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65일 작가 연습 - 다시 시작하는 글쓰기 훈련
주디 리브스 지음, 김민수 옮김 / 스토리유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꽤 어릴적부터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었던것 같다. 그 글쓰기가 어떤 종류이건간에 나는 글을 쓰는것을 좋아 했었던 것이다. 제일 처음 글쓰기의 시기는 아마 초등학교 고학년쯤으로 기억이 난다. 어린날의 막연하고 아련한 기억이지만 굳이 끄집어 내본다면 이렇다.
학교근처에 작은 책 대여점이 생겼는데 그즈음 유행하고 있던 하이틴 소설을 접하게 되었다. 그 치기어린 감성으로 무엇을 느꼈는지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그 하이틴 소설을 흉내내기 시작했고 그것은 나의 생애 첫 스스로 결정한 글쓰기가 되었다. 중학교에 올라와서는 사춘기 감성에 무르익어서 시를 읽었다. 보고 읽고 느낀 감정이 얼마나 풍부했었는지 역시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나는 그즈음 시를 쓰기 시작했다. 문법이 맞는지도 틀리는지도 모르고 이 시가 시가 맞는것인지도 잘 모른채 무작정 쓰고 감명받고 그러면서 사춘기의 나날을 보내지 않았었나 싶다. 아마 나는 타고난 문학소녀가 아니었을까?(웃음)
고등학교 때는 좋아하는 가수가 있었는데 그때 유행했던것이 그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팬픽이 있었다. 허구헌날 읽기만 하다가 어느날은 문득 생각이 들었는지 빈 노트에 펜을 쥐고 있는게 아닌가. 인터넷 카페가 꽤 활성이 된 덕에 스스로 연재를 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경험하게 되었고 이야기의 장르는 점점 더 넓어져 갔다. 스스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미롭고, 무언가의 가능성을 마주보고 있는것 같아서 기쁘기 그지없었다. 그후부터 나의 글쓰기는 꽤 오랫동안 이어진다. 본문에서 언급한 예의 그 프리라이팅이라는 것도 되돌이켜보니 놀랍게도 나는 이미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 뿐.
사실 나의 글쓰기에는 목표가 없었다. 목표가 없고 이유가 없는 글쓰기는 역시 오래가지 못한다. 계속적으로 글을 쓰고 싶다하더라도 글쓰기를 할수 없는데에 이유가 생기고 핑계가 생기고 변명이 늘어간다. 그 대표적인 예가 대학 졸업후 취직이다. 취직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글쓰기는 멈추어 버린다. 바쁘고 어려운 현실에 마딱드려서는 뭐가 일이고 뭐가 쉬는건지 분간조차 하지 못할정도로 여유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알게모르게 지나간 수년, 그리고 나는 지금 일생일대의 슬럼프라는 '서른즈음'에 서 있다.
좀 대견스럽다고 생각하는것은 그래도 중간중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걸음이 한참 느려서 3-4년에 걸쳐서 200페이지 분량의 단편을 완결지었다거나, 2년이 넘도록 초단편 하나를 가까스로 끝냈다던가, 수년동안 완결낸 이야기가 겨우 3편에 불과 하다거나 하는 상황이었지만 말이다. 나는 아직도 글쓰기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나는 위대한 결심을 하기로 했고, 그것은 바로 '작가'라는 새로운 길이었다.
글쓰기를 하면서도 스스로 작가라고 생각해본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나는 한번도 제대로 된 글쓰기를 배운적도 없고, 또 나의 글이 그렇게 평판이 화려했던것도 아니어서 어디까지나 취미생활에 일부분이었을 뿐이었는데, 서른이 가까이 되어가는 요즘에 들어서야 나는 처음으로 꿈이라는 것에 대하여 절실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바람인지 아직도 좀 헷갈리지만 나는 글쓰는것이 좋고, 글 속의 세상이 좋고, 나의 글이 세상에 나와 타인의 즐거움이 될수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 흥분되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것은 나는 내가 글쟁이가 되던 안되던간에 어디까지나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 나의 입문서로 내손에 들어온것이 바로 이 책이다.
나는 글쓰기 관련서적이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관심을 갖고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알아지도 눈에 들어오고 손에 잡히는 법인가보다. 우연찮게 찾아낸 이 책이 본격적인 글쓰기 입문에 들어가려는 나의 시야에 들어온것은 그야말로 운명일지도.
나는 이책을 읽으며 많이 공감하고 많이 깨닫고, 많이 배울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것뿐이 아니다. 끊임없는 실패와 의미없는 끄적임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글쓰기를 끈질긴 노력의 산물이며, 애정어린 자신만의 보물이라고 말해주었고 또 이런 나를 과감하게 '작가'라고 불러주었다.
나는 기뻤다. 기쁘면 기쁠수록, 행복하면 행복할수록 나는 계속해서 책속의 배움에 귀가 기울여졌다.
이책에서 거듭거듭 말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써라! 매일 써라. 계속 써라. 끊임없이 써라.
좋은 소재가 있던 없던간에 무조건 써라.
바로 지금 써라.]
글쓰기는 훈련에 훈련을 거듭해야 좋은 글이 나오며, 훈련을 하는 사이 저도 모르게 축복;뮤즈를 만날수 있게 된다고 한다. 뭐, 뮤즈를 만나든 못 만나든 나는 본격적인 글쓰기 트레이닝에 돌입할 작정을 세웠다.
당장 하루하루 무엇을 주제로 글을 쓸까? 사실은 지금도 고민이다. 하지만 글쓰기 입문단계인 내가 이책을 만나서 더 좋은 이유는 한가지가 더 있는데 그게 바로 이것이었다. 책의 제목처럼 365일 동안의 막연한 초보 글쓰기의 고민을 덜어주는 테마를 정해주었다는 점이다. 1월 24일의 테마, 9월 4일의 테마, 12월 25일의 테마가 모두 다르게 정해져 있으니 기본적으로 요 일년정도는 무작정 마구 쓸수 있는 훈련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진 셈인것이다. 그런점에서도 꽤나 훌륭한 원동력을 주는 입문서가 아닌가.
좋은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들이 내 머리속에서, 내 가슴속에서 흘러넘치는 그날을 위하여 나는 오늘부터 펜을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