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란
현기영 지음 / 창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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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밖의 실망>이다. 30년 전의 소설 <순이 삼촌>에서 받았던 충격을  또 한번 기대했던 게 지나친 희망이 되고 말았다.  소설 속의 <신자유주의>는 뜬금없이 등장하는 <괴물>처럼 다가온다.  <괴물>의 '족보'라든가 이 사회가 <괴물>에게 무력하게 투항하게 된 사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9/11을 언급하면서 그걸 '제국의 업보'이자 '종말론의 징조'로 보고 있다. 국제 테러에 대한 인식 수준이  뉴욕 시민의 평균치에도 못미친다. 그 당시 386 운동권의 현실 인식은 그 정도 수준이었겠지만 소설이 읽을 만 하려면  그런  인식의 허구성 정도는 주인공이 깨닫게끔 해주는 게 좋았을 듯 하다.  분단사의 폭력에 담긴 비밀을 누구보다 냉철하게 응시했던 작가가 반 세기가 지나 세계를 지배하는 '반 테러전쟁'이라는 <관제 시나리오>의 비밀에 눈을 감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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