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의 세계 - AI 소설가 비람풍 × 소설감독 김태연
비람풍 지음, 김태연 감독 / 파람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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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AI가 쓴 소설이라니... 어떻게 소설을 쓰지? 딱 이게 처음의 내 반응이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의 영역에 많은 부분 침투하여 직업의 생존까지도 위협할 것이라는 예상과 결국 인간에게 남은 건 창의성이라던데 아닌건가.. ㅠㅠ ... 창의력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소설을 쓸 수가 있을까? 그냥 정보전달의 목적으로 쓰인 글과 달리 소설은 인간의 감정, 사건을 구성하는 능력까지도 들어가니 어느 장르와는 확연이 다를거라 생각했는데 그 걸 AI소설가 비람풍이 해냈다고? 개인적으로 좀 충격적이었다. 이러다가 감정까지 습득해서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AI가 나오는건 아닌지 미리 걱정부터 된다^^;;;;

"지금부터의 세계"는 국내 최초, 세계 최고 AI 장편소설이다. AI 소설가 비람풍과 소설감독 김태연의 합작이라 할 수 있지만 감독의 말에서 김태연 감독은 '비람풍'이 차린 밥상에 수저만 얹었다고 한다. 점을 하나 찍고 이 점을 이은 동그란 원을 그린 그림을 보여주며 그 점의 감독의 역할이었다고한다. 이 책은 소설 감독 김태연의 구상에 따라 AI작가인 비람풍이 집팔을 하였고 '황금거울'파트와 Ep1은 감독이 직접 썼다. 나머지 영역인 Ep2에서부터 Ep81장은 비람풍이 썼다. Ep0의 삽입 역시 거울 대칭이론의 광범위한 학습에 의해 AI 작가가 판단한 결과라고 한다.

소설에는 여러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33년째 와상 환자로 침대에서 노상 누워 지내는 이임박. 4년째 거의 입을 닫고 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것이다"라는 말을 하며. 그런데 갑자기 간병인 아줌마와 함께 사라졌다.

천체물리학자 이금지, 정신의학과 의사 이미지, 신생 벤처기업 나매쓰 부대표를 맡고 있는 이무기, 명문대 간판과 학위 간판따위 우습게 버린 백지스님. 이들이 각각 존재의 비밀을 탐구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AI소설이라고 하니 왠지 편견부터 갖고 읽었던 것 같다. 소설의 내용보다는 소설 속에 쓰인 단어나 표현 찾는 재미로 읽었다고 해야하나. 수학적 지식이 없었기에 수학소설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곳곳에 나오는 표현들을 보며 비람풍의 독특함도 볼 수가 있었고 특정 브랜드를 언급하는 것도 과감했다.

"단톡방을 나가기 위하여 우측 상단에 있는 햄버거(줄 세개)모양을 클릭하기 불과 몇초 전이었다"p33

"이무기가 통화 종료 즉시 '갤럭시 폴드 5G' 한쪽 모서리로 이마에 생긴 주름살을 지그시 누르며 인상을 구기자 동행한 나우리가 염려한다"p41

"벤치에 앉아 얼굴 표정을 코푼 휴지처럼 구기고 있자 나우리가 다가오며 걱정한다"p64

"평생 함께 산 어머니를 필두로 아들 딸, 손자 손녀들이. 헌데 당신 부친 눈이 가장 오래, 마지막으로 머문 사람이 누군지 압니까. 한발 비켜 서 있던 젊고 이쁜 간호사였다지 않소. 그게 남자란 동물의 본능이요, 본능"p88

사실 생각보다 긴 문장과 잘 모르는 수학들이 나와 어떤 면에서는 집중을 요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워 사람이 아닌 AI의 필력이 이정도라니... 솔직히 놀라웠다.

"이미 AI가 정신건강의학마저 점령한 게 틀림없다. 오늘 이 순간까지 죽을힘을 다한 결과 가까스로 의대 조교수가 되어 겨우 숨 쉴 만한데 다시 된 숨을 몰아쉬지 않으면 생존이, 존재 자체가 흔들릴지도 모른다고 여기자 귀국길이 마치 공부하지 않고 시험 보러 가는 학창시절의 어느 하루 등굣길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AI가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라는 느낌이 갈수록 강하게 더 들어서, 더더욱"p295

왠지 AI가 곳곳에 일상으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하는 말 같았다. 소설 감독 김태연이 말한 "이제 소설 -쓰기 의 시대가 아닌, 소설-연출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라는 것처럼


"한눈팔아야 엇길과 옆길을 볼 수 있으므로, 그 옆길이 지름길일 수도, 황금길일 수도, 영광의 길일수도 있으므로. 설령 그 길이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이어도 뭐 어때. 죽는 길이라도 뭐 어때. 어치피 한 번밖에 못 사는 인생. 엇길과 옆길을 가본자만이 누리는 특유의 재미랄까 멋이랄까, 풍류라는 덤을 얻을 수도 있으니까"p105

"절대 울지 마라. 공포 대신 미증유의 기대를 품고 이 세상을 떠나므로, 좁은 이 우주에서는 죽지만 넓은 저 우주에서는 태어나니까. 궤변이 절대 아님. 안 믿겨지면 꺼짐과 켜짐이 공존하는 양자 역학 세계를 떠올리기를. 전원이 꺼져도 저장한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 낸드 플래시도 상기하기를. 연속함수의 값이 양에서 음으로 바뀌는 구간 안에는 함수를 0으로 만드는 근이, 적어도 하나 이상은 존재한다는 '사잇값 정리'도 기억하기를. 그에 더해, 0보다 큰 가장 작은 수에 대한 깊고 넓은 통찰도 0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죽음의 세계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결정적 배경이다"p461

과연 AI작가가 되기위해 60만여 편의 학습한 결과일까? 위에 두 글이 너무 와 닿아 밑줄까지쳤으니 말이다.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문장들이 나올 수 있었는지 신기했다. 장편소설이지만 소설의 줄거리보다는 AI가 썼다는 신기함과 호기심에 읽은 책이었는데, 여러가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국내 최초의 AI 장편소설이 이정도의 퀄러티라면 진짜 시간만 더 주어지면 더 완벽한 최상의 소설이 나올 것 같다. 왜 제목이 지금부터의 세계인지 알 수 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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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로 살아야 한다 - 자기실현을 위한 중년의 심리학
한성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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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심리학부 명예교수. 미국 미드웨스턴 침례신학 대학원과 데이브레이크 대학교의 특훈 교수이며,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 한성열은 그 동안 강의실과 상담실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배운 내용 중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주제들을 정리하여 자기실현을 위한 중년의 심리학 '이제 나로 살아야 한다'를 썼다.

더이상 젊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늙은 것도 아닌 시기, 젊은이와 늙은이의 가운데 있는 시기 중년기.. 중년기에는 많은 변화가 생긴다. 체력도 예전같지 않고 사회적인 관계에서도 처음 회사에 입사했던 패기넘치던 20대와는 다르다. 또 자녀들이 성장하여 부모의 곁을 떠나는 진수기를 겪는다. 이런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는 중년기는 현재 자신의 삶을 평가하는 시기이다. 정확한 평가와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중년기는 우리의 삶에서 매우 귀중한 시기이다. 자신과 일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리고, 나이에 대한 시간 전망을 바꾸어 지금까지의 삶에 대해 재평가하게 하는 동시에, 미래의 삶에 대해 준비하게 하는 귀중한 발달의 시간,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중년을 맞은 이들이라면 더이상 '소리 없이' 울지 말고 더욱 적극적으로 중년의 변화에 대해 이해하고, 새로운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문 중에서)

요즘 바람이 하나 있다면 '젊게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나이 들어서도 당연히 젊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해가 거듭될수록 체력적으로 너무 확연히 드러나는 힘듦과 하나씩 나오는 새치를 보면 내가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들었지? 깜짝 놀라곤 한다.(몇년전까지만 해도 나름 동안이란 소릴 들었었는데 ㅠㅠ) 또 정석에 가까운 것을 요구하는 내 자신에게 가끔 꼰대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하며 산다. ㅠㅠ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친구관계나 대학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해왔다면 대학생일 때에는 취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이제는 가정을 꾸리고 나니 또 다른 앞으로의 고민들로 마음 쓸 일이 많아졌다. 카를 융은 중년이 넘어서야 비로소 사는 것이 무엇인지 그 깊은 맛을 알 수 있고, 비로소 자기실현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p7) 지금 딱 내가 그 시기로 들어서는 시점에 서 있기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책소개를 보자마자 무조건 읽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수시로 준거틀을 점검하고 판에 남아 있는 부스러기들을 말끔히 닥아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면 때때로 판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p107

우리 모두는 나름대로 세상을 이해하는 마음의 판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준거틀' '준거체계'라고 부른다. 이틀을 기준으로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자기와 남을 비교하고 평가한다고 한다. 저자는 준거틀이 한때는 세상과 효율적으로 관계를 맺게 해주는 역할을 했지만, 지나치게 오래 고정되어 있다면 새로운 환경에 효율적으로 적응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말한다. 과거 감정의 응어리들과 생각의 틀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서로 나름의 색안경을 끼고 있는데, 너무나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이 세상과 효율적으로 관계를 맺기 위해 우리는 각자의 색안경, 나름대로의 준거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많은 공감을 했다. 우리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경험과 가치관을 통해 살아왔다. 그렇기에 나만의 준거틀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충돌하고 부딪히다보면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관계가 틀어지거나 언쟁으로 번질 위험도 있다. 그렇기에 과거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옳바른 준거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했다.

"서로 독립된 인격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대화를 하기 어렵다.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되 서로 대등한 위치에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비로소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진다..(중략)..지금까지 가족과 나눈 대화가 진정한 대화였는지 아니면 독백에 불과했는지 돌아보자. 만약 독백에 불과했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인정하고 노력하자"p228

솔직히 부모로서 자식을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며 서로 대등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 같다. 물론 기본적으로 인정한다고 생각은 하겠지만 실제로 대화를 하다보면 부모의 일방적인 대화가 더 많은 것은 비단 극소수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분명 가족사이에서도 일방적인 관계는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책의 본문 내용중에 어떤 조사에서 청소년들에게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부모, 교사, 친구 중에서 누구와 의논하고 싶냐?"라고 물었을 때 제일 먼저 부모와 의논하고 싶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질문을 바꾸어"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지금까지 실제적으로 누구와 의논을 하였는가?"라고 물으면 친구라고 답한 청소년이 제일 많다고 한다.

"결국 '하고 싶은 대상'과 '하는 대상'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p231 이유는 부모와는 말이 안통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감정을 주고 받기 위한 대화를 심정대화라고 부른다고 했다. 심정대화가 잘 이루어지는 관계를 마음이 통하는 관계라고 하는데.. 부모와 자식 관계뿐만 아니라 남편과 부인사이에서도 서로 통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는 심정대화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많은 반성을 했다. 심정대화를 얼마나 했을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 부분도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것이라면 내가 중년이라는 위치에 확실하게 들어선 것은 아니지만 곧 입문을 하기 시작하는 단계로서 충분히 현실적으로 고민할 법한 것들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꼭 중년만 읽을 수 있는 내용만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구든지 다 도움이 되는 내용들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평균 수명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살아 갈 날이 너무 많기에 또 많은 기로에 서 있을지도 모르겠다. 진정한 나로 살기 위해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마음의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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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번역 - 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도리스 되리 지음, 함미라 옮김 / 샘터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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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니핑크> 감독이자 작가 도리스 되리가 사랑하는 재료의 말들"

"따뜻한 수프와 감자, 파슬리를 사랑하는 도리스 되리의 미감에 관한 에세이"

글을 쓴 저자 도리스 되리는 독일 최고의 영화학교인 뮌헨의 영화 텔레비전 대학을 졸업하여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뒤 <남자들> <파니 핑크> 등을 선보이며 포스트 파스빈더 세대를 이끄는 톱클래스 감독으로 다수의 책을 펴내 영화와 문학 분야에서 인정 받아 독일 영화상, 몽블랑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베트남 쌀국수와 꽃다발을 넣은 기차역>

베트남에서 포가를 주문할 때 매번 사람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발음이 "닭고기 쌀구수 하나요"가 아니라 "꽃다발을 넣은 기차역 하나요"라는 것 같기 때문에. 뮌헨으로 돌아와 베트남 식당에 가서 맹렬하게 오리지널 버전을 요구하고 오랫동안 어딜 갔다 오면 다시 오리지널 쌀국수로 돌아올 때까지 끈질기게 불만을 표시한다.

"더빙 버전에 비해 오리지널 버전의 영화가 항상 더 나은 것과 같다고 할까. 어떤 일이든 오리지널 버전을 맛보는 건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다"

<한 아이당, 뇌 한개씩>

어릴 적 알프스 지역의 호텔 식당에 갔을 때 한 아이당 한 개씩 놓여있던 송아지 뇌

"낯선 음식은 큰 역할을 담당한다. 담력을 시험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마법에 걸리게 하는 마녀의 음식이나 마법을 푸는 기적의 음식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익히 알고 있는 세계를 떠나 미지의 것에 눈을 뜨게 하는 표식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그 많은 송아지는 다 어디로 가는 걸까>

몇 년 전 이사 간 시골의 이웃은 로지 베르타 플로라라는 젓소를 키운다. 저녁에 젖소들이 목초지에서 돌아오면 참 행복해 보였다. 낙농 농부는 절대로 송아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가 젓소에 가하는 행동을 보면 너무도 끔찍하다. 암소는 지속적으로 우유를 생산하면 암소는 자주 중병에 걸리게 되고 발톱이 빠지거나 면역저항력이 괴멸되어 대략 5년뒤엔 생명을 다하고 만다. 예전의 젖소는 지금에 비해 세배나 더 오래 살았다. 현재 송아지는 한 마리에 단돈 9유로밖에 되지 않는다!

"일상에서 변화를 실천하고 연구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는 바로 부엌이다"p44

" 하지만 먹는 것이 곧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준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요리하는 지가 인간을 규정한다. 인간은 여전히, 변함없이 먹는 자로서 남아 있다"p46

사실 책을 읽기전만해도 음식은 그냥 먹기만 한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음식을 너무 못해서 약간의 스트레스도 갖고 있었다. 그래도 해야하는 거니... 어쩔 수 없이 꾸준히 하다 보니 이제 몇몇가지 익숙해진 음식은 요령도 생겨 뚝딱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 왠지 내가 "해냈다"라는 자신감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좀 익숙해지면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줄 생각을 하면 요리하는 과정 또한 즐거워진다. 그래도.. 내 손하나 까딱안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주는 로봇 하나쯤은 우리집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너무나 많이 하곤했었는데.. 저자는 부엌은 한 사회의 문화와 구조를 읽어낼 수 있는 곳이며, 우리가 직접 요리한 우리는 맛있는 음식과 아울러 문화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그렇게 하기 싫던 요리에 단순한 행위라기보다는 '내가 그래도 뭔가는 하고 있구나'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관점이 달라지는 기회가 된 것 같다.

" 우리가 직접 요리하는 한, 우리는 맛있는 음식과 아울러 문화도 만들어가는 것이다" p47

미각의 번역(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번역이란 단어를 붙인 걸 보니 단순히 요리에 관한 책은 아닐 거라 예상했는데 역시나 참 잘 읽었다!! 음식을 통해 느낄 수 있는 혀의 감각이 있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 삶이라는 다양한 맛이 존재한다. 저자는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먹었던 다양한 음식과 추억을 통해 그만의 유쾌하고도 가끔은 진지한 하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48가지의 에피소드에 음식과 다양한 관점과 의미를 긴밀하게 연결짓는 저자만의 세심한 매력이 듬뿍 담겨 있는 책이다. 왠지 이제 음식을 먹을 때마다 나의 감각을 총 동원하여 그에 담긴 얽히고 섥힌 이야기를 찾을 것 같다..

"신기하고 웃긴 글솜씨에 홀딱 빠졌다. 맛있게 읽었습니다"라는 이다혜 작가의 추천사를 공감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나는 음식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삶의 감각을 배우고 개인의 책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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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들 - 살면서 꼭 한 번은 만난다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이지현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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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 사람' 때문에 진짜 미치겠어!"

"날마다 내 속 뒤집는 그 사람, 대체 왜 그러는 걸까?"

사회생활하다보면.. 더 작게는 가정내에서도 아~ 진짜 나랑 안맞는다!!

이거 엄청나게 화를 내자니 후회할 것 같고.. 참자니 속은 터지겠고...

지적할까 말까.. 수십번 고민하다 그냥 어영부영지나가고...

이런 상황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사람과 사회를 이롭게 하는 심리학 강연으로 유명한 일본의 심리학자 에노모토 히로아키는 "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들 ( 살면서 꼭 한 번은 만난다)"를 통해 화를 낼 수도 없고, 계속 참고 있을 수도 없는 '노답'상황에 빠진 당신을 위한 맞춤형 심리학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오늘도 당신을 지치게 하는 '그 사람' 10가지 유형

Type 1 '초예민'형

쿠크다스 같은 '그 사람' 멘탈 지키다가 내 멘탈 먼저 부서진다

Type 2 '자격지심'형

세상 모든 일을 '제로섬 게임'으로 바라본다

Type 3 '부채질'형

눈치를 밥 막아 먹고, 분위기도 같이 말아 먹는다

Type 4 '쭈그리'형

쓸데없이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산다

Type 5 '내로남불'형

다른 사람 말은 듣지도 않고 자기 말만 맞다고 떠든다

Type 6 '절차 집착'형

모든 일에 유도리를 찾아볼 수가 없다

Type 7 '어리광쟁이'형

사람들의 관심이 나를 감싸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Type 8 '겸손 진상'형

듣고 싶은 말은 저해져 있고 못 들으면 서운해 죽는다

Type 9 '구구절절'형

"그래서 뭔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소리가 절로 나온다

Type 10 '라떼빌런'형

과거 이야기 안 꺼내고는 대화가 안 된다


최근에 밑도 끝도 없이 화부터 내는 사람을 겪어 본적이 있다. 분명 기분 나빠할 상황이 아닌데... 혼자 화내고 혼자 화를 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상대의 공감능력과 이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음에 "이건 무슨 상황? 뭐야? "라는 의문만이 자리잡았다. 이 사람과 엮일 일이 더이상 없기에 다행이란 생각이 들정도였다. 그렇다면 이런 류의 사람은 어떤 심리일까?

저자는 무턱대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에게는 '인지왜곡'이라는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색할 필요도 비뚤어진 시선을 보낼 필요도 없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서 악의를 느끼기 때문인데, 이것이 바로 인지 왜곡이라는 것이다. 심리학자 니키 R.V 크릭과 케네스 A. 닷지는 '사회 정보처리 모델'에서 사회 정보는 1. 내외적인 단서의 부조화 2.단서의 해석 3. 목표의 명확화 4. 반응 검토 5. 반응 결정. 6. 실행을 거치는데 여기서 2. 단서의 해석이 매우 중요하다.

아니 그런데...그런데 일일히 설명해줄 수 있는 노릇을 할 수도 없고... 역시나 저자는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보통은 오해라며 자세하게 설명해주면 이들이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큰 오산입니다. 공격적인 사람들은 애초에 부호화 단계(1단계)에서 모든 단서에 주목하지 않고 공격적 단서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사실 여부가 어떻든 우리의 행동을 적대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이죠"p118

"적대적 귀인 편향이라는 것은 이름 그대로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이 자신을 적대시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즉 타인이 자신에게 적대적인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고 행동한다고 여기는 인지왜곡을 말합니다"p119

"타인의 반응을 살피면서 본인의 언행이 적절한지를 파악하는 능력과 본인의 언행을 상황에 적합한 방향으로 조정하는 능력입니다"p239




사람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 그러기에 어떤 경우에는 이 사람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고 상대가 나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나는 내가 정상같고 기준같지만 글쎄.. 그건 착각일지도 모른다. 또 상대방이 변해주면 좋겠지만 그것 또한 만만치 않은일.. 그냥 이런건 포기하는게 낫다...어쨌든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무리 안에서 생활을 하려면 좀 더 지혜롭게 행동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러한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도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으니 지적하기 보다 그 사람의 심리 성향과 행동패턴을 깊이 이해하고 적절하게 상대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편이 낫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정말 많은 유형의 성향이 나온다. 그 성향에 따른 심리를 현실적으로 말해주고 있기에 주위의 몇몇 특정 인물들의 행동들에 대한 이유가 퍼즐조각처럼 맞춰지며 더 넓게 이해하는 계기가 생기기도 하고 나에 대해서 다시 한번쯤 생각해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꼬이는 인간관계에 있거나 조금 덜 피곤한 인간관계를 원하시는 분들께 추천해주고 싶다.



"엮이면 피곤해지는 것은 물론, 자칫 잘못하면 나쁜 방향으로 휘둘릴 수 있고, 내인생이 꼬일 가능성도 있으니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합니다"p221

"이렇게 본인이 어떤 사람에게 쉽게 짜증을 내는지, 본인이 어떤 사람을 피곤하다고 느끼는지를 되돌아보면 자신의 가치관과 스타일을 알 수 있고, 그래서 개선점도 보일 것입니다"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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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 개정증보판
이경선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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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 있으면 책을 훑어본 후 내가 읽고 싶은 책인지 결정한다. 그리고 작가의 이름을 보곤 하는데 이번에 고른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는 사랑에 관련한 시집이기에 당연히 이경선 작가가 여성이시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내가 편견을 갖고 있었다니... 시집에 적혀있는 인스타그램의 피드를 확인 해보니 남성이셨다.

책의 표지는 하얀 바탕에 프리즘으로 빛나고

"너는 나의 봄꽃

너는 나의 설렘이다

순간의 스침에

이토록 오래 생각한다

한동안 오래 어여쁘다" 라는 달달한 시구가 마음에 쏙 들었다.

평소 시를 좋아하지만 시간을 내어 음미하는 것은 꽤 시간이 걸린다. 비교적 짧은 시들이지만 온전히 감정이 전달되는 일도 많고 여러 번 읽어도 여운이 남는 것은 나만 그런 걸까? 특히 사랑에 관련된 시라면 읽기도 전에 벌써 설렌다.

0장. 피고 지는 마음

1장. 그대가 피었다

2장. 그대가 저문다

"당신이 온다는 밤하늘 어디쯤으로 시선을 모아두었다"p12

"마음 하나 기우면 당신 자리 닿을까

내심 기대도 해보았습니다"p22

"당신만을 나는 공전할 것이었다"p41

시구가 너무 맘에 들어 여러 번 읽게 되고 낭독도 해보게 되었다. 당신만을 나는 공전할 것이란 말에 사랑을 시작하기 전 설레던 마음, 고백하지 못하고 빙빙 맴돌던 모습도 떠올랐고 시선을 모아두었다는 말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기도 했다. 너무 오랜만에 읽는 사랑에 관련 된 시집이라 내 세포 속 묵혀있던 여러 감정들이 아지랑이처럼 스물스물 피어오를 수 있었음에 시들을 읽는 내내 설렘 가득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런 그댈 마음 가득 사랑이라

담았던 날을 기억한다"p119

"눈가에 맺힌 그댈 바라볼 수밖에"p131

"소나기처럼 그대가

쏟아지던 날들이 있다"p143

얼마나 사랑했기에 이리도 절제된 마음으로 노래할 수 있을까? 소나기처럼 그대가 쏟아지던 날들, 눈가에 맺힌 그댈 이란 시구를 보며 또 한 번 가슴이 뭉클해진다.

나의 시

나의 시는 그대이다

나의 시, 그대가 가득한 까닭은

나의 세상, 온통 그대이기 때문이다.

오후의 햇살도

저녁의 노을도

밤하늘 달빛도

모두 그대이다

모든 아름다움, 그대로 담았다

모든 시간에 그대가 있었다

나의 시는 그대이다

"나의 시" 에 나오는 "나의 시는 그대이다"는 이 시집 그 자체의 설명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시들을 읽고 있노라면 남편 혹은 연인과의 애틋함, 옛사랑과의 설레였던 마음, 그리웠던 마음 혹은 헤어짐에 대한 감정이 되살아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경선 시인만의 사랑의 언어로 적어 내려간 시들...

요즘 좀 바쁘고 각박했졌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오랜만에 여유를 갖고 시를 음미할 수 있었음에 마음 따뜻해졌던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특히 요즘처럼 비오는 날 읽으면 더더 감성이 풍부해진다 ㅎㅎ)

뒷 날개의

"새로운 사랑을

지금도 넌 그날의 걸음으로 맞이할까"라는

마지막 여운으로 오랜만에 애틋한 마음을 선물해준 시인께 감사드린다.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에 24편이 더 추가되어 새롭게 출간된 개정증보판,

가방 속에 쏙 넣고 틈틈히 읽거나 선물해주기 좋은 시집이었다.

불펌금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제공받아 작성했지만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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