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즐거움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송경원 옮김 / 하늘연못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에드가 앨런 포가 그저께 (10월 7일) 죽었다. 이 소식에 놀랄 사람은 많겠지만 슬퍼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35]


   1849년 뉴욕트리뷴, 장문의 기고문에 들어 있는 한 구절이다. 포의 죽음에 축배를 들었음직한 사람의 글이다.  이 사람은 포를 알코올/마약 중독자에 정신병자로 매도하고 포의 문학적 명예를 매장하는 책까지 썼다고 한다. 혹시나 포의 '의문사'에 공을 세운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검색을 해보니 포를 증오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예이츠, 에머슨, 헉슬리 같은 유명 인사들이 포의 인격과 그의 작품에 대해 "쌍스럽다", "별 볼일 없다" 따위의 악평을 퍼부었다.

포와 동시대 사람은 아니지만 포를 만났다면 이들보다 더 무지막지한 말을 했음직한 사람이 또 있다. 프란시스 베이컨과 아리스토텔레스다. 시대를 앞서 과학의 방법론/우주론을 담았다고 알려진 작품 '유레카'를 통해서  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연역법이나 베이컨의 경험론이 쓸모 없는 것이라 말했다.  "아이작 뉴튼을 초라하게 만드는 내용이라 적어도 일만 부는 찍어야 한다"고 출판업자에게 하소연했으나 초판은 겨우 750부였다는 '유레카'를 포는 독일의 고전학자 알렉산더 훔볼트에게 바쳤다.

포의 시나 소설은 중복 번역되고 있지만  예술론, 과학론이 담긴 에세이를 번역한 책은 드물다. 번역자들마저도 포의 '몽상' 운운하는 걸 보면, 적지 않은 유명 인사들의 환호 속에 사라져야 했던 포의 생각이 무언지 모르나 보다. 그것은 '몽상'에 맞선 '리얼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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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즘(Realism)이란 보편적 개념(universal concepts)의 독립적 존재성을 나타내는 말이며, 우리의 상식과는 정반대되는 관념론적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중세보편논쟁에서 개체적 실재성을 주장한 유명론자들(Nominalists)과 반대 입장에 선 매우 보수적인 사상이었다. [...] 리얼리즘에서 언제나 문제 되는 것은 무엇이 리얼리티(Reality)냐, 즉 무엇이 실제로 있는 것이냐 하는 질문이다." (도올고함 중앙일보 2007.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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