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의 정원
다치바나 다카시.사토 마사루 지음, 박연정 옮김 / 예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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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갖추어야 할 교양의 내용이나 그 필요성에 대해 두 대담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간의 어두운 면에 관한 정보가 현대 교양 교육에는 결정적으로 결여되어 있다. 이 사회에는 사람을 협박하거니 속이는 테크닉이 무척 많다. 그것은 해마다 발달해서 경계감을 갖고 자기 방어를 하지 않으면 간단히 먹히게 된다. 허위란 무엇인가, 궤변이란 무엇인가를 배워야 한다"(p.190)  

 "대학 교양 과정에는 암흑 사회론, 악의 현상학 코스를 만들어야 한다. 악덕 정치가, 악덕 기업의 거짓을 간파하는 법, 미디어에 속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도 현대 교양의 필수품이다" (p.191)  

멋진 말이다. 교양은 '없어도 그만인 장식품'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라는 명제에 완전 공감한다. 그러나 두 대담자야말로 '악덕 정치가와 악덕 기업가 그리고 미디어의 허위와 궤변'에 속고  있지 않은가? 

예를 들어 21세기 최대의 화두인 '반 테러 전쟁'은  미국과 이슬람의 두 극단 세력의 대결 구도로 간단히 언급되어 있을 뿐이다. 9/11이라는 '이슬람 테러'로 인하여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게 아니라 그 전쟁에 미국과 나토를 밀어넣으려고 9/11이라는 특대형 이벤트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그들은 아직도 모르는가?  

다치바나는 <홀로코스트>를 현대사의 수많은 참극 중의 하나로 '상대화'하고 있는데 '9/11 방정식'을 적용해본다면 <홀로코스트>가 있었기 때문에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이 세워진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세우려고 <홀로코스트>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추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가설을 갖고 <홀로코스트>의 실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홀로코스트>의 본고장 유럽에서는 감옥으로 보내고 있다.  

국제연합의 협작과 유대 마피아의 폭력으로 세워진 이상한 나라 <이스라엘>은 '국가 수립' 이후 중동을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영토 확장에 몰두해왔고 국제핵확산금지조약(NPT)가입을 거부하는 세계 유수의  핵무장국이 되었으며 9/11 이후  '이란에 대한 핵공격'을 줄곧 공언하고 있다. 그것은 핵전쟁으로 시작되는 세계전쟁을 뜻한다. 이스라엘이 요구하는 '이란 제재'에  요즘 미국과 유럽은 물론 일본과 한국까지 합세하고 있는 것은 9/11 이후 지속되고 있는 21세기 최고의 '악의 현상학'이라 하겠는데 두 대담자는 이 중차대한 '현상'에 정면으로 파고드는 '지의 정원'을 제시하기는 커녕 언급도 피하고 있다. 

역사적 현실에 대한 그들의 극히 피상적인 인식은  사상사에 대해서도 되풀이되고 있다.예를 들어 다치바나는 '고전은 읽을 필요 없다'는 과격한 주장을 펼치면서 서양 고전의 원류라 할 플라톤 사상에 아무런 근거 제시도 없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플라톤을 폄훼하고 배척하는 풍조는 사상적 암흑기가 도래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악의 현상학'이라 하겠는데 다치바나는 어떤 이유로 이 한심한 유행에 물든 것일까?   

그가 중시하는 '이 세계의 정체성에 대한 지식', 그러한 지식의 '전체상'과 '계통', '해독제가 되는 진정한 교양'.... 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이 책에서 얻었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  그가 인용한 마르크스의 말을 빌어 말하면, 그가 겉으로 대표하는 것과 실제로 대표하는 것 사이에는 합리적 연관이 없다.  이것은 인류의 '지의 정원'을 탐색하는 여정에서 그가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에, 그리하여 악의 뿌리가 무엇인지 분간하지 못하게 되었기에 불가피한 일이다.  

다치바나와 대담을 한 사람은 일본의 전직 외교관인데 출판사가 소개한 바에 따르면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우기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의 함량미달의 대화까지 변역된다는 것은 대한민국 독자를 모독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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