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그의 글은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것,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 것들로 가득하다. 논리적이지도, 흥미진진하지도 않은 자질구레한 생각들, 어찌 보면 사소한 글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바로 이렇게 지지부진한 글 속에 그의 꺼지지 않는 정신, 세상의 모든 것과 거리를 두면서, 세상을 저만큼 뛰어넘는 그의 지극히 초월적인 정신이 숨겨져 있다는 것, 글쓰기에 관한 포기할 수 없는 욕망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른바 '마이크로그램'을 쓰는 것은 그에게는 이제 더는 출판이나 세상의 인정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 자신이 아직 살아 호흡하고 있음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생존해 있음을 확인하는 작업인 것이다. 

<연필로 쓴 작은 글씨 / 로베르트 발저>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분침의 속도가 초침의 속도처럼 여겨지는 나날들이다. 벌써 하지라고?? 벌써 장마라고?? 하루하루 일상을 유지하는 것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일상 유지가 제일 중요하다. 일상 유지 외의 다른 것에는 아무런 흥미도 생기지 않는다. 일상 유지에의 의지가 떨어질 때는 영화 <노매드랜드>나 영화 <패터슨>을 본다. 지금도 영화 <노매드랜드>를 스마트폰으로 재생 중이다. 곤궁한 상황에서도 일상을 유지하고 생활을 이어가는 주인공 펀의 의지가 나에게도 전염이 되는 것 같아서 좋다. 예를 들면 캠핑카 안에서 팬티를 개는 장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