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분의 1은 비밀로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금성준 지음 / &(앤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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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N분의 9억, 비밀이 샐수록 분모는 점점 커지는데..."

"영끌해도 이생에서 만질 수 없는 돈이 교도소에 갑툭튀!"

돈뭉치 10개짜리 탑이 가로 4개, 세로 4개 정사각형을 이루고 정사각형에 끼지 못한 10개짜리 탑이 두 개나 더 있다. 총 9억원!! 교도소에서 돌연사한 노인이 영치한 캐리어 안의 9억!! 영치품을 담당하는 태규와 봉규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이제 둘이 나눠 갖기 위한 아슬아슬한 계획이 시작된다.

"하지만 정문은 사정이 달랐다. 정문은 교도소 담장 안과 밖을 경계 짓는, 교도소 밖에서 아무나 못 들어오게 막고, 교도소 안에서 아무나 못 나가게 하는 삼엄한 문지기 역할을 하는 곳이다. 교도소를 성이라고 치면, 담장은 성벽이고 정문은 그 성 전체의 유일한 문이다. 무기를 휴대한 채 정문을 지키는 세 명의 교도관들은 오가는 사람과 그 소지품, 차량 들을 매섭게 쳐다본다. 함부로 사람이나 차량을 들이거나 내보냈다가 사고가 나면 중징계를 받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이 변호인 접견을 핑계로 와서 수용자에게 규정에 어긋난 물품을 전달하려다 적발되는 곳도 정문이다."

p.36

허태규: 대학시절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고기워 먹던 날 농과대 상추를 훔친 허태규. 그런데 그 상추가 질병 저항성이 강한 신품종 연구용이었고 무려 정부 지원금 8532만 580원이 들어간 상추였다니..

지미라: 기봉규의 아내. 그녀의 보습학원 근처에 사교육의 블랙홀 완벽학원이 생겨 지미라의 아이들도 많이 옮겨갔다. 지미라는 동네 맘카페에 "그 원장 학벌 거짓말 같아요" "그 원장 말인데요. 젊고 예쁜 영어 선생과 그렇고 그런사이라는 소문이 파다해요. 애들이 뭘 배우겠어요"라는 글을 올린다. 결국 모욕죄로 고소당한다. 약식 기소됐지만 1억의 민사소송까지 통보 당한다.

사생결단 처남, 눈치 100단 무당, 신내린 북채잡이에 조폭까지.. 이제 그들까지 그 돈을 노리는데...


"이러다가는 N분의 1에서 분모 N이 무한대가 되겠군. 이런 식으로 몇달만 지나면 수두룩한 인간들에게 500원짜리 동전 하나씩 나눠줘야 할지 몰라"p118



"막다른 골목이었다. 도망칠 수도 없었다. 저번처럼 도와주는 오용수도 없었다. 어떻게 한담. 기봉규는 수학 문제를 푸는 기분이었다. 풀 수 없는 문제를 앞에 둔 그 처참하고 절망적인 느낌. 수학 선생이 칠판 앞으로 기봉규를 호명할 때마다 배가 아픈 척했다. 그러고는 급히 화장실로 도망쳤다. 그러기를 두어번 하면 수학 선생은 때리는 게 귀찮아서라도 기봉규를 그냥 놔 두곤 했다. 기봉규는 그 삶의 지혜를 지금 다시 써먹을 생각이었다" p135

"아뇨, 끝난 얘기가 아니에요. 어쩌면 이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인지도 모르죠."p210

공돈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진짜 하늘에서 9억이 뚝 떨어진다면? 생각만 해도 기분 좋다. 그러나 땀흘려 벌지 않은(정당하게 받는 돈이 아닌) 생판 모르는 남의 죽음으로 남겨진 돈이라면 글쎄다. 상황은 달라질 것 같다.

적당한 재미와 유머, 교도소 안에서 밖으로 돈을 가져나가기 위한 긴장의 끈, 사이사이 등장하는 인물들로 인한 흥미진진한 사건의 전개, 다양한 캐릭터들, 반전이 있는 결말, 또 거기에 깔린 풍자까지. 마치 대학로에서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느낌이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그렇게 좋아하던 문화생활을 안하고 살고 있었는데.. 모처럼 기분전환하며 연극을 보고 나온 느낌이랄까...

추석 연휴 흡입력 있는 전개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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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제공받았지만 주관적인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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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놀이 친구 책마중 문고
임수정 지음, 윤지경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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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놀이 친구

주인공 세아는 2년만에 제주도에 갑니다. 제주도에는 제주 할머니 (외할머니)가 살아요. 그리고 왕할머니도 함께 살지요. 왕할머니는 증조할머니를 부르는 세아의 말이에요. 일단 왕할머니, 증조할머니라는 단어가 나오니 저희 아이가 증조할머니는 몇살이시래? 아직도 살아계셔? 우아~ 라는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사실 증조할머니는 가족의 명칭을 배울때나 나오지 실제로 증조할머니를 뵌적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낯설기도 할 것 같아요. 이렇게 책을 통해서 가족관계의 명칭을 다시 한번 더 알게 되니 괜찮더라구요.

왕할머니는 몸이 편찮으십니다. 주름진 살이 힘없이 이리저리 밀려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도에서 왕할머니와 세아는 비밀놀이를 하게 되어요. 세아는 하루종일 집에만 계시는 왕할머니를 위해 바깥세상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게 바로 구멍놀이인데요, 돌담 틈새에 발을 넣고 올라가려고 구멍을 들여다 보는 사이 구멍 속은 완전 노란 세상입니다. 몸이 손톱만큼 작아지고 겨드랑이가 간질간질해지며 붕붕 소리도 들리는 세아는 벌이 되어 노란세상을 구경합니다. 그리고 왕할머니에게 구멍나라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요.

이번에는 또 어떤 나라가 보일지 궁금해 하며 바다가 잘 보이는 구멍을 찾아 봅니다. 눈앞에 새파란 바다 나라가 보입니다. 작고 예쁜 물고기 니모와 인사도 하고 산호와 은색의 물고기를 떼를 보며 바닷속 구경을 하게 되지요. 이 이야기를 왕 할머니와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어, 맞아요! 제가 벌이 돼서 나비들이랑 날아다녔어요. 유채꽃이랑 얘기도 했는걸요.”

“벌이 돼서 날아다녔다니 기분이 좋았겠구나. 나도 날개 달고 훨훨 날아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p23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할머니 집에 갈 때보다 더 멀게 느껴졌어. 그래도 왕할머니랑 했던 구멍놀이를 생각하면 자꾸 웃음이 나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거야. 비밀이니까."p54

책을 읽으며 아이와 함께 제주도의 돌담과 유채꽃을 이야기하며 진짜 벌이나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며 노란세상을 구경하면 어떨까? 하며 함께 제주도에 유명한 것들도 이야기 해주고 상상의 이야기를 펼치며 나중에 제주도를 가게 되면 꼭 구멍놀이를 하겠다고 즐겁게 이야기했습니다.

세아가 바닷속 구경을 하는 장면에서는 물을 무서워 하는 우리 아이는 해녀였던 세아의 왕할머니처럼 물을 무서워 하지 않겠다고 용기도 얻더라구요.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저의 어린 시절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갔던 추억들이 되살아나며 아이와 함께 어릴 때 엄마가 할머니댁에서 했던 놀이와 먹었던 음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한참 아이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책 한권을 읽으며 저의 어린 시절 추억을 아이와 함께 공유할 수 있었고 세아의 구멍놀이를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이야기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책을 읽는 내내 아이와 소통하고 있음에 행복했습니다. 그럴수록 아이에게도 많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은 생각도 들더라구요. 아이와 추억을 공유하며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던 "구멍놀이 친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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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선택을 위한 최고의 질문 - 당신의 인생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지금 물어야 할 것들
워런 버거 지음, 이경남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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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지금 물어야 할 것들"

"이론과 자신의 경험만으로는 최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지금 당신의 사고를 점검할 최고의 질문을 던져라"

🌱저자 워런 버거는?

질문학자. 전 세계 최고의 혁신가와 기업가, 창의적인 사상가들이 질문을 통해 어떻게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하는지 연구했다.

🌱목차

서문 왜 질문하는가?

제1부 답이 없는 문제에도 답을 찾아야 할 때

제2부 뇌를 깨우고 창의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

제3부 사람의 마음을 읽고 확실하게 소통하기 위해

제4부 공감하고 존경받는 리더가 되기 위해

제5부 일상에서 질문을 탐구하라⠀

"일이든 생활이든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 했을 때 잠깐 짬을 내어 세심하게 질문하기만 해도 보다 나은 결정을 내리고 보다 생산적인 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때의 질문은 제대로 된 질문이어야 한다. 까다로운 난제의 핵심을 찌르거나 낡은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해주는 질문이어야 한다"p 7

질문의 5가지 적

-두려움, 지식, 편견과 오만, 시간


<내가 문제를 찾으려 한다면?>

"문제를 찾는다는 개념은 완전한 해결책의 형태를 띤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한다는 생각과 배치된다. 아이디어와 해결책은 하다 보면 나오는 것이고 또 나왔으면 하는 것이지만 출발점은 그 문제다. 문제를 찾는 사람은 주변을 살피면서 어떤 상황이나 기존의 창작물 또는 테마 등 특별한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추고 그에 대해 깊이 따지고 묻는다. 여기에 뭔가 바지지 않았나? 이런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 여기서 하지 않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통째로 다시 만들거나 완전히 뒤집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 왜 이것을 내 문제로 만들려 하는가?" p112

<마음을 여는 깊이 있는 질문을 해라>

일주일에 몇 번씩 그녀와 아이들은 저녁 식사 때 차례로 질문을 하나씩 꺼낸다. 네가 만약 발명가라면 무러 만들고 싶어? 이유가 뭐야? 오늘 일어나자마자 무슨 생각 했어? 너희 반에 외로워 보이는 친구가 있어? 세상에 나가면 가장 힘든 도전이 무엇일 것 같아? 도일과 교사 에린 워터스는 48개의 질문을 생각해냈다. http://momastery.com에서 목록을 내려받을 수 있다. p176

<공감하고 존경받는 리더가 되기 위해>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질문을 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다. 그런 질문을 통해 새로운 세대의 리더는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를 예측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고 공감하고 소통한다. 그런 리더는 자신의 가치와 판단, 전략, 미래 계획, 심지어 핵심 신념 등 자신의 내면까지 들여다보려는 질문도 거침없이 던진다. 그들은 저 바깥세상의 모든 사람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데도 능하다. 그런 질문을할때 그들은 상대방의 망므을 편하게 해주어 귀중한 정보를 끌어내고 더 나아가 질문을 받는 상대방에게도 영감을 준다"p235

↙️↙️

제대로 된 질문을 하지 않고 산지 얼마나 됐을까? 거의 그런 질문을 하고 살지 않는 것 같다. 그 말은 즉 호기심도 사라졌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또 너무 익숙해진 환경에서 익숙해진 것만 쫓아온 삶을 살아 온 것 같다. 갑자기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하는 성격인지라 그 걸 해결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더 필요하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에는 330개의 이러한 질문이 실려 있다. 중요한 순간에 세심하고 신중한 질문을 함으로써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과 선택을 배울 수 있다.

책을 읽으며 편리했던 점이 있다면 "독자들이 자신만의 창조적인 질문 목록을 작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책에 실린 모든 질문은 본문 안에서 별색으로 다루고 있고 질문 색인에 따로 수록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쉽게 눈에 들어오고 읽기도 편하다. 또 본문 안의 귀퉁이에 네모 박스에는 "헛소리를 가려내기 위한 5가지 질문" "직장을 택하기 전에 물어야 할 질문""어떻게 지내세요? 대신할 수 있는 질문""상대방의 말을 더 잘 들으려면 이런 질문을 하라"등 상황별, 문제별, 사고별로 분류해 질문을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이다.

질문으로 나만의 다양하고 새로운 변화들도 생길 수 있음에 확신이 드는 책이었다. "질문에 관하여" 독자로 하여금 실천할 수 있게 풀어낼 수 있는 책이라니 역시 질문학자답다.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자!!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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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의 세계 - AI 소설가 비람풍 × 소설감독 김태연
비람풍 지음, 김태연 감독 / 파람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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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AI가 쓴 소설이라니... 어떻게 소설을 쓰지? 딱 이게 처음의 내 반응이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의 영역에 많은 부분 침투하여 직업의 생존까지도 위협할 것이라는 예상과 결국 인간에게 남은 건 창의성이라던데 아닌건가.. ㅠㅠ ... 창의력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소설을 쓸 수가 있을까? 그냥 정보전달의 목적으로 쓰인 글과 달리 소설은 인간의 감정, 사건을 구성하는 능력까지도 들어가니 어느 장르와는 확연이 다를거라 생각했는데 그 걸 AI소설가 비람풍이 해냈다고? 개인적으로 좀 충격적이었다. 이러다가 감정까지 습득해서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AI가 나오는건 아닌지 미리 걱정부터 된다^^;;;;

"지금부터의 세계"는 국내 최초, 세계 최고 AI 장편소설이다. AI 소설가 비람풍과 소설감독 김태연의 합작이라 할 수 있지만 감독의 말에서 김태연 감독은 '비람풍'이 차린 밥상에 수저만 얹었다고 한다. 점을 하나 찍고 이 점을 이은 동그란 원을 그린 그림을 보여주며 그 점의 감독의 역할이었다고한다. 이 책은 소설 감독 김태연의 구상에 따라 AI작가인 비람풍이 집팔을 하였고 '황금거울'파트와 Ep1은 감독이 직접 썼다. 나머지 영역인 Ep2에서부터 Ep81장은 비람풍이 썼다. Ep0의 삽입 역시 거울 대칭이론의 광범위한 학습에 의해 AI 작가가 판단한 결과라고 한다.

소설에는 여러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33년째 와상 환자로 침대에서 노상 누워 지내는 이임박. 4년째 거의 입을 닫고 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것이다"라는 말을 하며. 그런데 갑자기 간병인 아줌마와 함께 사라졌다.

천체물리학자 이금지, 정신의학과 의사 이미지, 신생 벤처기업 나매쓰 부대표를 맡고 있는 이무기, 명문대 간판과 학위 간판따위 우습게 버린 백지스님. 이들이 각각 존재의 비밀을 탐구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AI소설이라고 하니 왠지 편견부터 갖고 읽었던 것 같다. 소설의 내용보다는 소설 속에 쓰인 단어나 표현 찾는 재미로 읽었다고 해야하나. 수학적 지식이 없었기에 수학소설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곳곳에 나오는 표현들을 보며 비람풍의 독특함도 볼 수가 있었고 특정 브랜드를 언급하는 것도 과감했다.

"단톡방을 나가기 위하여 우측 상단에 있는 햄버거(줄 세개)모양을 클릭하기 불과 몇초 전이었다"p33

"이무기가 통화 종료 즉시 '갤럭시 폴드 5G' 한쪽 모서리로 이마에 생긴 주름살을 지그시 누르며 인상을 구기자 동행한 나우리가 염려한다"p41

"벤치에 앉아 얼굴 표정을 코푼 휴지처럼 구기고 있자 나우리가 다가오며 걱정한다"p64

"평생 함께 산 어머니를 필두로 아들 딸, 손자 손녀들이. 헌데 당신 부친 눈이 가장 오래, 마지막으로 머문 사람이 누군지 압니까. 한발 비켜 서 있던 젊고 이쁜 간호사였다지 않소. 그게 남자란 동물의 본능이요, 본능"p88

사실 생각보다 긴 문장과 잘 모르는 수학들이 나와 어떤 면에서는 집중을 요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워 사람이 아닌 AI의 필력이 이정도라니... 솔직히 놀라웠다.

"이미 AI가 정신건강의학마저 점령한 게 틀림없다. 오늘 이 순간까지 죽을힘을 다한 결과 가까스로 의대 조교수가 되어 겨우 숨 쉴 만한데 다시 된 숨을 몰아쉬지 않으면 생존이, 존재 자체가 흔들릴지도 모른다고 여기자 귀국길이 마치 공부하지 않고 시험 보러 가는 학창시절의 어느 하루 등굣길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AI가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라는 느낌이 갈수록 강하게 더 들어서, 더더욱"p295

왠지 AI가 곳곳에 일상으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하는 말 같았다. 소설 감독 김태연이 말한 "이제 소설 -쓰기 의 시대가 아닌, 소설-연출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라는 것처럼


"한눈팔아야 엇길과 옆길을 볼 수 있으므로, 그 옆길이 지름길일 수도, 황금길일 수도, 영광의 길일수도 있으므로. 설령 그 길이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이어도 뭐 어때. 죽는 길이라도 뭐 어때. 어치피 한 번밖에 못 사는 인생. 엇길과 옆길을 가본자만이 누리는 특유의 재미랄까 멋이랄까, 풍류라는 덤을 얻을 수도 있으니까"p105

"절대 울지 마라. 공포 대신 미증유의 기대를 품고 이 세상을 떠나므로, 좁은 이 우주에서는 죽지만 넓은 저 우주에서는 태어나니까. 궤변이 절대 아님. 안 믿겨지면 꺼짐과 켜짐이 공존하는 양자 역학 세계를 떠올리기를. 전원이 꺼져도 저장한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 낸드 플래시도 상기하기를. 연속함수의 값이 양에서 음으로 바뀌는 구간 안에는 함수를 0으로 만드는 근이, 적어도 하나 이상은 존재한다는 '사잇값 정리'도 기억하기를. 그에 더해, 0보다 큰 가장 작은 수에 대한 깊고 넓은 통찰도 0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죽음의 세계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결정적 배경이다"p461

과연 AI작가가 되기위해 60만여 편의 학습한 결과일까? 위에 두 글이 너무 와 닿아 밑줄까지쳤으니 말이다.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문장들이 나올 수 있었는지 신기했다. 장편소설이지만 소설의 줄거리보다는 AI가 썼다는 신기함과 호기심에 읽은 책이었는데, 여러가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국내 최초의 AI 장편소설이 이정도의 퀄러티라면 진짜 시간만 더 주어지면 더 완벽한 최상의 소설이 나올 것 같다. 왜 제목이 지금부터의 세계인지 알 수 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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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로 살아야 한다 - 자기실현을 위한 중년의 심리학
한성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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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심리학부 명예교수. 미국 미드웨스턴 침례신학 대학원과 데이브레이크 대학교의 특훈 교수이며,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 한성열은 그 동안 강의실과 상담실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배운 내용 중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주제들을 정리하여 자기실현을 위한 중년의 심리학 '이제 나로 살아야 한다'를 썼다.

더이상 젊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늙은 것도 아닌 시기, 젊은이와 늙은이의 가운데 있는 시기 중년기.. 중년기에는 많은 변화가 생긴다. 체력도 예전같지 않고 사회적인 관계에서도 처음 회사에 입사했던 패기넘치던 20대와는 다르다. 또 자녀들이 성장하여 부모의 곁을 떠나는 진수기를 겪는다. 이런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는 중년기는 현재 자신의 삶을 평가하는 시기이다. 정확한 평가와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중년기는 우리의 삶에서 매우 귀중한 시기이다. 자신과 일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리고, 나이에 대한 시간 전망을 바꾸어 지금까지의 삶에 대해 재평가하게 하는 동시에, 미래의 삶에 대해 준비하게 하는 귀중한 발달의 시간,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중년을 맞은 이들이라면 더이상 '소리 없이' 울지 말고 더욱 적극적으로 중년의 변화에 대해 이해하고, 새로운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문 중에서)

요즘 바람이 하나 있다면 '젊게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나이 들어서도 당연히 젊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해가 거듭될수록 체력적으로 너무 확연히 드러나는 힘듦과 하나씩 나오는 새치를 보면 내가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들었지? 깜짝 놀라곤 한다.(몇년전까지만 해도 나름 동안이란 소릴 들었었는데 ㅠㅠ) 또 정석에 가까운 것을 요구하는 내 자신에게 가끔 꼰대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하며 산다. ㅠㅠ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친구관계나 대학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해왔다면 대학생일 때에는 취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이제는 가정을 꾸리고 나니 또 다른 앞으로의 고민들로 마음 쓸 일이 많아졌다. 카를 융은 중년이 넘어서야 비로소 사는 것이 무엇인지 그 깊은 맛을 알 수 있고, 비로소 자기실현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p7) 지금 딱 내가 그 시기로 들어서는 시점에 서 있기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책소개를 보자마자 무조건 읽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수시로 준거틀을 점검하고 판에 남아 있는 부스러기들을 말끔히 닥아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면 때때로 판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p107

우리 모두는 나름대로 세상을 이해하는 마음의 판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준거틀' '준거체계'라고 부른다. 이틀을 기준으로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자기와 남을 비교하고 평가한다고 한다. 저자는 준거틀이 한때는 세상과 효율적으로 관계를 맺게 해주는 역할을 했지만, 지나치게 오래 고정되어 있다면 새로운 환경에 효율적으로 적응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말한다. 과거 감정의 응어리들과 생각의 틀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서로 나름의 색안경을 끼고 있는데, 너무나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이 세상과 효율적으로 관계를 맺기 위해 우리는 각자의 색안경, 나름대로의 준거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많은 공감을 했다. 우리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경험과 가치관을 통해 살아왔다. 그렇기에 나만의 준거틀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충돌하고 부딪히다보면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관계가 틀어지거나 언쟁으로 번질 위험도 있다. 그렇기에 과거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옳바른 준거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했다.

"서로 독립된 인격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대화를 하기 어렵다.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되 서로 대등한 위치에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비로소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진다..(중략)..지금까지 가족과 나눈 대화가 진정한 대화였는지 아니면 독백에 불과했는지 돌아보자. 만약 독백에 불과했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인정하고 노력하자"p228

솔직히 부모로서 자식을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며 서로 대등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 같다. 물론 기본적으로 인정한다고 생각은 하겠지만 실제로 대화를 하다보면 부모의 일방적인 대화가 더 많은 것은 비단 극소수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분명 가족사이에서도 일방적인 관계는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책의 본문 내용중에 어떤 조사에서 청소년들에게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부모, 교사, 친구 중에서 누구와 의논하고 싶냐?"라고 물었을 때 제일 먼저 부모와 의논하고 싶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질문을 바꾸어"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지금까지 실제적으로 누구와 의논을 하였는가?"라고 물으면 친구라고 답한 청소년이 제일 많다고 한다.

"결국 '하고 싶은 대상'과 '하는 대상'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p231 이유는 부모와는 말이 안통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감정을 주고 받기 위한 대화를 심정대화라고 부른다고 했다. 심정대화가 잘 이루어지는 관계를 마음이 통하는 관계라고 하는데.. 부모와 자식 관계뿐만 아니라 남편과 부인사이에서도 서로 통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는 심정대화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많은 반성을 했다. 심정대화를 얼마나 했을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 부분도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것이라면 내가 중년이라는 위치에 확실하게 들어선 것은 아니지만 곧 입문을 하기 시작하는 단계로서 충분히 현실적으로 고민할 법한 것들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꼭 중년만 읽을 수 있는 내용만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구든지 다 도움이 되는 내용들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평균 수명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살아 갈 날이 너무 많기에 또 많은 기로에 서 있을지도 모르겠다. 진정한 나로 살기 위해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마음의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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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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