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2 : 천국의 악마들 제우미디어 게임 원작 시리즈
윌리엄 C. 디츠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지음, 구세희 옮김 / 제우미디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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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 나는 스타크래프트를 모른다. 물론 그런 게임이 있고, 엄청난 인기를 누린다는 건 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뭐하는 게임인지, 어떻게 하는 건지, 세계관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배경지식이 전무하다시피 한다. 그래서인지 책을 받아놓고도 선뜻 잡을 수 없어 오래도록 묵혀뒀다.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게임하고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연합과 켈모리안 사이에 전쟁이 진행 중이고, 많은 이들이 군대에 들어간다. 짐 레이너 또한 금전적 보상을 위해 군대에 자원입대 한다. 군대에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그 친구들의 개성 또한 뚜렷하다. 처음에는 주먹으로 대화하는 사이었던 하낵, 고위 계층의 자제이지만 납치되어 군대로 팔려온 릭 키드(본명 아크 베넷) 등이다. 그 외에도 타이커스를 만나고, 나중에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천국의 악마들'이 결성된다.  

여기서 그려지는 전쟁은 추하다. 물론 모든 전쟁은 추하고, 자본주의 하에서 전쟁이란 돈벌이 수단일 뿐일테다.. 타이커스든 밴더스풀이든 캐시디든 승리보다는 자신의 이익이 우선시 된다. 그리고 전쟁은 쇼가 된다.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도 모른 채 정신이 개조된 사람들이 피를 뿌린다. 전우도 승리도 중요하지 않다. 영웅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진짜 영웅은 없다. 레이너는 이런 세상을 보고 내적 갈등을 겪지만 이미 군대라는 사회에 속해있는 이상 이 현실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장편 소설이면서도 단편 소설 같다. 스타크래프트의 긴 이야기에서(뒤쪽에 실린 연표를 보니 정말 길더라) 짐 레이너의 젊은 시절만 뽑아냈기 때문이다. 구체적 서사가 있기 보다는 짐 레이너가 갓 입대한 상태의 장면이 담겨있다. 물론 이야기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천국의 악마들의 멤버들 또한 매력적이고, 그들의 전쟁은 어떤 식으로든 끝을 맺는다. 그러나 전체 역사에 있어서는 일부, 한 장면일 뿐이다. 


스타크래프트의 팬이라면 아마 이 짐 레이너라는 인물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의 한 때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는 이 책 한 권에 담긴 모습만 알 뿐이지만, 그럼에도 그가 친근하게 느껴지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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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달
하지은 지음 / 드림노블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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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은 작가의 신작 『녹슨달』이 나왔다. 『얼음나무 숲』에 이은 예술가들의 이야기이다. 얼나숲이 천재 음악가들이 주인공이었다면, 이제는 천재 화가들이다. 

그림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던 파도 조르디는 어릴 적 화가가 되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다. 그러나 재능은 숨길 수 없는 법인 건지, 그림에 대한 열정을 누를 수 없던 탓인지 결국 화가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라잔 공방에서 도제로서 일하게 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 자신의 인생을 바꿀 여인도 둘이나 만나게 된다.

파도의 인간관계는 크게 둘로 나뉜다. 레오나드, 백리, 시세로, 마로로 이어지는 화가군과 사라사, 블레이젝, 이데아, 뒤벨 자작으로 이어지는 애정라인이다. 화가로서의 파도, 인간(남자?)으로서의 파도이다. 이야기도 둘이 동시에 진행되어 시세로, 레오나드의 과거이야기가 흘러나오고, 파도는 또 한 켠에서 자신의 사랑 때문에 몸부림 친다. 그러나 그 어느 길도 쉽지 않다. 예술도 사랑도. '괴로움이 나를 끝내기 전에 내가 먼저 괴로움을 끝내'겠다는 파도의 결심은 계속해서 흔들린다. 끊임 없이 괴로워하면서도 화폭을 마주하는 화가의 모습은 예술가들만이 아니라 인간의 모습이다. 

여기에 나오는 화가들은 자신감과 자존심, 오만함을 두루 갖췄다. 예술가답다. 자신이 원하고 믿는 바를 그린다. 파도처럼 재능을 가지고도 주위 상황에 흔들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레오나드처럼 과거 때문에 모든 걸 버린 경우도 있다. 시세로처럼 그 드높은 자존심을 재수없고 오만한 태도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 누구보다도 흔들림이 없었던 시세로가 가장 멋졌다면, 레오나드는 인간적이었고, 파도는 안타까웠다. 그리고 이 세 사람의 스승 벡리는... 위대했으나 슬펐다. 세 제자는 그래서는 안 되었다.

하지은 작가는 원래도 판타지로서의 환상성이 옅었던 작품을 써왔지만, 이번에는 이야기 자체에서 판타지가 전혀 없다. 배경은 가상공간이지만 이야기 자체에서는 그 어떤 신비도 기적도 전설도 없이 오직 인간만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환상문학으로 분류하기가 좀 미묘하다. 그렇기 때문에 판타지를 기대한 사람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원래 하지은 작가의 소설이 판타지의 색이 옅었던 만큼 낯설지 않고 도리어 편하다. 특히 군데군데서 얼음나무 숲과 겹치는 배경이라는 게 드러나기에 얼나숲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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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갑 1면 이타카 新괴담문학 시리즈 2
오트슨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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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카 신 괴담문학 시리즈 2탄 <<괴담갑>>이다. 나에게 출간되지 않은 한국 환상소설 중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갑각나비>를 꼽을 것이다. 처음 그 소설을 보았을 때 상당한 충격을 받았었다. 그 그로테스크함과 몽환적인 분위기에 취했던 것이다. 그 오트슨이 무려 '괴담소설'을 쓴다고 했을 때 상당한 기대를 했다. 갑각나비에서 보여준 그 기괴함이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 궁금했다. 출간 전에 홍보용으로 나온 북트레일러(http://www.ithaca.kr/xe/ithaca_s1/14190)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탓이기도 했다.  

주인공은 한 여성이다. '마녀 선생'으로 불리는 한 초등학교 교사. 언제나 '이성적'이면서 '합리적'인 사람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가지는 감정이 그녀에게는 그저 멀리있는 것에 불과하다. 언제나 영하의 온도를 지닌 그녀는 괴담의 중심이 된다. 책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하나는 마녀선생의 어릴 적과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마녀 선생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해준다. 어릴 적 겪은 괴담과 '마왕'의 존재를 통해 '나'는 이후 '마녀 선생'으로 탄생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된다. 또한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괴담은 살아있다'라는 말이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앞으로 나올 모든 괴담의 배경이 된다. 그리고 실제적으로는 괴기스러움이 가장 결여되어있으면서도 주인공이 겪었던 '가장 무서운 이야기'이다.  

또 다른 이야기는 본격적인 '마녀선생'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사람의 온도와 괴담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마녀선생의 모습은 그 자체로도 이질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과연 이 여자를 제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나는 내 모습을 겹쳐봤다. 그녀가 괴담을 이야기하는 이유와 내가 환상소설을 읽는 이유는 조금 쯤 맞닿아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마녀선생은 괴담을 이야기하면서 영하의 인간이 영상의 인간이 되는 체험을 한다. '공포'의 힘인 것이다. 어쨌든 1면의 '냉동사탕'에서는 본격적인 괴담이 시작된다. 이미 다들 아는 괴담이 언급되기도 하고, 마녀 선생이 새로운 괴담을 지어 우리에게 들려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마왕'과 '괴담갑'이 등장한다. 그리고 진짜로 괴담이 살아숨쉬기 시작한다.  

이번 권에서 나온 두 이야기를 볼 때 가장 무서운 괴담은 현실인 게 분명하다. 괴담의 중반부분에서 그 기괴함이 가장 고조되기는 하지만, 결말이야말로 어이 없으면서 슬프고 무서우니까. 앞으로 괴담갑의 다른 면들이 보이기를 기대해본다. 마녀 선생의 이야기는 어디까지인지, 마왕은 대체 뭘 하는 건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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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몬
다니엘 수아레즈 지음, 송기범 옮김 / 제우미디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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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는 우리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많은 것들이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진다. 가상세계가 현실에 영향을 끼치고 그 구분이 모호해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나 환경이 바뀌고 시스템이 바뀌었지만, 사람의 사고 체계와 가치관은 아직 수천 년 간 쌓여온 아날로그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인간이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다니엘 수아레즈의 이 소설 <<데몬>>은 이런 현실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한 사람, 아니 두 사람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사이버 스톰 직원인 조셉 파블로스와 초프라 싱이다. 두 건의 죽음은 살인사건으로 추정되어 경찰과 FBI가 수사를 시작한다. 일반적인 소설과 달리 범인은 초반부에 금방 밝혀진다. 스스로 자수하는 것이다. 범인은 천재적인 게임 개발자인 매튜 소블이다. 문제가 있다면 그가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죽은 매튜 소블은 살아있을 때 짜놓은 데몬 프로그램들로 사건들을 일으키고 사회를 조종하기 시작한다. 죽은 사람이 프로그래밍한 대로 세상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일반적인 살인 사건이 '누구'에 주목한다면 이 소설에서는 처음부터 매튜 소블이 자신을 밝힘으로써 '왜'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어째서 매튜 소블은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인가?

데몬들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사람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고 시스템들을 장악한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주로 FBI와 경찰)이 죽어나가기도 한다. 데몬은 통신망을 통해 모든 것을 조종한다. 데몬이 조종하는 사회는 마치 온라인 게임이 그대로 현실에 발현한 것 같았다. 아니, 말 그대로 현실이 게임이 되었다. 데몬의 명에 속한 사람들은 주어진 퀘스트를 수행하여 경험치를 쌓고 레벨을 올린다. 현실이 가상의 세계로 옮겨진 게 아니라 가상이 현실로 자리를 옮긴 셈이다. 앤지 앤더슨과 그랙, 모슬리는 그 게임의 플레이어들이다. 원래 사회에서는 돈도 없고 권력도 아무것도 없는 이들이었지만 데몬에 협조함으로써 많은 것들을 얻는다. 데몬이 이들에게 제공하는 사회는 원래 온라인 게임이 그렇듯이 실력이 있고 충실히 일을 하기만 하면 성공하는 사회이다. 데몬은 소외계층이 기득권층을 엎어버릴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기도 하다.

물론 데몬에 의해 구현된 이 현실의 게임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데몬은 스팸 메일 발신자들을 없애고 포르노, 도박 사이트들을 없앴다. 데몬에 의해 조종되는 사회는 긍정적일 수 있다. 아마 소블은 그의 이상적인 세계를 현실에 구현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안에 개인은 없다. 시스템만이 있을 뿐이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일을 한다. 그들이 살상무기를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기계적으로 일을 한다. 산업사회의 노동자들처럼 현대의 인간들도 이제 시스템의 부속품이 된 것이다. 디지털 사회에서 구현 가능한 두 가지 가능성, 빅 브라더라는 강력한 권력의 탄생과 직접 민주주의의 탄생이라는 상반된 이야기가 동시에 구현되는 패러독스가 소설에서 펼쳐진다.

이 소블의 기괴한 사회에서 벗어난 인간이라고 한다면 세벡과 로스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세벡은 이미 소블이 안배한 계획 선상에서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한 사람이다. 그리고 로스는 소블이 생각지 못한 변수이다. 소설의 중심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두 사람이지만 둘 다 영웅은 되지 못한다. 한 무기력한 개인이 있을 뿐이다. 다만 그들이 하는 것은 그들 자신으로 남아있는 것 뿐. 그 뿐이다. 로스는 실체가 없기에 싸울 수 있지만 힘은 없다. 결국 두 사람은 시스템 속에 편입 되거나 떨어져 나갈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읽으면서 많은 혼란스러웠다. 대체 FBI는 누구와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며, 왜 싸우는 것인지. 실체가 없는 데몬이라는 존재가 과연 사라질 수 있는 것인지. 소블은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건지. 무엇보다 이 모든 일이 현대 사회에서도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섬뜩했다. 기술의 지배자가 아니라 기술에 지배당하는 인간. 우리는 정말 이 모든 도구들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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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31
마지 피어시 지음, 변용란 옮김 / 민음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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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는 한 여인의 투쟁 이야기이다. 작가인 마지 피어시는 아서 C 클라크 상을 받은 작가이면서 정치적인 작가라고 한다. 이 글에서도 정치적인 성향을 볼 수 있다.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는 과학소설이면서, 또한 페미니즘 소설로 유명하다. 

주인공인 코니는 사회에서 소외된 여성이다.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사랑했던 남자는 죽었고, 딸은 사회에 뺐겼으며, 조카와도 함께 할 수 없다. 한 번 정신병원 신세를 진 적도 있고, 이번에 조카 돌리의 포주에게 폭력을 휘둘러서 다시 정신병원에 가게 되었다. 그런 그녀에게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면, 미래와 접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니는 정신병원에 갇힌 후 미래와 현재를 넘나들게 된다. 

코니는 극한 상황에 처해있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야기는 비참한 현실과 아름다운 미래를 묘사하고 설명하는 데 주력한다. 약간 지루한 감도 없지는 않다. 소설에서는 현실과 미래를 교차하며여 보여준다. 코니가 처해있는 현실은 비관적이다. 감금되어 있고 억압만이 존재한다. 루시엔테가 사는 미래는 아름다운 곳이다. 권력이 해체되고 모두가 이해와 배려로 살아간다. 현실이 제도와 폭력이라는 남성성을 지닌 사회라면 미래는 여성성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사회이다. 사회와 제도를 상징하는 아버지라는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어머니가 되는 곳이 미래이다. 모두가 친환경적인 소규모 공동체를 이루고 대화를 하며 살아간다. 압력도, 폭력도, 권력도 없는 평등한 미래에서 코니는 행복을 찾아간다. 정신병원이라는 곳에서 구속되어 있지만, 미래에서 자유를 느끼고 가족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상적인 미래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유토피아적인 미래와 대칭점에 있는 또 다른 미래가 있다. 현재는 두 미래 사이의 분기점인 셈이다. 다른 미래는 무척 디스토피아적이다. 여성은 그저 남성에게 종속되어 욕구를 채워주기 위한 도구이다. 코니는 이 두 미래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한다. 그녀가 미래를 완전히 미래를 결정할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싸울 수 있는 사람이고, 미래 여행을 통해 그걸을 알게 된다.

미래에도 정신병원이 있다. 그곳은 깊은 성찰과 치유를 위한 곳이다. 미래와 접촉할 수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여성이고 정신병원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일반인들이 비정상이라고 하는 상태는 오히려 더 높은 정신적인 자유와 수준을 가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코니의 정신병원 생활에서 볼 수 있는 환자들은 좀 이상할지언정 위험하거나 완전히 미친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현대의 정신병원은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이들, 상징계에 편입하기를 거부한 자들을 분리 수용해두는 곳에 불과하다. 레딩박사는 이러한 상징계를 상징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아마도 병원 밖에서는 존경받아 마땅하고 훌륭한 삶을 사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병원 내에서 그는 폭력과 억압의 상징이다. 

의사들은 뇌수술을 통해 환자들을 제어하려고 한다. 환자들의 폭력성을 없애기 위해 고압적인 태도로 환자들을 대하는 병원 관계자들의 태도는 아이러니함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의 태도는 폭력이 아니란 말인가? 코니는 이런 폭력에 맞서 싸울 것을 결의한다. 폭력이 없는 사회를 위해서는 어쨌거나 싸워야하기 때문이다. 코니가 싸우기로 결정한 방식은 꽤 충격적이었다. 잃을 게 아무 것도 없기에 택한 싸움. 코니로서는 아마 별 다른 선택권이 없었을 것이다. 

읽고 나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다. 여성의 권리와 평등, 자유, 사랑에 대해 말이다. 미래가 너무 이상적이라서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 이상함에 거부감도 약간 든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사랑과 자연을 통해 살아가는 사회이다. 그런 사회가 올 날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사랑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 그들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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