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보이들의 외교사 - 먼로주의에서 부시 독트린까지 미국의 외교전략
김봉중 지음 / 푸른역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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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결론에서 미국은 "특별한 제국"이 아니라 "어설픈 제국이었다"(p.447) 라고 말하는데 어설픈 것은 저자의 시각이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자.     

"[통킹만] 사건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존슨과 맥나마라의 조작설은 설득력이 크지 않다. [...] 선거를 앞둔 존슨이 [...] 그런 사건을 조작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p.337)

 그 사건의 조작성을 입증하는 비밀 문서가 공개된 게 언제인데 아직도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저자 자신도 존슨이 "불확실한 정보로 의회를 기만했다"(p.443)라고 말했듯이 존슨은 통킹만 사건 조작자들의 의도에 충실히 따른 것에 불과하다.

 저자의 어설픈 시각은 1991년 걸프 전의 원인을 이라크 후세인의 아랍 통합 야망에 따른 쿠웨이트 침공에 돌리고 있는 데서도 드러난다. (p.371-375 ) 미국이 한때는 화학무기까지 보내 주던 후세인을 갑자기 원수보듯 적대시하고 이라크 폭격에 이어 2003년에 와서 점령하기에 이른 것은 후세인이 미국이 요구한 이라크 석유 민영화를 거부하고 막판에는 아랍의 석유 수출 결제 통화를  미국 달러에서 유러 통화로 바꾸는 데 앞장 섰기때문이다.(자세한 내용은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960 )

클린턴 정부의 현안이었던 발칸 지역의 분쟁에 대해서도 저자는 미국의 공식 버전을 충실히 재방송하고 있다, 보스니아 전쟁의 원인은 세르비아계의 대민족주의 야망에 따른 전쟁범죄이고 여기에 유럽이 미온적으로 대응하여 어쩔 수 없이 미국이 해결사로 나섰다는 것이다. (p.381-387 ) 무릇 아이들 싸움도 어느 한쪽의 말만 믿다가는 낭패를 보기 마련인데 하물며 발칸이라는 반도를 요절내는 분쟁에 한 쪽만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이다. 저자에게는 이른바 "헤이그 유고전범 재판소"의 속기록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거기에는 비록 검열을 거친 것이기는 하지만 유럽의 '보스니아 분쟁 중재안'을 미국이 어떻게 깨버렸는지, 발칸 분쟁의 전모가 무엇인지 말해주는 증언이 있다. 저자가 언급하기를 생략한, (보스니아 분쟁의  후속편) 코소보 분쟁(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9930) 과 거기에 담겨 있는 미국의 '특별'한 외교도 눈에 들어올 것이다.

 북미 현안인  핵 문제에서도 북이 제네바 합의 이행을  거부했다(p.404-409) 고 보는 저자의 해석은 어쩌면 그의 일관된 '한 쪽 말만 듣기 사관'에 따른 것이라고나 해야 겠다.  1994년의 제네바 합의를 미국 정부가 무려 10년이 더 지나 북의 핵살험이 있고서야 이행하겠노라고 밝힌 사정을 저자는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하다. 저자의 서술은 9.11 에 대한 간략한 언급으로 끝난다.  (p..416 -417)  '평범치 않은 제국'의 면모를 유감 없이 보여준 사건에 대하여 역사학자의 정밀한 고증이 없다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새겨 볼 만한 곳은 미국이 대영 제국과 저항하는 공화국 시기의 역사다. 미국은 유럽에 말려들어가서도 안되고 어느 한 나라와 영속적인 동맹을 맺어도 안된다는, 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고별사(p.28)라든가 영국의 미국 경제 재식민화에 맞선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헤밀턴의 경제 독립 정책(p.34-38)을 기억하는 미국인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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