름다움, 예술이 가져올 수 있는 잔혹한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띠지에 써 있는 '누군가가 죽어야 예술이 된다'라는 문구가 그 이야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초현실주의 살인사건


헥터 라시터는 '자신의 소설 같은 인생을 사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범죄소설 작가이다. 그가 쓰는 소설에나 나올 법한 사건들을 현실에서 접하기 때문이다. 이 토로스 토르소도 그가 겪은 사건으로, 1935년에서부터 1961년에 이르는 긴 세월을 담고 있다. 하나의 이어진 사건이지만 세부적으로는 네 개의 이야기가 엮여 있다. 1935년의 키웨스트, 1937년의 스페인, 1947년의 헐리우드, 1959년의 쿠바. 이 아무 연관 없어보이는 장소들은 '살인 사건'이라는 한 주제로 모인다. 어디에서든 저명한 소설가인 헥터는 역시 저명한 예술가들을 만나고, 그들과 사귀다가 사건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범죄소설가들만 그런 짓을 하지. 자기 소설 같은 인생을 사는 남자만이 말이야."

헥터는 자신에게 붙은 이 타이틀이 자꾸 퍼지는 것이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홍보 담당이 광고를 내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도대체 어디서 생긴 타이틀인가?

-361쪽



일반적인 살인사건이라면 자신의 소설 같은 인생을 사는 헥터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평범한 살인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이다. '초현실주의 살인사건'이다. 유명한 초현실주의 화가들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살인사건으로 살인은 그 그림들을 모방하는 모습을 띈다. 여자의 내장을 빼내고 톱니바퀴로 가득 채워 놓는다거나, 머리만 없애둔다거나... 키웨스트에서 헥터가 유혹해서 사랑을 나누던 여인, 레이첼마저 그렇게 죽어버린다. 그리하여 수십 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헥터는 사건의 그림자를 이고 가게 된다. 새로운 사건에 남겨진 그 전 사건의 흔적을 좇으며 진실을 서서히 밝혀간다. 




제 2의 주인공 헤밍웨이


반전은 그리 충격적이지는 않았지만, 다른 예술가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 참 흥미롭다. 그 시대의 유명인사들이 얼굴을 들이민다. 가장 비중이 큰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물론이고, 스쳐지나가는 조지 오웰, 사건에 협력하는 리타 헤이워드까지. 특히 헤밍웨이는 헥터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 나오면서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이야기에서 사건을 걷어내면, 헤밍웨이만 남을 것처럼. 그 유명한 거장의 사생활과 행동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살인 사건이나 범죄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예술가들의 이야기고 그 중심에 헤밍웨이가 있으니까. 헤밍웨이는 제 2의 주인공일지도 모르겠다.


헥터가 탑승구 쪽으로 걷기 시작하더니 어깨 너머로 뒤돌아서며 소리쳤다. 

"헤밍스타인! 하나의 진실한 문장! 최고의 친구는……."

헤밍웨이가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

"……어느 날 혼자 남는다."

469쪽




"검음색 바탕을 배경으로 한 여자의 누드 상반신이에요. 배꼽에서부터 어깨까지가 널찍하게 찍혀있죠. 

머리는 그림자 속에 가라앉아서 전혀 보이지 않아요. 팔은 이런 모양으로 들려있었죠."

레이첼이 머리 위로 손을 들어보였다.

"마치 뿔 같은 모양으로요. 미노타우로스의 뿔이오. 아시겠어요? 모델의 가슴이 황소의 눈이고, 

아주 마른 모델이라 배의 푹 꺼진 부분이 황소의 코와 주둥이가 되죠. 

만 레이는 그림자와 편집을 이용해서 여자의 벗은 몸을 미노타우로스의 머리처럼 표현해낸 거예요."

-94쪽.



미노타우르스


황소가 죽는 걸로 끝이 정해져있는 투우처럼 그렇게 정해진 끝을 향해 가는 미궁 탐험. 초현실주의자들이 설계한 미궁 속에서 과연 무엇을 찾거나 나올 수 있었을까. 헥터는 미노타우르스의 미궁 속을 총 한 자루 들고 헤멘다. 그가 미노타우르스일지, 아니면 미궁을 헤매는 테세우스일지는 모르겠지만 마주치는 것에 칼을 꽂아야한다. 안 꽂으면? 글쎄. 어쨌든 그는 미노타우르스가 만든 예술을 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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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지음, 최인자 옮김, 제인 오스틴 / 해냄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오만과 편견. 모르는 사람 없다. 다아시는 로맨스 코미디 남자 주인공의 바람직하고 모범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고, 리지 또한 마찬가지로 모범적인 여자 주인공 아니겠는가. 오만과 편견에는 고전적인 예법, 아름다운 의상, 오해, 편견, 역경을 딛고 이루어낸 사랑이 있다. 너무 아름다워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성역. 아름다운 러브스토리. 


그런데 역병이 그 성역을 침범했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이야기다.

 


 


 




리지는 좀비와 싸워요. 


제인 오스틴 시대의 영국에 55년 간 이상한 역병이 돌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그 역병은 감염자를 서서히 죽여가며 살아있는 시체로 만든다. 시체가 된 이들은 이성을 잃고 사람들을 죽여서 먹게 된다. 그렇다. 이 역병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좀비와 비슷하다. 그렇다. 좀비.  오만과 편견은 좀비물이었다.


베넷 씨는 딸들의 안전에 상당히 신경 쓴다. 그는 좀비들 사이에서 딸들이 살아남게 하기 위해 전사로서 훈련을 시킨다. 중국 소림사의 리우 사부 밑에서 혹독한 훈련을 거치기도 하고, 끝없이 수련을 멈추지 않는 베넷가의 숙녀들은 이미 노련한 전사이자 죽음의 신부이다. 그 중에서도 둘째 딸 리지는 최고의 전사. 전사의 법도에 따라 살고 죽는는 잔혹한 전사다.

 

손님들이 사방으로 허둥지둥 도망치고 있을 때, 베넷 씨의 목소리가 이 소란을 뚫고 들려왔다.

"딸들아! 죽음의 팬터그램을!"

엘리자베스는 즉시 제인, 메리, 캐서린, 리디아와 함께 무도회장 가운데로 모였다. 아가씨들은 제각기 발목에서 단검을 꺼냈고, 보이지 않는 별의 다섯 꼭짓점 위에 우뚝 섰다. 그들은 방의 한가운데에서부터 바깥쪽으로 전진했다. 아가씨들은 한 손에는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검을 들고 다른 한 손은 잘록한 허리 위에 얌전하게 올려놓았다. 

-p.16



좀비와의 전쟁이 계속되는 와중에 네버필드 저택에 빙리 씨와 다아시 씨가 오게 된다. 다아시는 처음에 리지를 경멸하지만 그녀의 전사다운 몸놀림과 형형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눈에 반해버린다. 그리고 역병과의 싸움에서 피어나는 사랑. 그 이름 사랑. 죽음의 신부가 다아시의 신부가 되어간다.




 




원작의 철저한 변용.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는 원작을 철저하게 가져오고 있다. 문장 하나하나가 원작의 것을 변형시킨 것이다. 그렇기에 원작을 잘 알고 있다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다만 원작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내가 원작을 읽고 있는 건지, 아니면 좀비물이 된 오만과 편견을 읽고 있는 건지 잘 구분이 안 될 정도라는 것. 단어 수준의 변형이기 때문에 세심하게 보지 않으면 어디가 바뀌었는지 잘 모르게 된다. 바뀐 단어들은 물론 현대적인 이야기처럼 때론 노골적이고 때론 패러디 같기도 하지만 오만과 편견의 분위기 자체를 바꾸지는 못했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오만과 편견이라는 유명한 이야기를 완전히 좀비물로 바꾸는 데는 성공한 듯 싶다. 좀비가 나오는 장면들은 어쩔 수 없이 원작에서 엇나가기도 하며(하지만 잠시 뿐) 때로는 지나치게 잔인하기도 하다. 원서에는 삽화가 있는데, 참 어울리면서도 그로테스크해서 안 실은 게 다행이다 싶다. 이 이야기에서는 특히 그 무엇보다 엘리자베스 베넷이라는 캐릭터가 큰 변화를 맞이하지 않았나 싶은데, '나의 리지는 이렇지 않아!'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다. 이걸 읽는 동안 키이라 나이틀리가 카타나를 휘두르고 닌자를 죽인 후에 심장을 씹어먹는 걸 상상하려고 노력했는데... 안 된다. 안 돼. 




 

 


 



오리엔탈리즘?


소설을 읽는 동안 불편한 점이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베넷가 숙녀들은 중국에서 수련했고, 캐서린 드 버그 영부인은 닌자들을 호위로 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중국과 일본은 흔히 말하는 오리엔탈리즘, 즉 서양보다 더 야만적이고 미개하고 그러면서도 신비로운 그런 분위기로 묘사된다. 야만성도 무술도 잔혹함도. 좀비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결과 만들어진 태도가 아니라 동양에서 수련받았기 때문이라고 여기게 만들고 있다. 기분 나빠. 그리고 듣기로는 살상용으로는 일본도나 검술보다 서구 검술이 더 유용하다던데. 

 

엘리자베스는 무시무시한 일격을 가해 닌자의 늑골에 구멍을 냈다. 그녀가 손을 꺼냈을 때에는 여전히 펄떡거리는 심장이 쥐어져 있었다. 캐서린 영부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몸서리를 치며 뒤로 돌아섰다. 엘리자베스가 심장을 한 입 깨물자, 시뻘건 피가 그녀의 턱을 따라 대련복 위로 주르르 흘러내렸다. 

엘리자베스가 심장을 씹으며 말했다.

"거참, 흥미롭군요. 수많은 사람의 심장을 먹어보았지만, 일본인의 심장이 좀 더 부드러워요."

-p.169


 


잘 바꿨지만 거기까지.


설정이 참 흥미롭기는 했다. 원작을 저 어딘가 멀리 두고 와서 직접 비교하며 볼 수 없었던 게 아쉽다. 첫 문장부터 폭소하며 봤다는 분도 계셨지만 웃음 코드란 참 어려운 것이라... 나도 초반에는 키득거리며 봤지만 약간의 변형만이 끝까지 지속되다 보니 초반의 흥미로움은 중반부부터 그냥 끝나버렸다. 설정의 흥미로움을 그것만으로 끝내버렸달까. 좀비로 패러디를 하든 말든 원작과 그리 다를 건 없으니 초중반부터는 앞으로의 이야기가 전혀 궁금해지지 않았다. 


어쨌든 기대치에 못 미쳤던 소설이었다. 원작을 읽지 않았다면 즐기기 힘들 것 같고, 또 유머 코드가 맞지 않는다면 역시 별다른 재미도 없겠고, 초반의 흥미가 끝까지 지속되기도 어렵다. 일반적인 액션 스릴러같은 속도감 있는 이야기도 되지 않고, 완전히 고전적이고 로맨틱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섭지도 않고, 동양의 무술만이 불편한 그저 그런 이야기였다. 



오만과 편견을 좀비물로 완벽하게 바꾸어 놓았지만 거기까지. 정말 거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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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나이트폴 1 : 다크 나이트 라이즈 원작 배트맨 : 나이트폴 1
더그 만케 외 지음, 이규원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수많은 미국 만화 영웅 중에서 단 한 명의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배트맨일 것이다. 인간이면서도 인간의 능력의 한계치까지 끌어다 쓰는 그. 절대 사람은 죽이지 않는다는 영웅. 워낙 잘나서 뱃신이라는 별명까지 가진 그는 어느 히어로보다도 매력적이다. 




닼나라의 원작, 명작 나이트폴.


사실 『다크나이트 리턴즈』를 볼 때까지만 해도 배트맨이 이렇게 매력적인 인물이었는지는 몰랐다. 그냥 가장 인기 있는 영웅 중에 매력포인트를 조금 더 가진 영웅일 뿐이었고, 놀런 감독이 만든 영화는 좋아했지만 거기서의 배트맨이 좋았던 건 그저 영화가 잘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배트맨 나이트폴』 시리즈를 보는 동안 배트맨의 열렬한 팬이 되어 있는 나를 발견했다.


배트맨 나이트폴은 이번에 개봉한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원작이라고 한다.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읽는 사람은 놀런이 나이트폴 시리즈에서 많은 소스를 가져왔다고 느낄 것이다. 내게는 『다크나이트 리턴즈』보다 나이트폴이 더 매력있었다. 영웅의 추락과 부활이라는 코드를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배트맨이 말하는 이상이 잘 전해진다. 또한 그를 둘러싼 관계의 성숙마저 그려지니. 이거이거. 괜히 명작이라고 하는 게 아니구나.



 



나이트폴 시리즈는 3부로 나뉜다. 1부-부러진 박쥐. 2부-밤을 지배하는 자. 3부-기사들의 종언 

각 부의 내용은 저기 표지 속에 요약되어 있다. 표지에 보이는 대로. 

1부는 베인이 배트맨을 잡고. 2부는 배트맨(장 폴)이 베인을 잡고. 3부는 원조 배트맨(브루스)가 후대 배트맨(장 폴)을 잡는다. 




아래는 미리니름... 인가? 대략적인 줄거리



좀 더 자세히 말해보자면, 1부에서는 베인이라는 새로운 악당이 등장해 배트맨을 잡으려고 한다. 고담은 배트맨의 것이기에. 고담을 가지고 세계를 가지기 위해. 배트맨을 꺾기 위해 베인은 미친놈들이 우글거리는 아캄 수용소를 파괴하고, 조커, 스케어 크로우 등의 배트맨의 숙적들이 고담 시대로 빠져나간다. 배트맨은 그들을 한 명씩 잡아 넣는데, 그 과정에서 서서히 지쳐간다. 아니, 사실 그 전부터 지쳐있는 기색이었다. 근데 더 지쳐서는... 그렇게 무너지는 배트맨과 그를 지켜보는 베인의 결투는 서서히 다가 오는데.... 







뭐 배트맨과 베인의 결투는 보는 바와 같이 허리 아작으로 끝나게 된다. 영화에서도 보고 충격과 공포를 선사해준 그 장면이다. 브루스가 지쳐도 지나치게 지쳤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워댔으니. 쯧. 



2부에서는 척추가 부러져버린 브루스 웨인 대신 장 폴이 배트맨이 되어 베인의 휘하에 들어가버린 고담을 지키려고 한다. 장 폴은 성 뒤마 기사단에서 복수자로 키워진 사람이라는데, 그게 문제가 생긴다. 성 뒤마 기사단의 아즈라엘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시스템'을 주입당한다. 장 폴이 배트맨으로 활동을 하는 동안 그 시스템이 작동을 하게 되는데. 그 결과 이런 괴상한 수트까지 만들어낸다. 





강철 배트맨~ 근데 브루스가 저 강철갑옷을 디스해대는 걸 보고 있자니 '이건 같은 갑부 히어로인 아이언맨에 대한 디스일까' 싶었던 게 사실이다. 장폴의 배트맨은 3부에서 색깔도 빨강+금색이 되었으니까. 


어쨌든 장 폴은 갈 수록 이성을 잃어가고 그가 사람조차 죽이게 되자, 브루스가 장 폴을 막고 배트맨으로 돌아가기 위해 수련하는 게 3부의 내용이다. 







배트맨의 조력자. 보이 원더 로빈


사실 나이트폴을 보면서 배트맨에 대한 매력도 많이 알게 되었지만, 그 보다는 로빈에 대한 애정도가 더 치솟았다. 브루스가 로빈을 거부하다가 그를 믿고 등을 맡길 수 있게 되는 그 과정은 그야말로 감동! 원더 보이가 없으면 안 되지. 암. 


여기서 활동하는 건 3대 로빈인 팀 드레이크. 브루스는 2대인 제이슨이 죽고 나서의 후유증을 아직 가지고 있는 듯 하지만, 용감무쌍하고 영리한 팀이 얼마나 배트맨을 잘 보좌하는지. 1부에서 배트맨이 로빈을 배제하고 혼자 싸우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팀이 자기 자리를 지켜내지 않았나. 1대 로빈이자 현재 나이트윙으로 활동하는 딕 그레이슨도 브루스가 무너진 후 브루스를 돕기 위해 고담에 온다. 다 성장해서 홀로 서기를 시도했음에도 브루스를 위하는 마음만큼은 그대로구나! 훈훈한 배트 패밀리. 


"배, 배트맨. 등 뒤가 훤히 비었잖아요." 

"천만에. 네가 있었잖아." 

-나이트폴 3부. 302쪽.





아무튼 이번에 나이트폴을 보면서 진짜 배트맨의 팬이 된 것같다. 

배트 패밀리 왜 이렇게 훈훈하고 브루스 웨인은 왜 이렇게 잘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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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티미츠 Vol.1 : 슈퍼휴먼 시공그래픽노블
마크 밀러 지음, 이규원 옮김, 브라이언 힛치 그림 / 시공사(만화)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미국 만화 시스템은 복잡하다. 회사에서 캐릭터들을 가지고 있고, 스토리가 겹치지 않게 세심히 계획을 짜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고 한다. 무엇보다 특이한 건 미국 만화에서는 '평행우주' 세계관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설정을 십분 활용해 별의 별 이상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마블의 공식 우주는 지구-616이지만 수십년의 세월동안 쌓인 이야기를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그런 새로운 독자층을 위해 멀티 유니버스 세계관을 이용해서 새로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하고, 이상한 설정을 집어넣기도 한다. 다른 우주에서는 지구가 좀비 스파이더맨이 메이 숙모를 먹어버리기도 하고, 여자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결혼하기도 한단다.


『얼티미츠』도 마블의 중요한 우주 중에 하나이다.




 


 

올해 초에 흥행한 영화 <어벤져스>는 슈퍼 히어로 연합의 탄생을 다루고 있는데, 마블 코믹스의 메인 스토리(지구 616)는 영화와는 꽤 거리감이 느껴진다. 메인 유니버스 이야기는 워낙 오래 됐으니까, 히어로도 정말 많으니까. 초기에는 영화와 닮았겠지만 그 초기라는 게 몇십 년 전 아닌가. 하지만 얼티밋 세계, 지구-1610에서 새로 시작한 이야기와 영화는 닮아있다. 영화도 이 얼티미츠를 참고했다고 하는 것같고. 아무래도 창설 시기가 비교적 비슷하고, 히어로 연합을 만드는 이야기라 그렇겠다. 


지구-1610에서는 2002년, 어벤저스가 아닌 얼티미츠가 창설된다. 멤버는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토르, 와스프, 자이언트 맨, 헐크. 멤버가 영화와는 다르지만, 메인 유니버스의 어벤져스 초기멤버도 대충 이렇지 않나? 





브루스 배너 박사가 유난히 찌질하게 나와서 불쌍하다. 영화에서는 저런 인물이 아니었는데. 하지만 아무래도 초기에 가장 불쌍한 건 캡틴 아메리카. 자고 일어났더니 57년이나 지나 있고, 약혼녀는 친구랑 결혼해서 호호 할머니가 다 되어 있으니. 불쌍한 스티브. 곧 적응하겠지만 불쌍한 건 불쌍한 거다.


슈퍼 히어로만큼이나 슈퍼 빌런이 적어서 얼티밋 세계관의 1권에서는 별로 큰 사건이 없었다. 적도 내부에서 만들어졌고, 평화롭기 짝이 없는 데다 마케팅만 한다. 외부의 적보다는 얼티미츠 멤버들 간의 화합이 더 필요해 보인다. 아니 부부싸움이 어떻게 저렇게 살벌해... 


어쨌거나 얼티미츠는 히어로 연합을 만드는 것이 어벤져스와 닮아있었고, 무엇보다 닉 퓨리가 영화랑 똑같이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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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 1 세미콜론 배트맨 시리즈
프랭크 밀러 외 지음, 김지선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고담시의 자경단, 저스티스 리그의 탐정 나으리, 어둠의 기사, 배트맨. 배트맨은 놀란 감독이 찍은 배트맨 영화 시리즈로 모든 히어로들 중에서도 주가 상승 중이다.(그러나 영화에서 재산은 급감 중이다. 과연 내년 포브스지 가상인물 재산 순위에 들 수 있을까?) 그 어떤 초능력도 가지지 않았지만 '공포'를 무기로 삼아 고담시를 구하는 배트맨은 우리의 영웅이다. 배트맨이 모든 히어로 중에서 가장 취향임에도 어쩔 수 없이 DC보다는 마블을 보고 있던 요즈음 이 녀석을 손에 넣게 되었다. 


요새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개봉으로 세미콜론에서는 영화에 영향을 끼친 책들만 묶어 따로 세트 구성을 내놓았다. 다크나이트 무비 콜렉션 2세트에 포함된 『다크 나이트 리턴즈』는 1986년에 출간 되었으나 아직까지도 명작으로 일컬어지고는 작품이란다.





『다크 나이트 리턴즈』에서 배트맨은 이미 은퇴했던 상황이다. 10년 간 잠잠했던 암흑의 기사가 고담시로 돌아오게 된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컨셉과 유사하지 않나? 다만 여기서의 브루스 웨인은 거의 60세가 다 된 노인이라는 것. 아. 할아버지. 근데 할아버지인데 몸이 너무 건장해서. 이거 원...



나이가 부쩍 들어버린 제임스 고든 경찰국장(70)과 브루스 웨인. 




몸짱 할아버지가 여기 있습니다. 근데 어딜 봐서 60세 다 된 건가요... 아...... 


그림체나 전개는 확실히 옛날 작품이라는 느낌이다. 다 손으로 그렸겠구나 싶고. TV 화면도 둥글다! 게다가 배경은 냉전상황이기까지. 냉전은 그 옛날 이야기같은데. 대체 배트맨과 슈퍼맨이 활약하던 때는 다 언제였나 싶다. 

조커, 투페이스맨같은 빌런도 등장하고, 새로운 로빈도 나온다. 여기서는 2대 로빈이 죽고 배트맨 혼자 지내다가 은퇴했다는 설정인 듯. 근데 이번 로빈은 여자애다. 세상에. 슈퍼맨도 나와주는데, 배트맨과는 대립하게 된다. 정부의 개(..)로 지내는 슈퍼맨과, 무법자로 설쳐대는 배트맨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돌아온 배트맨이 무법자로서 고담시의 정의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그의 원칙을 지킬 수 있을까. 다 늙은 배트맨은 어떤 결말을 맞을까. 강철 사나이 슈퍼맨을 이길 수 있을까? 슈퍼맨 나쁜 시키. 경로사상도 모르고 노인을 쥐어 패다니. 근데 배트맨한테도 경로가 필요할까.  


어쨌거나 배트맨 시리즈 중에서도 일반적인 쌩쌩한 브루스 웨인이 아니라 다 늙은 할아버지 브루스 웨인 이야기를 처음으로 보게 되다니. 에헤. 그래도 나쁘진 않은 거 같아. 오래된 작품이라 전개방식이 좀 낯설었지만 스토리 자체는 왜 명작인지 알 것도 같았다. 노장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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