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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ㅣ 어린이작가정신 어린이 문학 1
박완서 지음, 한성옥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09년 4월
평점 :
처녀시절 나는 박완서님의 글을 좋아했었다. 아이를 낳고 아이들 동화를 읽으면서 '자전거도둑'으로 다시 만난 작가의 글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하였다. 그러던 차 보게 된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참 멋진 제목이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난산끝에 아들을 낳고 세상을 떠난 엄마, 그런 아내를 사랑한 탓에 세상에 태어난 아들이 미워 미국으로 떠난 아빠, 그런 조카를 키워주는 다리를 저는 이모와 외할머니. 그렇게 태어난 복뎅이와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들과의 진한 이야기, 아빠의 또다른 가족이야기들이 들어있었다.
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나는 아빠를 이해할 수 없었다. 호적에 달랑 이름만 올려놓은 무책임한 아빠를,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만나 TV를 보는 쓸쓸한 뒷모습에 어깨를 주물러는 주는 것만으로도 아빠를 이해하게 되는 복뎅이를 세상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6.25 피난길에 길에서 낳은 아이가 미국에 입양되고, 문제를 일으키며 살다가 엄마는 옷을 모두 벗어 얼어죽고, 갓난아이만 살게 해줬다는 이야기에 감동받아 새롭게 세상에 태어났다는 브라운 박사의 말도 너무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기엔 내게 너무 벅찬 책이였다.
초등3학년 아들은 이 책을 보고 이렇게 글을 남겼다.
나는 맨 처음 그림에 흰 개 한마리가 있어 주인공이 개인줄 알았는데 복뎅이라는 이름이 형의 이름이라니 재미있게 느껴졌다. 친구들이 핸드폰을 사준다는 것도,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는 것도, 바나나보트 '빠보'라고 부르며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내게도 이런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을텐데. 친구가 없어 스트레스가 쌓인 친구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친한 친구들이였으면 미국에도 같이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쉽기도 했다. 낯선 곳에서 친구들과는 또 어떻게 지냈을지 들을 수 있었을덴데....
그리고 내가 가보지 못한 나라 미국의 레고랜드도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 책 제목이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겠냐는 말을 엄마가 물어보셨다. 친구들을 만나 자유롭게 신나게 놀 수 있으면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길 잘했다는 것을 알게 해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엄마는 이렇게 생각한다. 누구나 저마다의 이유로 이 세상에 태어나길 잘했다는 마음으로 자존감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라는 의미가 아닐까?
아무튼 이 책은 내용보다는 제목만이 마음에 남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