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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얼 페인

감독: 제시 아이젠버그

수상: 여러 유명 영화제에서 각본상, 남우조연상 다수 받음. 97 아카데미 영화제(2025) 작품상 후보. 97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키에란 킬컨)


솔직히 이 영화에 미국, 영국 등 관객과 영화 관련자들이 열광하는 데 1도 공감 못하겠다. 제목이 리얼 페인인 것부터 반감 폭발. 


얼마 전에 요즘 화제라는 이수지의 몽클레어 강남맘 영상을 보고, 어떤 포인트에서 웃어야 할지 몰랐던 것과 유사하다. 이수지도 첨 봤다. 이수지 몽클레어 연관 영상으로 [추적 60분 7세 고시]가 있어서 이어서 봤는데, 7세 고시가 왜 추적 60분에서 다루어지는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디올 베이비 가격 이대로 괜찮은가' 같은 그사세 아닌가 싶어서 웃겼다. 추적 60분 진행자나 PD같은 사람, 즉 엘리트 부모 입장에서는 심각한 사회문제일 수 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돈지랄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들만의 지옥'이었을 뿐.


히틀러 학살로부터의 생존자 3세의 찐 고통은 도대체 뭘까?(라고 2025년 가자 지구 8세 아이에 빙의해서 생각해 본다.)

서른 살이 넘어서도 경제적 독립을 못해서 부모님 집의 지하실에서 사는 게 찐 고통이란 걸까?(난 전쟁통에 부모가 사망하고 집도 다 부서져서 천막 텐트에 사는데.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국적이 없어서 여권도 없는데)

벤지(키에란 컬킨)의 고통이란 게 도대체 뭐였지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의문. 굳이 원인을 찾자면 프로이트가 말하는 거식증 증상 정도? 모든 것이 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없어서 발병하는 풍요 속 거식증이 벤지의 찐 고통, 리얼 페인??


2. 브루탈리스트

수상: 97회 아카데미 영화제(2025) 작품상 후보, 97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인정 못하겠다!!!! 그만해 그만!! 시오니즘 그만 좀 해. 그리고 2003년에도 엘리드 유대인 연기로 받았자나, 그만 좀 해.)

같은 배우의 2003년 작 <피아니스트>의 건축가 버전(feat. 시오니즘 만세)


뭐야, 히틀러의 대학살로부터 살아남으려면 천재 피아니스트나 천재 건축가 정도는 돼야 한다는 거야 뭐야 하는 나의 꿍한 마음에 확신을 준 것은 주인공 라즈로 토스의 배우자의 학벌과 직업이 밝혀질 때였다. 과장해서 해석하자면 유대인은 천재 예술가, 영국 명문대(옥스퍼드 영문과 출신이던가?)출신의 우수한 언론인(영어를 미국인보다 잘하는 유대계 헝가리인)이고 유대인 학살자들은 야만인 그 자체라고 하는 듯했다.  두 번째 해석은 재능이 없는 인간들은 죽어도 괜찮지만 유능한 엘리트들은 살려야 한다로 해석되었다. 엘리트 만능주의에 불쾌 100배 상승.


분명한 것은 가자지구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다면, 특히 마지막 추모 연설을 봤다면 피꺼솟이 되어 극장 내부를 영화 <서브스턴스>의 엔딩씬처럼 만들고 싶었을 것이라는 점!! 제삼자인 내가 봐도 '아... 진짜 졸렬하고 역겹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으니까.


또한 도대체 이 영화의 어디가 그렇게 우수한지? 

영화가 길다는 거?

과감하게 인터미션을 넣었다는 거?


"우리 조상들도 히틀러에게 학살 당했다고요. 억울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람들은 아직도 리얼 페인에 시달리는 생존자 후손인 나 말고, 독일인에게 가서 따지세욧!!! 나도 희생자란 말이에요. 그리고 나는 네타냐후 지지 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스라엘은 우리 영토에요!!" 이 영화의 본심이라고 확신한다. 졸렬!!! 


히틀러의 학살에 희생당한 유대인의 후손으로서 나치의 만행을 잊지 않고 고발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그 유대인의 후손들이 가자 지구 사람들에게 하는 학살(심지어 현재 진행형)은 면죄되는 거란 말인지. 감독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그리고 이 영화를 작품상 후보로 선정한 자들도 부끄러운 줄 알아라. 


나치와 유대인에 관한 영화가 2편이나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있다는 것(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학살은 여전히 진행중인 지금)가 나의 심사를 굉장히 뒤틀리게 한다. 특히 <브루탈리스트>는 졸렬하다! 




3. 쇼잉 업(2025. 1. 8. 개봉)

감독: 켈리 라이카트

주연: 미셸 윌리엄스


영화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힐링됨!!!

결국 인생은 리지의 그것처럼 사소한 사건들로 채워지는 것 아니겠는가.

그 속에서 짬을 내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예술을 하는 것.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것!!

거대한 예술은 못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작은 소조 작품을 계속 만들어 가는 것.

우아한 삶!



4. 미키17(2025. 2. 28. 개봉)

감독: 봉준호

주연: 로버트 패티슨


우주에만 가면 개고생 하는 로버트 패티슨.

첫 우주판 체험 삶의 현장은 <하이라이프>다. 독박육아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딸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 부성애를 보여줌 ㅋㅋㅋㅋ

이번 <미키17>에서는 삶은 끔찍한 죽음의 고통이지만 그래도 살고 싶다는 열망을 놓지 않는 그야말로 극한의 고통을 견디는 인간을 보여 줌. 이것은 불교의 윤회 그 자체!! 윤회의 사슬을 끊기 위한 방법으로서 사이클 기계를 폭파시킨다! 남궁민수 드디어 성공한 건가요??


일단 재미있으니 봉준호 믿고 보면 된다. 돈 값, 시간 값 함.


5. 컴플리트 언노운(2025. 2. 26. 개봉)

주연: 티모시 샬라메

수상: 97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 당연히 남우주연상 받을 줄 알았는데... 홀로코스트 휴머니즘을 이기긴 힘들구나!


밥 딜런의 영광은 계속된다. 노벨 문학상보다 더 큰 영광은 아직은 20대인 티모시 샬라메가 밥 딜런을 연기한 것 아닐지!!! 티모시 샬라메, 못하는 게 뭐야. 노래도 정말 잘 함!!!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력은 김연아의 스케이팅 실력처럼 다른 차원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화 <주디>의 르네 젤리거와 비교해서 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르네 젤리거는 주디 갈란드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는데, 르네 젤리거 연기 잘하네 하고 보게 된다. 티모시 샬라메의 밥 딜런 연기는 잘하고 말고 가 아니고... 저게 가능하나 하는 생각만 하게 됨. 그런데도 주연상을 못 받다니 충격적!!! 미국 놈들의 엘리트 유대인 사랑 징글징글하다. 정말.


ps. 같이 보면 좋은 영화 

<아임 낫 데어 / 토드 헤인즈> 2007년 작

밥 딜런 영화이고, 밥 딜런을 몰랐던 내가 밥 딜런을 알게 된 영화. OST너무 좋아서 CD 구매. 영화도 좋아서 유튜브 영화에서 구매(아직 넷플릭스가 없었던 시절)


<인사이드 르윈 / 코엔 형제> 2013년 작

너무 좋아서 극장에서 2번 본 영화. 최근 왓챠에서 100원에 팔길래 냉큼 구입.

영화 엔딩에 밥 딜런으로 추정되는 자가 나와서 노래하는 장면 나온다. 이 장면이 바로 주인공 르윈 데이비스의 인생 폭망을 암시한다는 것에서 깊은 감동(?)을 준다. 가수 오지은은 당사자성이 너무 강해 고통스러워서 못 봤다는 영화. 하지만 나는 내 고통이 아니므로 즐기면서 약간은 부러운 마음으로 본 영화.


6. 더 폴 : 디렉터스 컷 (2024.12.25. 재개봉. 2008년 작)

개봉 당시에는 못 봤고, 사실 알지도 못했던 영화.

주인공 꼬마 아이 알렉산드리아에게 심하게 감정이입해서 봤다.

나 역시 이야기가 주는 환상과 재미에 의지해서 현생을 존버하고 있기 때문.

이야기 덕분에 정신 건강한 사람으로 살고 있기 때문.

소설과 영화가 없었다면 항우울제를 영양제처럼 복용했을지도 모른다.


상영 끝나기 전에 꼭 한 번 더 극장에서 봐야지.

장면들이 지나치게 아름답다.

재개봉한 이유 100번 이해됨. 


7. 멀홀랜드 드라이브(2025. 2. 5. 재개봉. 2025. 1. 16. 데이비드 린치 작고 기념 재개봉. 2001년 작)

극장에서 본 적은 없었는데, 극장에서 보게 되어 영광이었다.

<더 폴>의 꼬마 알렉산드리아가 잘 못 성장하게 되면 다이안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ps. 97회 아카데미 영화제

홀로코스트 영화 2편(브루탈리스트, 리얼 페인)은 각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제3 세계 이민자 여성이 주인공인 <아노라>는 작품상, 감독상(션 베이커), 여우주연상(대박 마이키 매디슨! 한편으로는 <서브스턴스>의 데미 무어가 받길 바랐다), 각본상, 편집상 5개 부분 수상. 나는 션 베이커의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싫어한다, 정확히는 영화의 내용이 싫다. 그런 상황에서 자식을 낳아서 키우는 것에 반대하기 때문에. 그 영화의 꼬마 무니는 어떤 어른으로 자라 있을까? 역시 '아노라'인가. 

마이키 매디슨(아노라 역)은 내가 인생 빡치고 누구 하나 죽이고 싶을 때 보는 영화 장면, 화염방사기 화염에 불타 죽는 역을 한 엑스트라 배우였다. 영화 <원 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마지막 수영장 씬. 그 장면이 너무 좋아서 빡칠 때 마다 응급처치로 보려고 폰에 영화장면 캡처 사진도 담아두고 다닐 정도인데... 사이비교주 광신도 수잔이 <아노라>의 단독 주인공이 되고, 당당히 여우주연상마저도 받아 버리다니!!! 역시 세상은 살고 볼 일이다 싶기도.


아카데미 영화제가 정치적 선택을 했다고 가정하면 이것이 <설국열차>에서 틸다 스윈튼(메이슨)과 윌포드(에드 해리슨)가 말하는 (생태계)균형이라는 걸까. 한편에서는 미국 내 기득권인 유대인을 지지하고, 한편에서는 미국 내 약자인 이민자를 지지하는, 이 방식이 체제를 지속시키는 균형이라는 걸까... 


<리얼 페인>의 키에란 컬킨을 그렇다 쳐도, <브루탈리스트>의 애드리언 브로디가 같은 배역으로 두 번의 남우주연상을 받는 것은 납득 불가. 유대인 엘리드 역할 전속 배우라는 건가? 로만 폴란스키(애드리언 브로디가 남우주연상 받은 <피아니스트> 감독)도 짜증 난다. 사실 이 점은 영화 <원 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도 그랬다. 로만 폴란스키... 성범죄자... 그것도 아동 성범죄자... 검색해 보니 1933년 생으로 아직 살아있다. 역시 나쁜 놈이 장수하는 아이러니. 개인적으로 애드리언 브로디는 <다즐링 주식회사>가 최고였다.


극장 상영 끝나기 전에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 <아노라>와 <더 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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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

며칠 전에서야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 331화 가수 이랑 편을 들었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랑 3집 타이틀 곡 <늑대가 나타났다>가 이상민 행안부장관의 행정부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

사연은 이렇다. 2022년 부마항쟁 기념행사 3주 전에 행정부로부터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 공연 거부 당한 것이다. 그리하여 이랑과 공연 주최 측은 이에 대해서 행안부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 것인데, 사건으로부터 24개월이 지난 2024년 12월에도 그 소송의 1심조차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참고 기사. 한겨레 [단독] "관여는 당연하다"는 행안부... '늑대가 나타났다' 검열 논란, 결국 법원으로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44992.html


가수 이랑은 내가 오지은 다음으로 좋아하는 가수이고, 이랑 3집은 내가 유일하게 앨범 구매한 이랑의 앨범이다. 이런 훌륭한 가수의 훌륭한 앨범 타이틀 곡을 사전 검열해서 공연 금지를 시켜? 어이없네 진짜.


2. 팟캐스트 김혜리의 필름클럽

227회 미키17 편에서 김혜리 기자는 "왜 미키 반스는 어떻게 이토록 무력해지고 순응해졌나"(무력하고 순응하는 미키 반스라는 캐릭터가 감독의 강조점인 거 같다라고 함)라고 하면서 미키와 정반대의 지점에 있는 <설국열차>에서의 남궁민수를 예로 든다. 


3. 설국열차

봉준호 영화 중에서 <설국열차>는 가장 후순위(주제와 주제의 표현 방식이 너무 쉽다, 더 나아가 유치하다고 생각했다)여서 다시 볼 생각은 없었는데, 개봉할 때 본 이후 어젯밤(낮에는 너무 밝아서 거실에서 보기 힘듦. 전체적으로 어둠이 가득한 영화) 처음으로 다시 봤다. "이 땅에는 충격이 필요합니다(늑대가 나타났다 가사 중)." 이건 남궁민수의 대사 아닌가. "간단히 말해서 폭탄 이 새끼야. 내가 냄새나 킁킁 맡자고 2년 동안 이거 모은 줄 알아? 문 한번 제대로 열어보자고 모은 거지. 성냥이나 빨리 내놔." 


이 영화 속 인물들로 거칠게 진보, 보수, 독재를 분류해 보자면

독재 윌포드, 보수 커티스, 진보 남궁민수!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는 설국열차라는 시스템을 보수해서 영원히 정해진 레일을 달리고 싶을 뿐이었던 것. 정해진 레일을 벗어나고 싶지는 않았던 것. 커티스가 열고 싶었던 문은 엔진 칸(프런트 칸)으로 가는 문이었다면 남궁민수가 열고 싶었던 문을 열차와 열차 레일을 탈출할 수 있는 문이었던 것.


4. 더 폴: 디렉터스 컷 / 노매드랜드

이 영화의 주인공 알렉산드리아가 좋다. 알렉산드리아가 절망적 상황에서도 긍정을 찾고, 현실 속에서 긍정을 찾기 힘들 때는 이야기가 주는 환상 속에서 긍정을 찾고 즐긴다는 설정이 좋았다. 그래서 시간이 되면 상영 끝나기 전에 한번 더 극장에서 볼 생각이었다. 만 5세 정도의 꼬마아이가 노년이 된다면 <노매드랜드>의 주인공 펀(프랜시스 맥도맨드)이 아닐까 하여 며칠 전 <노매드랜드>를 다시 보고 어떤 설움이 치밀어올라 울 뻔했다. 5년 정도의 생애 경험뿐인 알렉산드리아는 경험치의 부족으로 이야기 속 환상에 의지하고, 50년이 넘는 생애 경험치를 쌓은 펀은 아버지가 물려준 사소한 그릇 세트, 남편과의 추억, 수리비용을 생각하면 새 차를 구입하는 게 더 낫지만 그 차를 꾸민 시간들 때문에 버리지 못하는 트레일러(home)와 함께 현실을 버틴다.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렉산드리아도 펀도 "이 땅에 충격이 필요하다"는 자각은 없는 것이다. 어떻게든 주어진 레일에서 탈선하지 않고 생존하고자 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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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씨 관련 정치 뉴스를 보지 않을 수가 없지만, 난 윤 씨 목소리가 소름 돋도록 싫기 때문에 그 자의 목소리가 나오는 구간은 빨리 감기 해버리고 뉴스 전달자의 해설을 듣는다. 윤 씨 목소리는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소리보다 더 싫다. 동물적 본능에서 발생하는 싫은 감정, 혐오, hate!!!를 느낀다. 마찬가지로 윤 씨의 배우자 김 씨의 어눌한 발음, 특히 받침을 발음하지 못하는 어눌한 발음도 참기 힘들다. 중앙일보라고 발음하지 못하고 [쥬아일보]라고 하는 그 부분에서 진짜 주먹으로 면상을 한 대 갈기고 싶어졌다.


내가 즐겨 가는 극장에서는 곧 있을 97회 아카데미 영화제를 기념한 주요 후보작 특별전을 하고 있다. 극장에서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컴플리트 언노운>을 보고 나서 '아..정치 뉴스 진짜 더러웠구나. 정치 뉴스 때문에 내 머리 속이 똥칠이 되어버렸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이 일기를 쓰는 지금 bgm은 <컴플리트 언노운>ost)


정치 뉴스를 외면해버리면 김계리의 "나는 계몽되었습니다!" 같은 놀랍도록 미친 개소리를 놓치기 때문에 외면할 수도 없다. 


정치뉴스 : 더럽지만 재미있는 것 = 가속 노화

영화 : 아름답지만 날것의 재미는 덜한 것 = 저속 노화


나에게 정치 뉴스는 다음 손님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손님이 흘린 음식물을 닦지 않은 테이블에 새 손님을 받는 식당에서 화장실 다녀와서 손도 씻지 않았을 것 같은 주방장이 msg 듬뿍 넣은 된장찌개를 만들어 주는, 하지만 음식의 맛은 너무나 자극적으로 맛있는, 거기다 가격마저도 저렴한 그런 식당 같은 느낌이라면


영화는 5성급 호텔의 한식당의 된장찌개 정식 같은 것. 예전에 해운대 파크하얏트 호텔이 개업했을 때 그때만 해도 나름 효녀였던 나는 부모님을 모시고 31층인가 32층인가에 있는 식당, 그것도 광안대교가 보이는 뷰 명당에서 부모님과 한 끼를 했는데, 그때 아빠는 먹을 게 없다고 된장찌개 정식을 주문했고 맛없다(심각하게 싱겁다)는 이유로 반 정도 먹고 남기면서 "우리 동네 **식당의 5천 원짜리 해장국보다 맛없는 거를. 다시는 이런 데서 돈 낭비 하지 마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러나저러나 많은 영화들은 정치 뉴스를 잘 가공해서 한 편의 근사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에 정치에는 무관심하면서 영화만 좋아하는 것도 어딘지 바보스럽다. 그렇기에 나는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는 먼 곳의 정치(전쟁, 학살, 제노사이드)에만 관심을 가졌다. 예를 들면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학살, 터키의 크루드족 학살,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여성 학대 같은 것들. 그래서 작년 BIFF에서도 <여기 아이들은 같이 놀지 않는다>같은 민족분쟁과 난민에 대한 다큐를 본 것이다. 국내 뉴스는 1도 보지 않으면서. 외면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으니까. 난 한국이 싫으니까. I hate my homeland.


그러던 중, 역대급 바보(윤 씨는 취업한 이후로는 단 1초도 공부하지 않은 무식하고 멍청한 자, 버전 업그레이드가 전혀 되지 않은 자, 쉽게 말해서 너무 구형이라서 새로운 데이터를 업데이트할 수 없는 고물 스마트폰 같은 것)가 일으킨 내란 뉴스는 외면하기가 힘들었고(비상계엄 자체가 너무 문어체 아닌지!), 바야흐로 대 유튜브 시대에, 이미 시사는 레거시 미디어의 좁은 세상을 떠나 우주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지금, 나 역시 그 우주적 흐름에 탑승해서 좀비처럼 허우적 거렸다. 


나에게 국힘당은 인간이 갖추어야 할 기본 윤리 의식이 부재한 인간 집단으로 보인다. 아무 데서나 엉덩이를 까고 똥을 쌀 수 있는 인간, 길거리에서 성기를 드러내고 자위하고 사정할 수 있는 인간, 다른 사람의 입 속에 있는 음식을 억지로 끄집어내어서 자신의 아가리에 집어넣고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인간, 자신은 어디든 무단주차를 해도 되지만 남들은 내 주차 구역에 주차하면 안 되는 것이 시민의식인 인간, 나는 남들의 경조사를 챙기지 않지만 남들은 내 경조사를 챙겨야 하고 내 경조사를 챙기지 않는 인간은 후레자식이라고 욕할 수 있는 자. 다시 말해 내가 제일 경멸하는 인간 무리다. 극단적으로 이기적이고 염치가 없는 인간들 정말 싫고, 싫은 이유는 너무 추하기 때문이다. 잔반통에 든 음식물(쓰레기)을 쳐 먹는 인간만큼 추하다. 극한의 추함. 물론 잔반통의 음식도 아직은 상하지 않았으므로 먹어도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먹을 수 있나? 그걸 먹는 것이 자신의 권력과 부를 위해서 유리하다면 기꺼이 먹을 수 있는 인간이 국힘당 무리들이다. 비위 상한다 진짜. 아침 출근길에서 아직 식지 않은 그래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느 취객이 토한 음식물을 쪼아 먹는 술집 거리의 비둘기들을 봤을 때처럼 비위가 상한다. 과잠을 입은 황교안의 모습을 썸네일로 한 mbc뉴스를 봤을 때 똑같은 비위 상함을 느꼈다. 저게 인간인가? 대학교에 가서 난동을 부리는 극우 집단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뉴스 그만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고문이다. 내 뇌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똥자국과 똥냄새를 남기는 일이다. 남은 인생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칸 황금종려상 수상작만 연속재생 무한반복으로 본다고 해도 지워지지 않을 냄새와 얼룩을 남기는 일이다라는 본능적 거부감이 들었다. 여기까지다, 뉴스 그만 봐!!!! 라고 온몸의 세포들이 나에게 경고 사이렌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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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감독은 국내외를 통틀어서 봉준호이고

봉준호 영화는 대부분 개봉일에 봤다.

<미키 17>은 하필이면 연휴에 개봉했기에 꼭 어제(2.28. 개봉일)가 아니더라도 

3월 1, 2, 3일의 휴일이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많았지만


불굴의 의지로 개봉일(2.28.금. 어제)에 봤다.

나에게 동력을 추가해주고 싶어서.

마음이 느슨해지는 것을 예방하고 싶어서.


곤궁한 속에서도 아름다운 것을, 여유를 추구하는 사람이고 싶다.


가장 좋아하는 감독의 신작이 6년만에 나왔다면

만사를 제쳐두고 개봉일에 보러 갈 여력이 되는 사람으로 존재하고 싶다.


돈과 권력에 취한 좀비(마샬, 마크 러팔로)

돈과 권력에 압사되어 순종만 하는 좀비(미키, 로버트 패틴슨)가 되지 않으려면

의지를 가지고 아름다운 것을 항상 곁에 두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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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모든 책들을 소장하고 있다는 게 공표되었을 때 사람들이 받은 첫 느낌은 엄청난 행복감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는 어떤 보물의 주인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육각형 진열실에 가면 그 어떤 개인적 문제나 세계 보편적 문제에 대한 명쾌한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중략)

<변론서들>은 존재한다(나는 미래의 사람들, 실제로 존재하게 될 사람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두 권의 책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자신의 <변론서>를 찾아나선 사람들은 그것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 또는 그 책의 불충실한 해적판들이나마 찾을 수 있는 확률이 <영>이라는 것을 생각지 못했다.

(중략)

당연히 이 터무니없는 희망 뒤에는 엄청난 절망이 뒤따른다. 어떤 육각형의 어떤 책장에는 틀림없이 진귀한 책들이 감추어져 있겠지만 그것들을 손에 넣을 수 없다는 사실은 사람들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만들었다.


<바벨의 도서관 / 보르헤스 전진 2 픽션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민음사> 


스마트폰의 앱 속에 담긴 정보들이 내 머리속에는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마다 '아, 보르헤스는 천재였다'는 생각과 함께 <바벨의 도서관>을 떠올리곤 한다. 


내가 영화를 좋아한다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무슨 영화를 좋아하냐고 질문한다. 그 질문을 듣는 순간, 내 머릿속은 발열과 소음을 동반한 채 하드를 미치듯이 돌리는 10년 된 컴퓨터처럼 작동한다. 본 영화가 너무 많고, 애초에 괜찮을 것 같은 영화들만 골라서 보기 때문에 대체로 다 좋은 영화들이라서 금방 대답하기가 힘든 것이다. 내가 극장에서 본 영화들을 역순으로 복귀해보지만(현재 수감 중인 내란 주요 임무 종사자인 특전사령관 곽종근이 비상계엄의 밤에 했던 일을 복귀하여 자수서를 써가듯)생각이 안 날 때가 많아서 영화의 전당 앱을 열어 예매 리스트를 찾곤 한다.


무슨 영화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있게 지금 미리 답안을 작성해 둔다.

답안 : 단편적인 영화 제목보다는 좋아하는 감독, 배우별로 답하는 게 효과적이다. 우선 국외는 에릭 로메르(<녹색광선> 등), 켈리 라이카트(<퍼스트 카우> 등), 올리비에 아사야스(<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 등, 데이빗 핀처(<조디악> 등), 미아 한센-러브(<다가오는 것들> 등), 코언 형제(<시리어스맨> 등), 쿠엔틴 타란티노(<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 등), 짐 자무쉬(<데드 돈 다이> 등), 리처드 링클레이터(<비포 선라이즈>등), 드니 빌뇌브(<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 등), 알리체 로르와커(<행복한 라짜로> 등) 더 많지만 일단 생각나는 건 여기까지.

국내는 봉준호, 봉준호,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어 뭐 또 ..이경미(<비밀은 없다>, <미스 홍당무>)..그리고 또..황정민? 박정민? 아 차차 황정민은 배우잖아! 그러니까 황정민의 대다수 영화들. 박정민의 대다수 영화들. 국내는 감독보다는 배우 위주다. 

최근(약 10년 전부터) 보고 또 보고 계속 보고 명절처럼 보는 영화들을 추려보자면 <토니 에드만>, <리버 로드>, <도그빌>, <모비딕>(김민희 보려고), <클레어의 카메라>(홍상수는 싫지만 김민희 존예!!), <어느 멋진 아침>, <로맨틱 홀리데이>, <틱틱붐>(넷플릭스 앤드루 가필드 주연)


책이나 소설가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즉시 생각이 났는데 요즘은 로딩 시간이 필요하고 점점 그 시간이 길어진다. 어...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는 국내는 박완서, 권여선, 김사과, 김영하, 장강명...음... 또... 해방기 소설가는 염상섭, 채만식, 김유정, 이광수, 백석(시인), 국외은 미셸 우엘벡, 에밀 아자르 또... 일단 외국 소설가 중에서 모든 작품을 다 가지고 있는 건 미셸 우엘벡과 에밀 아자르뿐이라서 여기까지만.


음악(가장 관심이 없는 장르)으로 가면 환장 그 자체다. 나는 음악 스트리밍 앱을 메뚜기 하기에 멜론, 유튜브 뮤직, 지니, 바이브를 그때그때 할인과 결합상품에 따라서 옮겨 다니는데, 옮길 때마다 직전에 사용했던 앱의 보관함 리스트를 업데이트하는 게 귀찮아서 요즘은 업데이트는 안 하고 자력으로 생각을 해내서 항상 검색해서 음악을 듣는다. 보관함을 보지 않고 내 두뇌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가수나 앨범, ost가 별로 없다는 사실에 늘 충격을 받는다. 백과사전식 지식 암기가 하대 받는 시대, 창의력이 칭송받는 무한 데이터 정보 AI 시대 속에서 나의 두뇌가 텅 빈 듯한 느낌이 들 때마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이 생각난다. 너무나 방대하기에 아무것도 찾을 수 없는, 무한=0이라는 아이러니!


하지만 내란 우두머리 윤 씨 탄핵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1차장 홍장원을 보면서 다시금 기억(력)의 중요성과 위대함을 깨닫는다!!! 검색해 보면 알 수 있고, 스마트폰을 열어보면 알 수 있는(특히 메모장, 사진앨범) 사소한 것들을 기억하는 것에 두뇌를 쓰지 않는 것은 어쩌면 두뇌 스트레칭을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이 아닐까? 내 머릿속에 든 기억은 거의 없고, 기억은 휴대폰 속에만 있는 거라면 그것을 기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며칠 전 데이빗 린치(데이빗 핀처 아니고!!)의 <멀홀랜드 드라이브>(린치 작고 기념 특별상영)을 보면서 제대로 된 기억을 하지 못하면 이 영화의 전반부처럼 허상(또는 망상) 속에서 살다가 죽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주인공 배티가 윤 씨 부부처럼 여겨졌다. 윤 씨 부부의 엔딩도 '다이안' 같길!!! 


전자책은 나에겐 바벨의 도서관처럼 거대하게 여겨진다. 조금 전에 알라딘 장바구니에 새로 출시된 크레마를 담았다. 구매하지는 않을 듯. 나는 아직은 전자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바벨의 도서관>을 인용하기 위해서 내 등 뒤에 있는 책장에서 <픽션들>을 꺼내 인덱스를 붙인 페이지들 중에서 해당 문장을 찾아서 타이핑했다. 책의 첫 페이지(흰 종이)에는 내가 이 책을 구입한 날짜가 적혀 있다. 2007년 6월 21일. 이런 아날로그적인 행위를 전자책의 어떤 기능이 대신할 수 있을까? 대신할 수 있다 하더라도 내가 느끼는 감정을 많이 다를 것이다.


남동생은 매일 증가하는 딸의 동영상과 사진으로 인해서 아이클라우드 용량을 계속해서 늘이고 있다. 반대로 나는 팔만대장경판을 새기는 장인의 심정으로 조카의 사진들을 고르고, 삭제하고, 외장 하드로 옮기고, 현상하고, 포토 앨범 만들고, 또 어떤 건 액장에 넣어서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둔다. 그렇기에 남동생은 자신의 딸의 사진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고, 나는 조카의 사진에 대한 기억이 많다. 


시간이 갈수록 외우고 있는 것, 기억하고 있는 정보들이 줄어들고 있다. 이 현상에 대한 나의 문제의식이 크지 않다는 것이 슬프다. 어제의 일, 지난주의 일들을 나는 기억하지 못하고 대신 폰이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재난처럼 여겨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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