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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320/pimg_7367201392882522.jpg)
신경숙 작가를 들으면 엄마를 부탁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혹시 아버지에 관한 책도 나올까? 어렴풋이 궁금했는데.. 드디어.. 이번에 아버지를 소재로 한 소설을 출간했다. "아버지에게 갔었어" 제목부터 뭔가에 이끌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버지에게 갔었어. 그런데 왠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한편의 대서사시처럼 해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슬프면 어쩌지? 눈물흘릴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라는 생각을하며...왠지 제목부터 이미 가슴떨렸다.
신경숙작가의 8번째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
차례
1장 너, 본지 오래다
2장 계속해서 밤을 걸어갈 때
3장 나무궤짝 안에서
4장 그에 대해 말하기
5장 모든 것이 끝난 그 자리에서도
"언젠가 내가 아버지에게 당신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내가 무엇을 했다고? 했다. 아버지가 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내가 응수하자 아버지는 한숨을 쉬듯 내뱉었다.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살아냈을 뿐이다,고."
어머니가 병원 때문에 서울로 가게 되자 헌은 고향에 아버지를 만나러 내려 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는 내가 감당 못하겠는 개와 고양이와 앵무새 들을 아버지에게 데려다줬듯 도시에서 책들이 감당 못할 지경으로 쌓이면 트럭에 실어 아버지에게 보냈다"p48
"사는 일이 꼭 앞으로 나아가야만 되는 것은 안다. 돌아보고 뒤가 더 좋았으면 거기로 돌아가도 되는 일이제."p92
"가난한 아비를 만나 이른 나이에 집을 떠나 생면부지의 타지에서 혼자 밥 끄리머고 살게 한 것도 보질라 혼인을 앞두고서도 기픈 시름에 잠겼을 너를 생각하면 늘 마음이 저리고 미안해햇따"p184
책을 읽으며 가슴 깊이 남는 말들이 많았는데 특히 오빠와 아버지의 주고 받은 편지글은 더욱 더 그렇다.
책에서 그린 아버지는 단순히 특정한 인물의 아버지의 이야기만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여러 시대를 살아 오며 그 아픔과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에 나의 아버지의 윗세대인 할아버지, 우리 아버지 등 모든 세대의 아버지들의 이야기라고 느꼈다. 솔직히 책을 빨리 읽지는 못했다. 읽는 동안 625 전쟁을 참전한 나의 할아버지, 일제시대 학교를 다닌 나의 할머니, 어렵게 살던 80년대와 이후 IMF를 겪고 이제 코로나로 침체를 겪고 계신 나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어깨 넘어로 들었던 것들이 계속 떠올랐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그렇듯...부모님들께서는 우리에게 어른인 그들의 옛날 이야기를 잘 하시지 않는다. 특히 나는 거의 못 들어 봤다. 그냥 건너건너 어쩌다가 한번씩 친척들을 통해 흘려들었던 "그랬다더라, 그랬었지.. "라는 단편적인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이 소설을 읽으며 그때 들었던 우리 가족의 사연도 이랬겠구나.. 하며 상상하며 읽은 듯 하다.
"나는 아버지의 얘기를 들으려고 한번이라도 노력한 적이 있었던가? 먼 이국의 사람들도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데 나는 내 아버지의 말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 아버지의 슬픔과 고통을 아버지 뇌만 기억하도록 두었구나, 싶은 자각이 들었다. "p373
특히 이 문장을 보며 나는 한순간도 아버지의 일생을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없었고.. 아버지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아버지를 제대로 보고 살지 않았구나라는...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때문에 멀리 사시는 부모님을 안 뵌지도 꽤 되었는데.. 너무 보고 싶어진다..소설을 읽고난 지금도 여운이 남는다. 특히 마지막 문장... "살아냈어야, 라고 아버지가 말했다. 용케도 너희들 덕분에 살아냈어야, 라고"
오랜만의 신경숙작가님의 소설이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320/pimg_736720139288252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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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