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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번역 - 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도리스 되리 지음, 함미라 옮김 / 샘터사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파니핑크> 감독이자 작가 도리스 되리가 사랑하는 재료의 말들"
"따뜻한 수프와 감자, 파슬리를 사랑하는 도리스 되리의 미감에 관한 에세이"
글을 쓴 저자 도리스 되리는 독일 최고의 영화학교인 뮌헨의 영화 텔레비전 대학을 졸업하여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뒤 <남자들> <파니 핑크> 등을 선보이며 포스트 파스빈더 세대를 이끄는 톱클래스 감독으로 다수의 책을 펴내 영화와 문학 분야에서 인정 받아 독일 영화상, 몽블랑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베트남 쌀국수와 꽃다발을 넣은 기차역>
베트남에서 포가를 주문할 때 매번 사람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발음이 "닭고기 쌀구수 하나요"가 아니라 "꽃다발을 넣은 기차역 하나요"라는 것 같기 때문에. 뮌헨으로 돌아와 베트남 식당에 가서 맹렬하게 오리지널 버전을 요구하고 오랫동안 어딜 갔다 오면 다시 오리지널 쌀국수로 돌아올 때까지 끈질기게 불만을 표시한다.
"더빙 버전에 비해 오리지널 버전의 영화가 항상 더 나은 것과 같다고 할까. 어떤 일이든 오리지널 버전을 맛보는 건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다"
<한 아이당, 뇌 한개씩>
어릴 적 알프스 지역의 호텔 식당에 갔을 때 한 아이당 한 개씩 놓여있던 송아지 뇌
"낯선 음식은 큰 역할을 담당한다. 담력을 시험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마법에 걸리게 하는 마녀의 음식이나 마법을 푸는 기적의 음식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익히 알고 있는 세계를 떠나 미지의 것에 눈을 뜨게 하는 표식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그 많은 송아지는 다 어디로 가는 걸까>
몇 년 전 이사 간 시골의 이웃은 로지 베르타 플로라라는 젓소를 키운다. 저녁에 젖소들이 목초지에서 돌아오면 참 행복해 보였다. 낙농 농부는 절대로 송아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가 젓소에 가하는 행동을 보면 너무도 끔찍하다. 암소는 지속적으로 우유를 생산하면 암소는 자주 중병에 걸리게 되고 발톱이 빠지거나 면역저항력이 괴멸되어 대략 5년뒤엔 생명을 다하고 만다. 예전의 젖소는 지금에 비해 세배나 더 오래 살았다. 현재 송아지는 한 마리에 단돈 9유로밖에 되지 않는다!

"일상에서 변화를 실천하고 연구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는 바로 부엌이다"p44
" 하지만 먹는 것이 곧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준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요리하는 지가 인간을 규정한다. 인간은 여전히, 변함없이 먹는 자로서 남아 있다"p46
사실 책을 읽기전만해도 음식은 그냥 먹기만 한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음식을 너무 못해서 약간의 스트레스도 갖고 있었다. 그래도 해야하는 거니... 어쩔 수 없이 꾸준히 하다 보니 이제 몇몇가지 익숙해진 음식은 요령도 생겨 뚝딱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 왠지 내가 "해냈다"라는 자신감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좀 익숙해지면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줄 생각을 하면 요리하는 과정 또한 즐거워진다. 그래도.. 내 손하나 까딱안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주는 로봇 하나쯤은 우리집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너무나 많이 하곤했었는데.. 저자는 부엌은 한 사회의 문화와 구조를 읽어낼 수 있는 곳이며, 우리가 직접 요리한 우리는 맛있는 음식과 아울러 문화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그렇게 하기 싫던 요리에 단순한 행위라기보다는 '내가 그래도 뭔가는 하고 있구나'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관점이 달라지는 기회가 된 것 같다.
" 우리가 직접 요리하는 한, 우리는 맛있는 음식과 아울러 문화도 만들어가는 것이다" p47
미각의 번역(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번역이란 단어를 붙인 걸 보니 단순히 요리에 관한 책은 아닐 거라 예상했는데 역시나 참 잘 읽었다!! 음식을 통해 느낄 수 있는 혀의 감각이 있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 삶이라는 다양한 맛이 존재한다. 저자는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먹었던 다양한 음식과 추억을 통해 그만의 유쾌하고도 가끔은 진지한 하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48가지의 에피소드에 음식과 다양한 관점과 의미를 긴밀하게 연결짓는 저자만의 세심한 매력이 듬뿍 담겨 있는 책이다. 왠지 이제 음식을 먹을 때마다 나의 감각을 총 동원하여 그에 담긴 얽히고 섥힌 이야기를 찾을 것 같다..
"신기하고 웃긴 글솜씨에 홀딱 빠졌다. 맛있게 읽었습니다"라는 이다혜 작가의 추천사를 공감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나는 음식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삶의 감각을 배우고 개인의 책임을 깨달았다"
불펌금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