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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갑 1면 ㅣ 이타카 新괴담문학 시리즈 2
오트슨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이타카 신 괴담문학 시리즈 2탄 <<괴담갑>>이다. 나에게 출간되지 않은 한국 환상소설 중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갑각나비>를 꼽을 것이다. 처음 그 소설을 보았을 때 상당한 충격을 받았었다. 그 그로테스크함과 몽환적인 분위기에 취했던 것이다. 그 오트슨이 무려 '괴담소설'을 쓴다고 했을 때 상당한 기대를 했다. 갑각나비에서 보여준 그 기괴함이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 궁금했다. 출간 전에 홍보용으로 나온 북트레일러(http://www.ithaca.kr/xe/ithaca_s1/14190)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탓이기도 했다.
주인공은 한 여성이다. '마녀 선생'으로 불리는 한 초등학교 교사. 언제나 '이성적'이면서 '합리적'인 사람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가지는 감정이 그녀에게는 그저 멀리있는 것에 불과하다. 언제나 영하의 온도를 지닌 그녀는 괴담의 중심이 된다. 책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하나는 마녀선생의 어릴 적과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마녀 선생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해준다. 어릴 적 겪은 괴담과 '마왕'의 존재를 통해 '나'는 이후 '마녀 선생'으로 탄생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된다. 또한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괴담은 살아있다'라는 말이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앞으로 나올 모든 괴담의 배경이 된다. 그리고 실제적으로는 괴기스러움이 가장 결여되어있으면서도 주인공이 겪었던 '가장 무서운 이야기'이다.
또 다른 이야기는 본격적인 '마녀선생'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사람의 온도와 괴담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마녀선생의 모습은 그 자체로도 이질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과연 이 여자를 제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나는 내 모습을 겹쳐봤다. 그녀가 괴담을 이야기하는 이유와 내가 환상소설을 읽는 이유는 조금 쯤 맞닿아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마녀선생은 괴담을 이야기하면서 영하의 인간이 영상의 인간이 되는 체험을 한다. '공포'의 힘인 것이다. 어쨌든 1면의 '냉동사탕'에서는 본격적인 괴담이 시작된다. 이미 다들 아는 괴담이 언급되기도 하고, 마녀 선생이 새로운 괴담을 지어 우리에게 들려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마왕'과 '괴담갑'이 등장한다. 그리고 진짜로 괴담이 살아숨쉬기 시작한다.
이번 권에서 나온 두 이야기를 볼 때 가장 무서운 괴담은 현실인 게 분명하다. 괴담의 중반부분에서 그 기괴함이 가장 고조되기는 하지만, 결말이야말로 어이 없으면서 슬프고 무서우니까. 앞으로 괴담갑의 다른 면들이 보이기를 기대해본다. 마녀 선생의 이야기는 어디까지인지, 마왕은 대체 뭘 하는 건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